탈레반측, 8명 포로명단 수정 제출
인질 협상 급진전 '돌파구' 열리나

[단독-카불 현지] "미군관할 포로→아프간정부 관할 포로 요청"

등록 2007.07.29 22:50수정 2007.07.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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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아프가니스탄 저널리스트 다우드 칸 카탁이 인질석방협상에 대한 1신에 이어 탈레반 반군 지도자 인터뷰와 이번 사태에 대한 아프간 현지의 반응을 취재한 2신을 보내왔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신문 <파자왁 아프간 뉴스>의 기자이기도 한 카탁은 현지인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아프간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해 외신보도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협상의 내막을 들여다보고 있다. 카탁 기자는 지난 6월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3회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으며, 이번 납치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해왔다. <편집자주>
a 아프가니스탄에 피랍된 한국인 봉사단원들의 모습.

아프가니스탄에 피랍된 한국인 봉사단원들의 모습.


한국인 인질석방협상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탈레반측이 당초 제시한 석방 대상자의 명단을 일부 수정하는 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협상의 돌파구가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한국측 백종천 특사의 면담이 종료된 직후 성사된 기자와의 통화에서 탈레반 반군 지도자 물라 압둘라 만수르는 "한국인 인질과 교환될 탈레반 포로의 명단을 일부 수정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탈레반 반군 사령관이며 현재 인질을 보호하고 있다고 소개한 만수르는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이 석방을 요청한 포로 중 일부가 바그람 미군 기지에 수용되어 있다'며 명단을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자 "한국인 인질과 교환될 탈레반 포로 명단 일부 수정"

만수르는 "이에 탈레반측이 아프간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군 관할 포로를 명단에서 빼고 대신 아프간 정부가 관할 중인 포로로 교체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또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고 이제 공은 아프간 정부에 넘어갔다"며 "요청한 포로가 석방되어야 인질을 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태 진전은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백종천 특사의 면담이 이루어진 뒤 불과 몇 분 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대변인 칼리크 아마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백종천 특사가 대통령을 면담했으며 현재 상황과 22명에 달하는 인질의 무사생환 방안을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아프간 정부 대변인과 탈레반측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협상 진척상황에 실망감을 표시한 바 있다. 아프간 정부의 무니르 망갈 차관은 심지어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군사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이나 내일 중에 협상 돌파구 보일 듯

메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는 그러나 "인질의 생명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군사작전의 가능성은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유일한 해결책은 포로석방 외에는 없다"면서 "탈레반은 이제 협상을 끝냈으며 아프간 정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 반군 지도자 물라 압둘라 만수르의 발언에 따르면, 협상은 다시 탄력을 받은 상태여서 오늘이나 내일 중에는 협상의 돌파구가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백종천 특사 면담 이후 아프간 정부가 공식 발표한 보도자료 전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 각하는 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이 급파한 백종천 특사를 오늘 아침 굴카나 대통령 궁에서 면담했다.

백종천 특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한국인 인질의 안전한 석방을 위한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은 아프가니스탄의 문화를 이해하며 아프간 정부 및 국민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며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인질 사태와 관련 아프간 정부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아프간 문화와 이슬람의 가치를 설명한 뒤 인질을 납치하고 외국인, 특히 여성을 납치하는 것은 이슬람과 아프간 문화에 반하는 것이며 이 땅에서 벌어진 이런 극악한 행동은 이슬람과 아프가니스탄의 가치에 대한 더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말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백종천 특사에게 아프간 정부는 한국인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번 사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백종천 특사는 인질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한층 더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번역 : 민경진)

"탈레반은 우리 전통에 먹칠을 했다
알라여, 한국인 인질들을 구하소서"
[아프간 현지보고] 한국인 납치에 아프간 사회는 '비난' 한 목소리

아프가니스탄 국민들 사이에서도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아프간 국민들은 탈레반에 대해 "이슬람과 아프간의 가르침을 어겨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납치된 한국인들이 하루빨리 풀려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피랍이 일어난 가즈니 주에서는 한국인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반정부단체인 헤즈비 이슬라미 당의 지하드 지도자 굴부딘 헤크마타르도 탈레반의 납치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6일 가즈니 주의 주도인 가즈니시티에서는 300여명의 시민이 중앙시장에 모여 집회를 열고 한국인 인질의 안전한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발표문에서 "한국 인질은 주로 여자들"이라며 "탈레반은 이들을 즉각 풀어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인들이 기독교 선교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왔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 시위 참가자들은 "한국인은 의료지원을 위해 이 곳에 왔으며, 이들을 납치해 가두어 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 니아마툴라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간 국민들을 돕기 위해 온 사람들을 납치하는 것은 아프간의 문화와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슬람의 가르침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전통 어디에도 외국서 온 손님, 그것도 여성을 납치해 협상의 도구로 이용하라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정부 단체마저 "탈레반 지지하지 않는다"

한편 하지 파잘 하디 신와리 아프가니스탄 전 대법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무고한 한국인을 납치해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와 전통을 파괴했다"며 "이슬람교는 무고한 비전투원의 납치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와리 전 대법원장은 현재 아프간 신학자들의 모임인 울레마 평의회의 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또 "손님을 환대하고 존경하는 것이 아프가니스탄의 오랜 전통인데, 납치사건을 저지른 자들은 이 전통을 망가뜨렸다"며 "이번 일로 전 세계 이슬람교도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탈레반 세력에게 아프가니스탄의 위신을 더 이상 손상하지 말고 인질들을 조건 없이 풀어줄 것을 부탁했다.

일반 국민들 역시 한국인 인질의 석방을 원하는 전 대법원장의 요구에 동참했다. 심지어 반정부단체인 헤즈비 이슬라미 당의 지하드 지도자 굴부딘 헤크마타르 역시 "한국민을 납치한 탈레반의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굴부딘 헤크마타르는 탈레반과 마찬가지로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이후 와해됐으며 현 정부와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지만,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에 대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아프간 국민 다수는 만약 탈레반이 인질들, 특히 여성을 해칠 경우 지지를 잃을 것으로 믿고 있다. 아프간은 여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프간 사회는 종교보다는 문화적 전통의 영향력이 더 강해 아프간 국민들은 부족의 문화와 신조를 굳게 따르는 편이다.

카불의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사이드 알람(45)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을 납치한 것은 아프간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탈레반이 무고한 사람을 납치하는 대신 정정당당하게 군대와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한국의 언론매체를 위해 취재 중이라고 밝히자 그는 "탈레반 납치범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전해달라"며 "우리 역시 이번 납치사태로 비탄에 잠겨 있으며 인질들이 무사 석방되도록 전능한 알라에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불의 한 이슬람 교회에서 기도를 이끈 무알라비 무하마드 바세르 역시 마찬가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이슬람이나 아프간 문화와 관습 및 전통에 비추어 볼 때 납치는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납치를 저지른 자들은 아프간과 이슬람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번역 : 민경진) / 다우드 칸 카탁
#아프간 피랍 #인질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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