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춤은 예쁘게 추는 게 아닙니다"

[인터뷰] 벽재국악예술단 최찬수 단장

등록 2007.07.31 13:30수정 2007.07.3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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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학춤'의 계승보유자 학산 김덕명 선생님께 양산학춤과 양반춤을 사사받은 최찬수 선생님
'양산학춤'의 계승보유자 학산 김덕명 선생님께 양산학춤과 양반춤을 사사받은 최찬수 선생님양산매일신문
경남 양산의 최찬수 선생님은 양산여자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최 선생님은 하얀 모시적삼에 숯 물을 들인 개량한복 바지를 입으셨는데 더운 여름이지만 시원한 느낌과 함께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7월 25일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어투로 시종 진지하고 차분하게 양산의 전통예술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선생님을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애처로운 모습의 한 아이의 모습이 기자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가무악, 풍물소리와 함께 자라나

그는 아주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손에서 자란 외로운 아이였다. 부농(富農)에서 태어나 살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엄마처럼 먹을 것을 살뜰히 챙겨주지는 못하는 홀아버지 밑에서 조금은 부족하게 자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선소리꾼 아버지가 읊조리던 노랫가락,북소리,징과 꽹과리 소리…. 지신을 밟으며 함께 어우러지던 동네 어른들의 흥에 겨운 몸놀림들…. 어릴 때부터 주어진 그런 분위기가 그의 예술문화의 기저를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그의 아버지는 그 환경 가운데 그를 그냥 놓아 두셨다. 편안하게.

"찬수야,네 멋 대로 한 번 쳐봐라~."

그는 양산시 북부동,지금 현재 상공회의소 건물이 있는 양산의 정중앙에서 태어났다. 초ㆍ중학교 시절을 양산에서 보냈고 고등학교는 창원에서 다녔다. 창원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아버지가 계신 곳 양산으로 오고 싶었다.


"나는 양산을 참 좋아합니다. 아버지도 그립고 해서 좋은 자리 마다하고 양산에 있는 공장에 취직을 했지요."

신발 끈 만드는 공장에 취업을 했는데 그때 정말 많은 고생을 해서,대학이라는 곳을 반드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로 가출을 했다. 친구들과 집을 피해서 서울에서 1년 동안 재수를 했다.


그 시절 고향 쪽을 바라보며 양산을 많이도 그리워했다. 집중력을 발휘하여 열심히 공부한 결과 부산대 사대 물리교육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는데 대학동아리 활동에서 그는 다시 전통예술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어릴 때의 경험과 부친께로부터 물려받은 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는 소양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동아리활동 중에 많이 헤매기도 했단다.

"거제도에 14박 15일의 캠프를 가서 봉산탈춤을 배웠는데 너무 못 하는 것을 보고 교수님이 소품 담당을 맡으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양산학춤과의 인연

학교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거제도에 있는 한 여자중학교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교사들에게는 '1교사 1특기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다시 전통예술분야를 하나씩 하나씩 구체적으로 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 배워나갔습니다. 사물놀이,동래야류,고성탈춤,봉산탈춤,진주사천12차농악…. 타 지역의 것들을 배우다가 우리 양산 지역의 것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양산문화원을 통해 '양산학춤'의 계승보유자 학산 김덕명 선생님께 양산학춤과 양반춤을 사사했다.

"춤과 사물놀이를 배우고 연구하는데 많은 투자를 했지요. 저는 춤과 풍물을 너무 좋아합니다.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려는 마음 또한 간절하지요."

그의 춤과 국악예술단체 활동

그의 또 다른 직함은 국악협회 양산시지부의 지부장과 벽재국악예술단의 단장인데 두 단체 모두 풍물,민요,전통 춤을 함께 하는 종합예술단체다.

그는 이제 양산의 춤꾼을 넘어서려 한다. 그러나 가장 양산적인 것으로 그는 탈 양산 하고 싶다. "가장 세계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양산적인 것이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인솔하는 벽재국악예술단은 8월 4일~5일은 대마도 공연을,8월 14일~15일까지는 진도에서 공연을 갖는다.

도민속경연대회 참가작품인 '양산지신밟기 마당놀이부분'을 가지고 공연을 하려고 하는데 덧배기와 배김사위,지신풀이 부분보다는 마당놀이 부분에 집중해서 공연을 할 생각이라고 한다. 마당놀이는 풀이보다는 놀이 위주라 재미적인 요소가 많다고 한다.

그 외에도 방학을 맞아 안동,부산,광주,강원도 등 전국의 곳곳으로 바쁘게 불려 다닌다. 이렇게 타지역을 다니며 양산학춤을 알리고 인연을 맺어 춤과 풍물로 전국투어를 하는 것이 그의 한 가지 소망이기도 하다.

최 선생님은 인터뷰 도중 기자가 모르는 춤의 용어나 구체적인 동작을 직접 연출해 보였는데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듯 자세히 설명해 보이며 이해력을 높여 주었다.

"전통 춤은 예쁘게 추는 것이 아닙니다. 춤 속에 그 사람이 들어있어야 하고 신명과 흥이 승화되어야 하고 자신만의 춤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민속적인 것은 투박하고 소박한 것이라 서양무용을 전공한 사람들이 추면 제대로 표현이 안 됩니다."

그의 춤과 그의 연주를 보고 있으면 다른 이에게서 보다 '눈짓'이 살아있다. 천진한 듯,순수한 듯,열정적인 그의 눈짓 속에 그의 춤 세계가 들어있는 것 같다. 그의 눈짓은 또,한 마디의 말을 던지는 듯하다.

"우리 같이 느껴요~ 당신 속에도 나의 그것과 같은 신명과 애달픔이 있잖아요~."

그와 아내

그는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것 같다. 아내를 위해 진로를 바꾸고(카이스트로 가려다가 교사의 길을 선택함),아내에게 새로운 길(전업주부에서 춤꾼으로)을 열어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아내에게도 권하고 같이 하길 원하는 그는 참 부드러운 사람이다. 그런데 아내도 억지로 한 일이 아니었는지 기자의 눈에는 둘의 우열을 가리기가 힘이 들 만큼이다.

그의 삶에 있어서 아내 김순임씨는 중요한 사람이지만,이제 그의 춤에 있어서도 그녀의 역할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명함의 앞뒤에 그들 부부의 사진과 소개 글이 적혀 있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언제까지나 두 마리의 쌍학이 되어 오래도록 멋진 학무(鶴舞)를 추시길~.

덧붙이는 글 | - 배김사위,덧배기 춤은 "배격하다"의 의미에서 나온 춤사위이며 땅을 지그시 밟는 동작을 하며 춤을 추는 방법이다.

- 이 기사는 양산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배김사위,덧배기 춤은 "배격하다"의 의미에서 나온 춤사위이며 땅을 지그시 밟는 동작을 하며 춤을 추는 방법이다.

- 이 기사는 양산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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