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된 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고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씨와 이모 김정희씨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피랍가족대책본부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육성 공개... 하루만에 꺾인 가족들의 희망
30일 공개된 육성에 대해 심 의원은 "피랍되고 십여 일간 마음을 졸여왔는데 육성을 들어보니 민가에 있는데다 건강한 것 같아 마음을 놓았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호사다마라고 하는데 이런 일이 아니겠냐"며 "서울에 올라가기 전까지만 해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탈레반에게 "지구촌의 모두가 형제고 한 식구다"며 "더 이상 희생자를 만들지 말고 21명의 피랍자들을 어서 석방하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심 의원은 로이터통신과 전화통화를 통해 아프간에 억류 중인 인질 21명의 석방을 촉구했다.
한편, 심씨의 가족들은 31일 새벽 1시 로이터통신이 한국인 인질 1명이 살해됐다고 보도한 지 4시간 만에 분당 피랍가족 대책 본부에 도착했다. 심씨의 어머니 김미옥(61)씨는 흐느끼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심씨의 가족들이 사무실로 들어가고 3시간이 지나도록 김씨의 통곡은 그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오전 7시 45분께 실신해,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샘물교회에서 별도로 마련한 안정실로 들어갔다.
피랍가족들을 돌보고 있는 이헌주 목사는 "김미옥씨가 많이 힘들어하시고 다른 가족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안정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직도 김씨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정실에서 링거 주사를 맞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유족들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심씨가 2006년부터 담임을 맡아 활동했던 샘물교회 장애인 예배학교의 학생 2명도 나와 21명 피랍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취재진 앞에 선 학생들은 어눌한 발음으로 "선생님은 좋은 분이다", "사람들을 빨리 풀려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