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잎의 고백 "온몸으로 사랑해!"

등록 2007.07.31 21:46수정 2007.07.3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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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그 근교에 연꽃 단지들이 여러 곳 있다. 손을 꼽아보면 양수리의 세미원, 시흥 관곡지의 연꽃 마을, 남양주 광릉 근처의 봉선사 연꽃 단지, 강화 선원사지의 연꽃 단지, 서울 지하철의 신촌역과 독립문역에서 버스로 갈 수 있는 봉원사가 있다.

항상 가보면 사람들은 연꽃의 꽃에 눈을 맞춘다. 꽃이 안피면 연은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의 9할을 점하고 있는 연잎에 주목하는 것도 연꽃 여행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연잎은 그 잎을 완전히 펴기 전에 잎을 돌돌 말아 지나는 사람에게 사랑 고백의 수단으로 삼는다. 그 사랑 고백을 한자리에 모아 보았다.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김동원

역시 요즘의 사랑은 앙증맞은게 최고. 몸의 한켠으로 두 손을 모아 사랑을 고백하는게 가장 흔하지. "사랑해."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김동원

그렇다면 나는 내 속에서 갓 꺼낸 따끈따끈한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해야지. 아니, 나는 연잎이니까 따끈따끈한 게 아니고 푸르고 싱그러운 고백이 되겠군. "사랑해."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김동원

"사랑해(약간 강하고 단호한 어조로)." 아니, 왜 사랑을 말하는데 눈을 똥그랗게 부릅뜨고 그러냐. 좀 부드럽게 속삭일 수 없어. 사랑을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사랑이 긴장하잖아. 눈알에 핏줄 섰다. 눈에 힘 좀 빼고 말하셔.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김동원

"사랑해." 어어, 이것 봐라. 사랑해는 나한테 속삭이면서 다른 데로 눈알 돌아가는 것 좀 봐라. 시선 고정 못시켜. 잠시라도 한눈 팔면 연잎을 대궁째 쑥 뽑아 버린다.

7월 25일 양수리 세미원에서
7월 25일 양수리 세미원에서김동원

나는 두 손을 작고 귀엽게 모아 사랑을 고백하련다. "사랑해."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 연꽃단지에서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 연꽃단지에서김동원

나는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크고 넉넉하게 고백하겠다. "사랑해."

7월 25일 양수리 세미원에서
7월 25일 양수리 세미원에서김동원

모든 연잎이 초록의 사랑을 꿈꿀 때 나는 흰색의 사랑 고백을 꿈꾼다. 나름대로 색깔 있는 사랑을 꿈꾼다면 내 사랑을 받아주시라. "사랑해."


7월 25일 양수리 세미원에서
7월 25일 양수리 세미원에서김동원

나는 사랑해라고 말했을 때 내가 투명하게 비치는 사랑을 꿈꾼다. "사랑해."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 연꽃단지에서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 연꽃단지에서김동원

나는 일단 당신에게 사랑해라고 말한다. 아마도 당신은 내가 속삭이는 사랑해가 말만 번드르르한 사랑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것이다.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 연꽃단지에서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 연꽃단지에서김동원

그러나 당신은 보시라. 내 사랑은 그 말의 저 깊은 곳 내 마음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같은 내용이 여러 개의 포스팅으로 나뉘어 동시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같은 내용이 여러 개의 포스팅으로 나뉘어 동시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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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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