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인질 미국이 살려내라!

그들은 처형당할 만큼 큰 죄를 짓지 않았다

등록 2007.08.01 08:50수정 2007.08.0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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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가 어찌되었든 간에 피랍된 23명이 이제 21명으로 줄었다. 같이 피랍된 동료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나머지 인질들이 느껴야 할 죽음의 공포야 어찌 말로 표현하랴마는 불행하게도 우리가 그들을 도울 방법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아니 제한적이란 표현 보다는 그저 두 손 놓고 더 이상 불행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야 할 판이다.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야 한다"는 가수 신해철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그들이 남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떠난 훌륭한 사람들" 이라며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을 촉구한 배우 차인표의 호소 또한 공감한다.

비록 종교나 정치적인 문제점이 있었을지라도 23명의 젊은이들이 '고통 받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돕고자 떠났다'는 최소한의 진정성을 나는 믿는다. 그 방법이 영혼을 구제하는 선교이든 그들의 고달픔을 덜어주기 위한 봉사이든 간에, 그 어떤 이유로도 그것 때문에 그들이 잔혹하게 살해돼야 할 만큼 큰 죄를 짓지 않았다고 나는 믿는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미국이 밉다

그들이 비록 위험지역을 자청해서 방문했고 그들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을지라도 정부는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의무를 지니고 있고, 현재 경각에 달린 인질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그 노력은 무기력해 보이기만하다.

왜일까?
피랍사건이 처음 보도될 당시처럼 탈레반이 '한국군의 철군'을 요구하거나 '인질의 몸값'을 요구했다면 비록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라도 우리 정부는 어느 정도 자주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레반이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탈레반 포로 석방을 주장하는 등 우리의 손 안에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를 들고 나오는 시점부터 필자의 눈에는 인질들이 마치 거미줄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잠자리 같은 무기력한 모습으로만 비쳐졌다.


포로 교환여부는 밖에서 보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 정부라는 것이 사실상 미국이란 배경이 사라지면 권력조차 유지할 수 없는 허약한 존재라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미국이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9·11테러 이후 아프간을 침공한 미국이 국제사회를 위협하여 다국적군 파견을 요구했고, 북핵사태와 한미동맹으로 코가 꿰인 한국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파병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인과관계가 이어졌지만 23명의 목숨이 인질로 잡히게 된 가장 핵심적 원인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한국군 파병요청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21명으로 줄어든 인질의 국적이 미국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협상 테이블에 머리조차 내밀지 않는 미국의 표리부동한 행동은 그들이 한국을 동맹국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속국으로 여기고 있으며 미국인의 생명과 한국인의 생명의 가치를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21명의 무고한 생명이 무사히 기환하기를 기원해보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외교의 무기력함이 안타깝고, 인질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미국이 밉기만 하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가치 없는 전쟁 때문에 왜 우리의 젊은이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해야 하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더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더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탈레반 #심성민 #아프가니스탄 #배형규 #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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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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