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장로, '종교적 중립' 가능할까

[집중 검증] 잇단 개신교 편향 발언과 행보

등록 2007.08.10 16:05수정 2007.12.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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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이명박 후보는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소망교회(담임목사 김지철)의 장로다. 소망교회는 전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대형교회로 신도수가 7만~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명박 후보는 '친 개신교' 행보 탓에 타 종교인·일반 시민으로부터 여러 차례 눈총을 받고 있다.'불교 말살 기도'로 물의를 빚었던 부산지역 부흥회에서 '장로 이명박'의 이름으로 영상 축사를 해 구설수에 올랐고,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 "청계천 복원은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 등 종교 편향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이 때문에 개신교를 제외한 종교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는 게 아니냐"는 농 섞인 우려까지 나온다. 이 후보 축사한 부흥회에서 "사찰 무너져라" 기도가@IMG2@지난해 6월 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어게인 1907 부산(기독청년회연합 주최)' 부흥회. 현장의 대형 스크린에는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후보의 모습이 나타났다.이 후보는 자신을 "서울 소망교회 이명박 장로"라고 소개한 뒤 "이번 집회에는 참석을 못하지만 영상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게 돼 기쁘다, 부산을 축복한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이어 "부산 1500개 교회·선교단체가 이번 기도 집회를 통해 민족·부산 부흥의 물꼬를 트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부산을 축복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문제는 그 다음 순서인 '부산을 위한 각 구별 기도'. 부흥회 진행자는 "이 땅 위에 모든 사찰이 무너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행사에 참가한 신도 1만5000여명은 일제히 "주여"를 외치며 기도에 호응했다.부산 사상구 운수사·해운대구 해운정사·경남 합천 해인사·양산 통도사 등 대표 사찰의 이름을 거론하며 "무너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지역 내 개신교의 현황, 교회·사찰 수를 비교한 자료 등이 상세히 소개됐다.이 부흥회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 한 개신교단체 홈페이지에 공개되면서 부산 지역 불교계는 발칵 뒤집혔다. 부산불교연합회·대한불교청년회(대불청) 부산지구 등 불교단체들은 "개신교가 마치 불교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듯 하다"고 비판했고, 이 후보에 대해서도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했다"며 심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논란이 일자 이 후보 측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불교계 인사들에게 일일이 연락하며 유감의 뜻을 전달했고,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서는 "왜곡·편집된 것이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며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애초 동영상을 올린 개신교 단체는 이 후보의 축사 및 '사찰 붕괴' 기도 부분을 뺀 새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등록했다. 이 후보는 2004년과 2005년 연이어 '어게인 1907' 행사에 참석했으며, 지난 5월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진행된 '부산 대부흥 2007 대회'와 지난 7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에도 참석했다.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IMG3@이 후보는 지난 2004년 5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서울의 부흥을 꿈꾸는 청년연합 주최)에 참석,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직접 낭독해 물의를 일으켰다.이 후보는 봉헌서를 통해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면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말했다. 봉헌서에는 '서울특별시장'이라는 직함이 명시돼 있었다. 봉헌서 표지에는 서울시의 휘장도 새겨 있었다. '봉헌'이란 교회 신자들이 종교 의식과 관련해 자발적으로 바치는 일종의 예물이다. 결국 이 후보는 공공의 소유물인 '서울시'를 특정 종교의 예물로 표현한 것이다.이에 대해 타 종교계는 물론, 일부 개신교 단체조차 "개인 신앙 활동의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는 성명을 내고 "서울에는 개신교인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무슨 자격과 권리로 그런 발언을 하는지, 정치 지도자로서 파산을 선고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논평을 통해 "1000만 서울시민의 대표로서 공정한 처신을 요청한다"고 이 후보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했다.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 "정교분리의 원칙을 무시한 헌법 위반" 등의 비판도 잇따랐다.이에 대해 이 후보는 지난달 19일 한나라당 후보검증청문회에서 "당시 기도회는 서울시의 발전과 순결을 지키는 행사였다"면서 "새벽 5시께 행사에 참석했으며 대학생들이 작성한 봉헌서를 읽은 것"이라고 해명했다.지난 2005년 관훈토론회에서는 "나는 서울시장이지만 교회 장로이기도 하다"면서 "교회 행사에서 한 발언까지 문제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자신의 발언을 두둔했다.논란이 됐던 '청년·학생 연합기도회'는 '어게인 1907 서울-서울에서 예루살렘까지'라는 주제 아래 열린 행사였다. 기도회에는 서울 대형교회·청년선교단체 등 1만여명의 청년들이 참석한 대규모 종교집회였다.청계천 복원은 하나님의 업적?@IMG5@이 후보는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듬해(2005년) "청계천은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라고 발언해 또 한 차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그는 2005년 9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주최한 '청계천 복원 준공 감사예배'에서 "청계천 복원은 시장·공직자들의 지혜나 능력을 통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보이지 않게 드려진 무릎 기도를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이루신 것"이라고 기념사를 했다.또 이 후보는 같은 해 11월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한국침례회 영적성장대회에 참석해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했을 때 22만 명 상인이 머리를 깎고 항의했는데, 그들의 마음이 이명박을 믿어보자고 다잡은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청계천 복원을 하나님의 업적으로 돌렸던 것이다. 이에 대해 종평위 측은 "청계천 복원공사는 건설업 관계자들의 헌신적 노동과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자랑스러운 역사"라면서 "이 후보는 서울시장이 아니라 특정 종교 지도자"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이 후보의 기독교 편향적 행보는 잦은 구설수를 낳았다. 예를 들어, 이 후보는 지난 2003년 2월 서울시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인회관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교계가 주최한 '이명박 장로 뉴욕방문 환영만찬 기도회'에 참석, 교민사회의 분노를 샀다.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이용 허가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일었다. 이 후보는 2004년 7월 불교단체가 주최하는 '이명박 시장 서울시봉헌 관련 범불교대회 집회'는 허락하지 않은 반면, 같은 해 10월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인 한기총의 '특별 구국기도회'는 허락했다.이 후보는 4년간의 시장 임기(2002.7.1~2006.6.30) 동안 대규모 개신교 행사에만 50회 정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뿌리깊은 '믿음'... 1996년엔 '대웅전 방' 발언으로 물의이 후보의 '개신교 편향'은 그 뿌리가 깊다. 어머니 고 채태원씨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어머니가 새벽 4시에 우리 형제를 전부 깨워놓고 새벽기도를 드렸다"며 채씨가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민자당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1996년에도 그는 한 방송에 출연, 불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불교계로부터 지탄을 받았다.당시 그는 가난했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는 도중 "중이 떠난 다음에 (마을 사람들이) 사찰에 몰려 들어가 중이 다시 못 오게 만들었다"면서 "우리 가족은 (사찰의) 가장 가운데 토막인 대웅전에 방을 만들어 살았다"고 말했다. 대웅전은 불상을 모시는 최고 법당으로서 사찰의 상징이다. 그런 대웅전에 방을 만들어 산 것이 불교계의 눈에는 '능멸'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대웅전을 차지했다고 말한 것은 개신교적 우월감, '미신을 쫓았다'는 잘못된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2005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신앙을 간섭하는 것은 타 종교를 배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개신교인이지만 조계종 총무원장 같은 분도 나의 신앙생활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대다수 목회자 "차기 대통령은 이명박"@IMG6@대선행보를 본격화한 뒤 이 후보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후보검증청문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종교 편향성' 논란에 대해 "'서울시 봉헌' 발언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모든 종교와 오해 없이 화합하며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후보의 행적을 볼 때, "종교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종교계 시각이다. 대한불교청년회의 한 관계자는 "종교적 신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면서 "이 후보의 종교적 편협성은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교계에는 이 후보에 대한 앙금·피해 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앞으로 이 후보의 종교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으로는 이 후보의 개신교 편향적 행보가 '개신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개신교 단체 소속 김아무개 목사는 "이 후보의 종교 행위는 개신교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면서 "종교적 정체성·배타성이 강한 개신교를 표방해야 표 확보가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실제로 이 후보는 교계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대다수 교회 목회자들은 차기 대통령으로 이 후보를 꼽고 있다.월간지 <목회와 신학>이 지난해 12월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목회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반수를 웃도는 64.8%의 목회자들이 이 후보를 지지했다. '기독교계의 뉴라이트'인 한국기독교개혁운동은 지난 6월 '이명박 지지'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또 극우 성향의 김홍도(금란교회) 목사는 지난 달 8일 주말예배 설교에서 "기왕이면 예수님을 잘 믿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도록 기도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 물의를 일으켰다.
2007.08.10 16:05ⓒ 2007 OhmyNews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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