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반도체산업'이 '청정산업'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이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반도체 공장은 각종 유독가스와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정전 후 안전장치에 대한 점검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정전은 반도체 공장의 위에 열거한 네 가지 특징을 한번에 교란시키는 치명적인 사고다. 이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정전으로 돌아가 보자.
정전으로 인해 K2라인의 여섯 개 공장의 가동이 멈췄다. 응급 전원공급장치가 가동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순간 정전 발생시의 사고를 막을 수준일 뿐, 장시간 정전시 장비 가동이나 유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핵심 장비 외에는 가동이 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가 입게 될 피해는 어떤 게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정전 당시 생산하고 있던 제품의 피해다. 생산이 진행되고 있던 웨이퍼는 전량 폐기된다고 보는 게 옳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급격한 환경변화에 웨이퍼가 견뎌내지 못할 뿐더러, 사고 당시 진행되었던 웨이퍼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 시장의 반응을 생각한다면 재생할 수 있는 웨이퍼도 폐기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두번째는 공장 내 공조와 습도 같은 조건을 맞추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가동이 늦어지게 된다. 단순히 에어컨을 틀고 공조기만 가동하면 되는 게 아니라 공기 내 습도 및 불순물 정도를 확인하고, 필터를 점검하고, 정전으로 인해 발생한 각종 오염원을 제거해야 한다. 정전으로 인해 공장 내부의 습도에 변화가 생겼다면 공장 내부 조건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수일이 걸릴 수도 있다.
세번째는 웨이퍼 생산장비의 안정화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전으로 인해 진공상태가 깨진 장비를 원래대로 돌리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정전이 발생했을 때 갑작스런 전압의 변화에 의해 장비의 부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고장난 부분을 찾고 수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부품 수급과정에 어려움이 어려움이 발생하면 그만큼 안정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장비 내에 가스나 화학물질이 흐르고 있던 상태에서 정전이 되었다면, 내부의 부품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장비 상태를 점검하고 웨이퍼 생산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계측장비를 활용한 실험도 필요한데, 이번처럼 많은 장비에 한꺼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계측장비의 부족으로 인해 시간이 더 지연될 수도 있다.
수습도 세계 최고이길... 세계가 바라보고 있다
이번 정전사고의 추정 피해액에 대해 언론사별로 500억원에서 7000억원까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제 피해액은 공장의 정상가동이 언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삼성전자는 이틀 안에 정상가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를 했지만 이는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대외용일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한가지 더, 피해액을 줄이기 위한 빠른 정상가동도 중요하지만 정상가동에만 급급하다보면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각종 유독가스와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공장이기 때문에 정전 후 안전장치에 대한 점검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록 정전사고는 났지만 그 수습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회사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삼성전자의 수습 과정을 지켜보는 눈이 많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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