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총회시 비대위 피켓신흥균
지난달 27일 잠실교통회관에서 개최된 마지막 정산총회 석상에선 조합원간에 난장판을 방불케 하는 의견충돌이 일어난 바 있다. 수의계약으로 할 것인지, 공개 입찰로 할 것인지가 이날 의견충돌의 핵심. 그 상황은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점심 무렵 한 아파트조합원은 송파구청 정문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구청 담당부서인 주택과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담당 주임은 "그런 서류가 잔뜩 쌓여 있다"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지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과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지난 정산총회 상황을 살펴보자.
총회에 750명이 입장했다면? 총회 효력 논란
잠실3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 신현화)은 총 3390명으로 아파트조합원이 3280명, 상가조합원이 110명이다. 27일 총회에선 '재건축상가 일반분양을 수의계약방법으로 매각하자'는 상가측(상가조합 대표 강길원) 안이 참석조합원의 70.7%(1213명/1716명)가 찬성해 통과되는 듯 보였다. 반대는 338표, 무효는 165표. 참석조합원 1716명 중 1413명은 서면결의서를 제출해, 현장 참가인원은 303명이었다.
하지만 정산총회 후 아파트조합원들이 주축인 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정길동, 최기태, 이하 '비대위'로 약칭)가 거세게 항의에 나섰다. 비대위는 상가측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으로 공개입찰을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된 것은 비대위측 아파트조합원 750명이 총회장에 입장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총회가 이뤄진 것. 비대위측 조합원은 총회 성원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 상당시간 총회장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서면결의서의 반응을 알 수 없어 일단 총회를 무산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그런데 갑자기 21표차로 총회성원이 됐다며 조합집행부가 총회를 선포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에 비대위측은 한꺼번에 총회장 입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조합집행부 행사요원이 2명씩 입장시키는 가운데 총회는 이미 시작됐고, 결국 비대위측 40명만 입장한 가운데 총회가 끝났다. 이러한 점을 들어 비대위측은 총회 결의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측이 말하는 무효 주장은 이런 셈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입장 조합원 750명이 집행부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750명에 반대표 338표, 무효포 165표를 더하면 1253표가 나온다. 즉 찬성 1213표보다 40표가 더 많다. 만약 비대위 조합원이 모두 입장했다면 40표차로 집행부안이 부결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다른 논란은 서면결의서의 효력. 비대위측은 '찬성측 의견 중 일부는 단지 총회성원 제고 차원에서 도장을 찍어줬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더불어 비대위측은 집행부가 서면결의서를 총회장에 갖고 오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총회장에서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조합집행부가 서면결의서 1413매를 총회장에 갖고 오지 못했다며 재검표 실시를 약속했다. 하지만 총회가 1주일이 지난 현재 '투표함 보전신청 등에 의한 법적 절차를 먼저 밟으라고 말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측은 관할구청인 송파구청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표 대결에서 앞선 비대위가 총회 무산 정책을 택한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날 중재에 나선 한 경찰관은 비대위측 조합원에게 "표대결에서 이기는 상황이었다면 왜 총회에 참가하지 않았냐"고 물었는데, 이에 대해 조합원은 "서면결의서의 내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로선 최선이었다"고 답했다.
집행부 비대위 시세 차이 1000억 가량 차이 나
잠실3단지 재건축조합이 이렇게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채 1년도 안된다. 잠실3단지 재건축조합은 조합원총회도 수년간 치르지 않을 정도로 주위 단지에 비해 순조롭게 재건축을 추진하여 왔으나 금년 2월 입주한 인접 잠실4단지(잠실레이크팰리스 아파트) 재건축상가 시세가 급등하면서 아파트와 상가조합원간에 상가배분 문제를 놓고 암투가 시작되었다.
그러다보니 조합집행부는 초미의 관심사항인 상가부지의 아파트조합원 지분 880평과 상가조합원 지분 700평에 대한 신축상가의 배분안의 잡음을 없앤다는 차원에서 모든 일을 비밀에 부치는 바람에 일이 커지고 말았다.
오히려 비대위측은 "상가조합원에게 유리하게 상가분양면적이 배분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조합원 몫으로 배정된 분양대상 상가 자체도 헐값으로 특수관계자에게 빼돌리려고 한다"고 꾸준히 의혹을 제기해왔다. 집행부는 상가 분양 작업에 지장을 준다며 층별 시가감정가의 공개를 미뤘는데, 이에 대해서도 비대위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잠실 신천역 4거리에 건축공사가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는 문제가 되고 있는 잠실3단지 재건축상가는 지상 5층 지하 3층으로 분양연면적 기준 총 25,539㎡(약 7725평)가 지하철에 에스컬레이터로 직접 연결되는 초현대식 재건축상가다. 이번에 송파구청에 일반 분양을 신청한 상가측 배분몫을 제외한 아파트조합원 몫의 일반 분양대상 상가면적은 15,157㎡(약 4585평)에 이르는 재건축 사상 황금상권에 위치한 최대규모 분양물량 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