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빠지면서 변하는 신사의 모습

[이서방네 고모 3대가 함께 하는 일본여행 ④] 이츠쿠시마 신사 1

등록 2007.08.07 18:12수정 2007.08.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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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나이카이에서 바라 본 오도리와 이츠쿠시마 신사 ⓒ 이상기

바다를 건너 미야지마 부두까지는 연락선과 기선으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다를 건너면서 오도리와 이츠쿠시마 신사, 그리고 그 뒤로 우뚝 솟은 미센을 조망할 수 있다.

멀리서 보아도 미센의 산세가 범상치 않다. 높이가 530m로 정상에 오르면 세토나이카이가 한 눈에 들어올 것 같다. 정상까지는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고 로프웨이를 통해 쉽게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탄 JR연락선은 승객을 200명 정도 태울 수 있는 큰 배로 실내에 에어컨 시설이 되어 있어 아주 시원하다. 바닷바람을 쐬거나 사진을 찍으려면 바깥 갑판으로 나가는 편이 낫다. 나는 바다에서 보는 이츠쿠시마 신사 풍경을 잡기 위해 촬영 포인트를 찾아서 왔다 갔다 한다.

배는 금방 미야지마 항구에 닿고, 해안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이츠쿠시마 신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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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슴 무리 ⓒ 이상기

우리 일행이 처음 마주치는 색다른 풍경은 사슴 무리의 활보이다. 우리 속에 들어있는 사슴 밖에 볼 수 없었던 우리는 길 위를 어슬렁거리는 사슴에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낸다. 또 사슴이 종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해하기도 한다.

사슴 무리를 지나자 일본 삼경비(三景碑)와 세계 문화유산 기념비가 나온다. 일본 삼경비에 따르면 미야지마가 일본의 유명한 경치 세 곳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유산 기념비에 따르면 1996년 이츠쿠시마 신사 지역이 세계유산이 되었다고 한다. 설명은 일본어와 영어로 되어있지만 일본어 제목 옆에 우리말로 '세계유산 이츠쿠시마 진자'라고 쓰여 있어 반갑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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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표지석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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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리를 배경으로 즐거워하는 가족들: 앞에 앉은 세 여자가 고모 3대이다. ⓒ 이상기

이곳을 지나자 길 왼쪽으로 상점가가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쪽으로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장벽을 쌓고 그 위에 해송(海松)을 심어 바람까지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일행은 오도리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이르러 오도리를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한 장 찍는다. 다들 즐겁고 표정이 밝다.

이곳을 지나면 이제 이츠구시마 신사 지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츠쿠시마 신사는 바닷가에 만들어져 밀물일 때는 물속에 떠 있는 형상이고, 썰물일 때는 백사장 위에 세워져 있는 형상이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썰물이 시작되는 때여서 이츠쿠시마 신사에 땅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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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대를 배경으로 오도리가 보인다. ⓒ 이상기

이츠쿠시마 신사 관람은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통로와 건물의 기둥이 모두 붉은색으로 되어 있어 경건한 마음이 든다. 통로를 한 굽이 돌아가면 신사의 중심 건물에 이르고 이곳에서 바다 쪽으로 높은 무대(高舞臺)를 마련해 놓았다. 그리고 무대 앞의 바다 쪽으로 마루를 깔아 최대한 오도리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했다.

신사와 오도리 사이에 물이 빠지기 시작해 일부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오도리 쪽으로 가기 시작한다. 신사 아래는 물이 완전히 빠져 바닥이 드러나 있다. 나도 오도리까지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소위 팀장이라는 사람이 따로 놀 수가 없어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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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고무대 마루에서 바라 본 오중탑 ⓒ 이상기

잠시 뒤를 돌아 우리가 걸어온 쪽을 바라보니 오중탑이 나무들 사이로 우뚝 솟아 있다. 오중탑은 오도리와 함께 이츠쿠시마 신사 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징물(Landmark)이지만 이곳에서 보는 모습이 가장 훌륭한 것 같다. 붉은색이 칠해진 목재 뼈대, 흰색의 벽, 검은색의 기와와 지붕이 대비를 이뤄 정말 눈에 잘 띤다.

이에 비해 앞으로 나갈 방향에 있는 덴신사(天神社)는 기둥과 지붕이 모두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붉은색에서 경건한 천상의 세계가 느껴진다면 검은색에서는 차분한 현상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만나는 것이 신사에서 구보다리(久保橋)로 연결되는 붉은색 아치형 다리다. 이곳은 현재 길을 막아 넘어갈 수가 없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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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다 드러낸 오도리 ⓒ 이상기

우리 일행은 이츠쿠시마 신사를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오도리를 자세히 본다. 물이 더 많이 빠져 다리 아랫부분이 다 드러나 보인다. 오도리는 역시 어느 각도에서 보나 신성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도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솟대와 비교된다. 우리의 솟대가 새의 모습을 담고 있는 원형의 상태라면, 도리는 원형을 변화시켜 새로운 조형물 또는 건축물을 만든 형태다.

역사에서 보면 늘 현상을 유지하려는 쪽과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려는 쪽이 대립해 왔는데 대체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쪽이 세력을 얻게 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일본이 우리보다 잘 살고 문화적으로도 앞서 있는데, 그것이 바로 외래문화를 수용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도리를 변화 또는 개혁과 연결시키는 발상, 내가 조금 오버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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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쿠시마 신사 가는 길 지도 ⓒ 이상기

덧붙이는 글 | 16명으로 구성된 가족 여행단의 일본여행기이다. 참여한 사람들은 숙부와 조카 부부가 중심이지만, 고모 3대가 함께 하는 특이한 여행이기도 하다. 이들 가족이 히로시마현과 에히메현에서 보고 느끼면서 부딪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본의 문화를 기술할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흔적인 통신사 유적을 방문,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16명으로 구성된 가족 여행단의 일본여행기이다. 참여한 사람들은 숙부와 조카 부부가 중심이지만, 고모 3대가 함께 하는 특이한 여행이기도 하다. 이들 가족이 히로시마현과 에히메현에서 보고 느끼면서 부딪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본의 문화를 기술할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흔적인 통신사 유적을 방문,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츠쿠시마 신사 #오도리 #삼경비 #세계문화유산 #오중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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