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이 목사에게 기도 부탁한 까닭

C형 간염으로 치료가 필요한 무하마드

등록 2007.08.07 20:07수정 2007.08.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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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프지 않아요."
"C형 간염이란 것이 원래 처음에는 자각증상이 없다고 하니까, 6개월 정도 약 먹으면서 치료받아야 된대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일할 수 있어요. 기도하면서 약 먹으면 안 될까요? 기도해 주세요."
"… 의사 말로는 간암이나 다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 조기치료가 중요하다고 해요. 건강이 중요하지, 돈이 먼저가 아니잖아요."
"기도해 주세요. 전 꼭 내년 8월까지 일해야 해요."

6월 말에 쉼터에 의사소견서를 들고 왔던 무하마드(Muhammadkhil·32)였습니다. 당시 무하마드는 천안에 있는 제조업체에서 정기건강검진 때 이상 소견이 있어 재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이상이 있으면 귀국 조치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도움을 요청했었습니다. 그가 들고 왔던 건강진단서 하단에는 "한시적으로 현 작업 불가"라는 소견이 적혀 있었고, 조치 사항으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때 쉼터에서는 "재검진을 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보고 이야기하자"고 했었는데, 한 달도 더 지난 오늘 울먹이며 연락을 해 온 것이었습니다. 무슬림인 무하마드가 목사인 저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기도를 부탁한 이유는 자신의 다급한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종합병원에서 재검진을 했는데 'C형 간염'으로 판명이 났던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6개월 정도 고향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데,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는다'며 무하마드의 병명과 치료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통해 무하마드는 자신의 병에 대해 긴가민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귀국할 경우 한국에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간염을 갖고 있어서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6개월이라는 기간동안 휴식 가운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니, 일시 귀국을 권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무하마드는 일시 귀국이라고 하지만,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면 재입국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하면서 치료를 받으면 안 될까요? 저 정말 아프지 않거든요."
"글쎄요. 의사 소견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그럼, 제가 다시 한국에 올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일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제가 회사를 옮기면 귀국하지 않아도 되나요?"

의사 소견에 따라 휴식을 취하며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전하면서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무하마드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후 회사에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두 번씩이나 근무처 변경을 했던 무하마드의 입장에서는, 그가 꿈꿨던 '코리안 드림'이 한순간에 깨질 수도 있는 형편이었던 것입니다.

무하마드와의 통화를 끊고 인터넷 검색창에 'C형 간염'을 쳐 봤습니다. 그 중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없는 데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잘해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죽이기 힘들기 때문에 자연치유가 어렵다. 그래서 일부 의사들은 '유사 에이즈'라고도 부른다"라는 설명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숨만 나왔습니다. 그래서 무하마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병원에 다시 한 번 확인해 볼게요. 다른 조건에서 일하면 안 되는지. 노동부에도 6개월 정도 요양하고 치료가 되면 재입국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혹시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는지도 알아보고요."
"네, 꼭 일하게 해 주세요."

일시귀국 후 재입국이나, 그 어떤 것에도 확답을 준 것이 아니었음에도 무하마드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습니다.

일부 의사들이 '유사 에이즈'라고 말하는 질병을 안고 있으면서도 치료보다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더 두려워하는 무하마드의 모습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했던 대부분 다른 이주노동자들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만 바라보는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무하마드는 자신의 고통을 애써 애면하려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은 착잡해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 그에게 실망만 안기는 답변이 아니라, 희망이 넘치는 답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그에게 실망만 안기는 답변이 아니라, 희망이 넘치는 답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주노동자 #건강 #C형 간염 #중도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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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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