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박한 깨짐,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는다

탤런트 윤동환, 연극 <달의 기억력>에서 '성폭행'을 말하다

등록 2007.08.13 14:50수정 2007.08.13 14:51
0
원고료로 응원
a

성폭행을 주제로 만들어진 <달의 기억력> 출연진 ⓒ 극단제제


범람하는 언론 속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뉴스거리가 있다. 특히 요즘 들어 그 노출빈도가 높아지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성폭행'이 아닐까 한다. 극도의 불안요소들로 가득찬 이 단어가 두 여성과 한 남자의 인연의 시작이다. 바로 그들의 악연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독기를 품은 달빛과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두 여성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한 남자의 집 문을 자연스럽게 연다. 그리고 그곳에 넋 놓고 있는 그 남자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세상의 많은 인연 중에 악연으로 맺어진 그들의 재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 두기 위한 이들의 재회를 연극 '달의 기억력'을 통해 말해 볼까 한다.

극단 제제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달의 기억력'은 자신을 성폭행한 동네 한 남자의 집을 방문하는 두 여성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릴 적 겪은 악몽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신병원 환자 은선(극중이름)은 그의 동네 친구 경애와 함께 악연의 줄을 힘겹게 끌어당겨 간신히 그 남자의 집에 도착한 것이다.

영혼과 순결의 죽음을 생명의 죽음으로 복수하고자 찾은 두 여인의 눈앞에 나타난 그 남자의 모습은 썩어 문드러진,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측은지심을 느끼게 한다.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찾아온 여자들에게 프로야구 중계에 방해된다며 짜증만 내는 남자. 그는 그녀들의 복수 따위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듯 그저 집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살인이란 목적을 빨리 달성하기를 종용하기까지 한다.

고도의 심리적 대립을 통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남자의 떨림없는 목소리에 오히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두 여성. 하지만 끝내 그 남자의 그날 밤 그 순간의 기억을 되돌려 놓고 만다.

이제 기억을 되찾은 남자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면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 두 여인의 살인이란 극단적인 복수를 목적으로 한 방문은 그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죽음과 삶 그리고 거짓과 진실이란 인간의 내면과 맞닥뜨리게 된다.

주몽의 양정, 이제 '성폭행'을 이야기한다
[인터뷰] 연극 <달의 기억력> 무대에 선 탤런트 윤동환씨

▲ <달의 기억력>에 대해 인터뷰 중인 텔런트 윤동환씨
ⓒ채민선
한동안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MBC 역사 드라마 <주몽>에서 양정으로 등장한 탤런트 윤동환씨.

선과 악의 중간에서 내면의 연기를 펼친 그가 이번엔 성폭행 가해자로 등장해 자신 속에 숨겨진 악과 선을 이야기한다. 극단 제제가 오는 9월부터 대학로에서 공연할 <달의 기억력>에 출연해 한 여성을 성폭행한 가해자의 역할 준비에 한창인 윤동환씨를 지난 7월 31일부터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극단 제제의 엠티 현장에서 만나 보았다.

-브라운관을 벗어나 연극에 출연하게 된 배경은?
"연극은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고, 이번에 기회가 되어 다시 연극에 참여하게 되었다.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 맞은 역할의 내면세계와 연극을 통해 보여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보고 싶다."

-'달의 기억력'에서 어떤 역할을 맞게 되었는가?
"성폭행을 가한 '그 남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역할을 소화해내야 할지 연습중에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성폭행을 가한 남자이기 때문에 악역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이번 연극에서 피해자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연극의 주요 내용이 다소 무거운 것 같은데?
"성폭행이란 단어는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으면 한다. 피해자인 은선은 정신병원에까지 가야 했으며, 가해자 역시도 자살이란 자멸의 길을 선택할 만큼 극단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런 문제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해결이 될 수 있는지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으며 더 나아가 복지문제로까지 다뤄졌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배우로서 이번 연극 출연이 가지는 의미는?
"탐구정신과 실험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1차적으로는 그 남자에 대한 내면적 이해에 대한 탐구이며 2차적으로는 그것을 관객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연기하는 실험이 개인적인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클럽버터플라이>가 흥행에서 실패한 뒤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연기자 윤동환이란 이미지가 많이 '망가졌다'고 느낀다. 지금은 어떤 배역이든 다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출연 배우들과 함께 연습에 들어갔다. 성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연극이긴 하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20-30대의 젊은 분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아와 '달의 기억력'이란 작품을 통해 성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채민선

"나한테서 용서를 빌어요. 잘못했다고? 그럼 갈게요. 한번 잊어 볼게요."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야구 중계소리와 들락거리는 그 남자의 딸 동선으로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대화 속에 결국 은선은 살인이란 복수극을 단념하겠다는 마음에 이르기도 한다.

그녀들의 복수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복수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진실은 무엇일까?

a

달의 기억력 ⓒ 극단 제제

MBC 역사 드라마 <주몽>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양정으로 출연해 선과 악의 대립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탤런트 윤동환씨의 연기를 한치 앞에서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극단 제제의 창작품이자 한국문예진흥원의 선정 작품인 <달의 기억력> 공연은 연극 분야에서 각자 활동 중인 젊은이들이 뜻을 같이해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연극 <다녀왔습니다>, <브라질리아>(신춘문예 당선작), 섬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 뮤지컬 <댄서의 순정> 그 외 KBS라디오 드라마 작가로 활동 중인 작가 김라흘의 새로운 작품과 현장에서 적극적인 연극 활동을 해 오던 젊음 연극인들의 사기와 열정을 통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촉박한 깨짐…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는다….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난 연극, 극복의 기회
[연출 변] 연출가 김민정, 마음으로부터 함께 나누는 소통

▲ 김민정 연출가
ⓒ채민선
극단 제제(諸諸)의 창작품이자 한국문예진흥원 선정 작품인 <달의 기억력>은 하룻밤 사이에,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여자의 복수를 바탕으로 각 등장인물의 내면을 밀도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복수극을 통해 궁극적으로 소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관객들에게는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집중력을 안겨줄 것이다.

창작극 <다시 문밖에서> <하사 이재구> <수레바퀴>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던 김민정 연출가와 <브라질리아>(신춘문예당선작) <다녀왔습니다> 등의 작품을 집필했던 김라흘 작가가 만나 무대에 올려지는 <달의 기억력>은 대학로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써 우리 연극계의 미래를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되어줄 것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의 철부지 주인공 제제. 하지만 제제는 모두가 외면한 작은 나무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중의 시선이 영화와 뮤지컬, 비보이들의 현란한 춤 솜씨에 집중되는 이때에, 연극이란 어쩌면 모두에게 외면받은 '제제의 라임오렌지나무'와 같은 신세가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연극을 한다는 것 역시 외면 받은 작은 나무의 주인이 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제(諸諸)'의 젊은 연극인들은 기꺼이 작은 나무를 선택했으며, 그 작은 나무와의 소통을 통해서 결국엔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가꾸어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또한 '제제(諸諸)'라는 극단 이름에는 '모두 함께'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 이는 모두와의 소통을 나누고자 하는 바람에서 지어진 것으로써 궁극적으로 제제(諸諸)와 작품,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라고 연출과 극단대표를 맡은 김민정씨는 얘기한다.

<달의 기억력>은 제제(諸諸)가 나누는 소통이며 오는 9월 여러분들과 소통을 앞두고 있으며, 새로운 경향의 실험적이고 종합적인 신작을 계속 발표해 나갈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힌다.

앞으로 우리나라 연극의 대표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창작해 나갈 젊은이들로서 끊임없는 창작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달의 기억력' 공연은 젊은 연극인과 창작연극계에 또 다른 파장과 창작의욕을 일으키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 채민선

덧붙이는 글 | <공연개요>

공연일시 : 2007.9.14-10.14  (총42회 31일간)
공연시간 : 평일 20:00 (1회) 주말, 공휴일 16:00 19:00 2회
소요시간 : 90-100분 
공연문의 :  JEJE communications 사무실 02) 763-2855

덧붙이는 글 <공연개요>

공연일시 : 2007.9.14-10.14  (총42회 31일간)
공연시간 : 평일 20:00 (1회) 주말, 공휴일 16:00 19:00 2회
소요시간 : 90-100분 
공연문의 :  JEJE communications 사무실 02) 763-2855
#달의 기억력 #윤동환 #연극 #성폭행 #제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4. 4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5. 5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