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납골당 착공...안양 주민들 "몸으로 막자"

분쟁조정 기각됨에 따라 건립사업에 탄력 붙은 듯

등록 2007.08.10 08:32수정 2007.08.1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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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포클레인을 동원해 진입로 공사를 하고 있다.

포클레인을 동원해 진입로 공사를 하고 있다. ⓒ 강영한


광명시 성채산 납골당 건립예정지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광명시가 9일 포클레인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함에 따라 한동안 조용했던 안양시 석수2동 연현마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납골당 반대 투쟁위 관계자들은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을 답사하고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홈페이지에 달린 댓글은 강경일변도다. '무력시위'라는 닉네임의 한 누리꾼은 "공사를 못 하도록 차량으로 막자"는 댓글을 달았고 '개서니'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은 "공사장 앞에 텐트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영한 투쟁위 부위원장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결코 연현마을 주민들은 작금의 현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밝혀 강력한 투쟁을 전개 할 것임을 시사했다.

광명시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사는 납골당 진입로 주변 건축폐기물 이전과 진입로 확보 작업으로 보인다고 투쟁위 관계자가 전했다. 성채산 초입을 E.G.I(펜스)로 막고 대형 포클레인을 동원해 폐기물을 처리하고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

광명시 조원덕 사회복지과장은 전화통화에서 공사는 이미 7월 31일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그날 조달청에 공사를 시작한다는 서류를 접수했기에,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지는 않았지만 이미 공사는 시작되었다는 것. 공사기간은 총 18개월이라는 전언이다.

7개월째 공방... 연현마을 주민들 "혜택은 광명, 피해는 안양" 반발

a 5월 22일 안양시청 로비.

5월 22일 안양시청 로비. ⓒ 이민선


안양시 석수동 연현마을 주민들은 이미 7개월째 광명시와 납골당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광명시에서 추진하는 납골당 건립을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막으려 하는 이유는 납골당 건립 예정지 초입과 연현마을이 불과 40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혜택은 광명시에서 보고 피해는 안양시민이 본다는 것이 너무 억울해요. 이거야말로 지역 이기주의 아닌가요?"


몇 개월 전 집회 장소에서 만난 한 주부는, '납골당은 꼭 필요한 시설인데 어째서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광명시에서 연현마을 주민들의 행동을 '님비'라고 비판하는 것에 반발하는 내용이다.

연현마을 주민들은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연현중학교와 불과 400m 거리에 혐오시설인 납골당이 들어선다는 데 더욱 분개하고 있다. 학습권 침해라는 것. 소중한 자식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 상복입고 울부짖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들락날락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광명시는 학교에서 보이지 않도록 큰 나무를 심고 대형 가림막을 설치해 준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학부모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는 없었다. 학부모들은 학교 근처에 납골당이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마뜩치 않았던 것이다. 학부모들의 깊은 속내는 지난 5월 11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 잘 나타난다.

"난 키가 작은 편이다. 사람들이 그런다. 벽제 가서 좀 바꿔오라고. 이 말에 상처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김영옥 광명시 납골당 반대 학부모 비대위 위원장은 경기도 벽제화장터 부근에서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다며 학창시절 얘기만 나오면 벽제화장터가 공식처럼 따라붙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고 말했다. 또 영구차와 상복 입은 유족들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보낸 것을 생각하면 우울하다고 했다.

주민들 '결사반대' 분위기

a 광명시청 대규모 집회 모습.

광명시청 대규모 집회 모습. ⓒ 이민선


문제가 시작된 1월 16일부터 지금까지 주민들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는 강경한 뜻을 공공연히 시사했다. 1월 16일은 연현마을 주민들이 광명시에서 불과 400m 거리에 납골당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아낸 날이다. 당시 주민들은 "어떻게 4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납골당을 세우려 하면서 우리에게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투쟁위원회를 조직해서 광명시에 대항했다. 1천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형 집회를 수차례 조직했고 조를 나누어 광명시에서 1인시위도 벌였다. 그러나 주민들 못지않게 광명시 태도도 강경했다. 법적인 문제가 없기에 주민들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납골당을 건립해야 한다는 방침이었다. 오히려 주민들이 납골당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혐오시설이 아니라 문화시설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주민들은 안양시에도 강경한 뜻을 전달하고 시민으로서 보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안양시는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타 지자체에서 벌이는 일에 왈가왈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급기야 5월 22일 주민들은 "안양시가 나서달라"며 단체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그날 오후 5시 40분께부터는 본의 아니게 점거농성을 벌이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단체 민원을 제기하던 주민들이 "시장님 좀 만나자"며 공무원들 퇴근 시간 이후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것.

충돌 없이 일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때 있었다. 안양시의회 결의에 따라 안양시에서 경기도에 분쟁조정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월 24일 안타깝게도 기각됐다. 경기도 분쟁조정위원회는 광명시 납골당 건립문제와 관련, 7월 18일에 이어 24일 개최한 2차 심의 결과 '조정 의결문'에서 '광명시 봉안당 건립 추진에 대한 안양시의 시설위치변경을 구하는 분쟁조정 청구는 이유가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자치단체마다 납골당 건립을 의무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광명시의 위법 사항을 발견할 수 없으며 집단민원 해결을 위한 것으로 자치단체 간 분쟁조정 신청 요건으로 보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었다.

9일 광명시가 포클레인을 동원해 공사를 시작한 것은 분쟁조정이 기각됨에 따라 명분이 강해져 건립사업에 탄력이 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충돌 없이 일을 해결하려던 노력인 '분쟁 조정신청'이 오히려 광명시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된 것이다.

주민들은 9일 저녁 연현마을 LG빌리지 동대표 회의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투쟁위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는 쪽으로 얘기가 흘러갔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광명 납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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