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우물가 정자나무 아래서 정담을 나누고 있다.이인옥
그 느티나무 그늘아래에는 또 하나의 정겨운 모습이 보입니다. 네모난 우물입니다. 지금은 빨래를 하는 곳으로 쓰임새가 변하였지만 예전에는 이 우물에서 집집이 물을 길어 사용했다고 합니다.
우물가에는 또 빠질 수 없는 미나리가 심어져 있습니다. 미나리는 몸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정화작용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빨래를 하러 갔던 우물가에도 미나리가 많이 심어져 있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고향의 우물가에는 여자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며 낮에는 빨래를 하러 우물가를 찾았고 밤에는 몰래 등목하러 친구들과 함께 찾던 즐거운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그 우물가를 이곳에서 다시 만난 듯하여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았습니다. 지금은 집집이 수도가 설치되어 있어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인지 물이 뿌옇고 부유물도 있어 얼굴이 잘 비치질 않았습니다.
"조금만 일찍 왔으면 좋았을 걸, 방금 보리밥 해서 할머님들과 나눠 먹었는데…. 오실 줄 알았으면 같이 먹는 건데…."
"그려, 보리밥 좋아할지 모르지만 여럿이 같이 먹으면 참 맛있는데, 서운하네 그려."
할머님들께서 점심에 보리밥을 해 드셨다면서 저를 보자 서운해 하셨습니다. 어릴 때는 가난해서 늘 꽁보리밥을 먹곤 해서 질릴 만도 한데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보리밥 생각이 나서 식당을 찾곤 합니다. 물론 식당에서 먹는 보리밥도 별미라서 맛있지만, 동네에서 이웃과 함께 나눠 먹는 보리밥이야말로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만큼 푸짐하고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