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 예지, 일본 갑니다

일본 시청각장애인 대회 참가하는 김건형씨와 김예지 양

등록 2007.08.11 12:38수정 2007.08.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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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그네 타고 있는 "예지". 그러나 예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까? ⓒ 김미영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김예지(13)양은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시청각장애인이다. 그래서 예지는 엄마, 아빠와도 대화를 할 수가 없다. 대화는 물론 "화장실에 가고 싶다"라던가 "물마시고 싶다"라는 기초적인 요구 사항도 전달 할 수가 없다.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의 장애를 가진 예지는 장애인을 위한 교육이나 복지 서비스를 전혀 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학교에서의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발신기, 옷 입기 등의 단순한 개인 생활 지도를 받을 뿐이다. 더욱이 학교에는 예지와 같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담당할 교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예지와 같은 특수적 장애의 경우 전담 교사가 있어 1:1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학교의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그저 낮 동안의 보호 정도 밖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예지를 받아준 학교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예지의 어머니 김미영(38)씨의 말이다.

예지 부모님은 예지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예지가 입학 할 수 있는 학교는 없었다. 그나마 몇 년 전 예지의 이야기가 방송 프로그램에 실리게 되고 이를 본 현재의 학교측에서 예지를 받아주어 겨우 입학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예지는 13살이지만 3학년이다.

예지와 같은 고통 겪고 있는 시청각장애인들

현재 우리나라에 예지와 같은 시청각장애인이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통계나 기초적인 조사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다만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인구 1만 명 당 1명꼴로 나타나는 것을 추계하면 대략 5000여명의 시청각장애인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지난 3월 결성된 '한국 시청각장애인 자립&지원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김건형(41·방송대 교육학과 1년)씨는 "무엇보다 빨리 시청각장애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들에 대한 발굴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것은 민간차원에서 다루어질 것이 아니고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발굴된 시청각장애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덧붐였다.

김건형씨 자신도 시청각장애인이어서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는데 애로가 많았다고 토로한다. 특히 그는 올해 한국방송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수업에 필요한 통역 서비스를 받지 못해 매우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4월부터 중증 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생겼다고 해서 아주 큰 기대를 가지고 신청을 했다. 그런데 니겐 활동 보조를 할 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우리 같은 시청각장애인이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어떤 장애인이 받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일본에 가서 배우고 오렵니다

김건형씨와 김예지 양은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일본 쿠마모토현에서 열리는 '제17회 일본 시청각장애인 대회'에 참석한다.

일본 시청각장애인 대회는 1991년 결성된 '일본 시청각장애인협회'가 주최하는 것으로 시청각장애인 약 200여 명과 이를 위한 자원봉사자 및 복지관계자, 전문가 등 약 700여명이 참석하며 매년 열린다.

이들의 일본행은 '동양의 헬렌 켈러'라 불리는 도쿄대학교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베리어프리 연구 분야 조교수로 있는 후쿠시마 사토시(45)씨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후쿠시마 교수는 시력과 청력을 모두 상실한 시청각장애인으로 일본의 시청각장애인 운동의 중심이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벽(barrier)을 없애는 도쿄대학의 연구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후쿠시마 교수는 지난 3월 한국을 방문, '한국 시청각장애인 자립&지원회' 결성식에서 특별 강연을 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교수는 당시 일본 시청각장애인 대회에 한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이 참가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경비조달이 문제였지만, 후쿠시마 교수의 노력으로 3박 4일간 숙박과 식사 등의 일본 체류비용은 일본시청각장애인 협회측에서 부담하기로 했고 항공권은 어렵게 후원을 받아 가능했다. 김건형씨와 김예지 양, 시청각장애인 2명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도우미 등 총 7명이 함께 간다.

김건형씨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의 앞선 시스템을 배우고 돌아와 우리나라에도 이를 알리고, 필요한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한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사소통 위한 통역 서비스가 최우선 과제

'시청각장애인 자립&지원회'의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도 장애인을 위한 각종 제도나 서비스가 놀랄 만큼 발달되고 있다"며 "그러나 시청각장애인들은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위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교육도, 재활도, 직업도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시청각장애인들은 타인과의 대화 등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옆에서 통역하고 지원해 주는 '통역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 우리가 장애 극복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헬렌켈러도 설리반 선생을 통한 통역이 가능했기 때문이고 후쿠시마 사토시 교수가 도쿄대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통역 서비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 서비스 방법 연구와 이를 통한 통역 서비스 제공을 통해 시청각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일본행이 그런 작은 출발이 되기를 바라본다.
#시청각장애인 #후쿠시마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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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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