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역 앞 미륵불, 실체 드러나다

"1934년 촬영한 사진 보고 숨이 멎는 감동을 맛보았다"

등록 2007.08.13 13:52수정 2007.08.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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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안양역앞에 자리한 미륵당과 주변 풍경 ⓒ 국립민속박물관

1699년 과천현에서 발간된 '과천현 신수읍지' 불우조 마지막에 '안양 미륵은 과천 서쪽 20리 안양벌 큰 길 가에 있으며 몸높이가 2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관상오의 '한국 사찰 전서'에는 '안양 암지 재경기도 시흥군 안양 역전'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기록처럼 안양역 앞에는 1600년대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 미륵당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 만들어지고 없어졌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있었다'는 사실만 문서상 기록과 구전을 통해서나마 전해지다가, 당시의 모습이 최근 사진을 통해 확인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66년 전인 '1941년 안양역 통학생'이라 쓰인 빛바랜 흑백사진 속 인물을 추적, 인터뷰를 통해 7월 21일부터 8월 2일까지 롯데백화점 롯데화랑에서 당시 사진과 모형·기록으로 1940년대 안양의 모습을 재현한 '스톤앤워터' 박찬응 관장에 의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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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 송석하 선생이 촬영한 미륵당내 미륵불상 ⓒ 국립민속박물관

박 관장은 "1934년 2월 20일 안양역 앞을 지나던 민속학자 송석하(宋錫夏)가 안양역광장에 있었던 미륵당을 카메라에 담았다"며 "기억 속으로 사라질 뻔한 미륵당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에 일순간 숨이 멎는 감동을 맛보았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민속학자인 석남 송석하가 촬영한 것으로 유족들이 당시의 자료들을 지난 1996년과 2005년 2회에 걸쳐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고 박물관 측이 최근 '처음으로 민속을 찍다' 제목의 전자책(DVD)으로 펴냄에 따라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3컷이 수록되어 있다.

앞서 보충 대리 공간 '스톤앤워터'는 지금으로부터 66년 전인 1941년 2월 11일 일제 강점기 당시에 촬영한 한 장의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담긴 이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 '기억프로젝트-사람을 찾습니다'를 통해 과거 속 기억의 조각들을 복원해 지난 역사를 재현했다.

프로젝트팀은 80세 후반에서 90세에 이르는 노인들의 기억과 구술 작업을 통해 안양역 앞 미륵당, 신작로 초가집들, 수암천변, 오끼이 농장과 자갈 기찻길 등 당시 모습을 복원하고 안양역 주변 건물과 관공소, 가옥 등 지도를 그리는 '심리지도'로 축소 모형을 만들었다.

특히 '기억프로젝트-사람을 찾습니다'의 기획은 '안양통학생일동(安養通學生一同), 16. 2. 11)'이라고 쓰여진 안양역 앞에서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속 인물을 찾는 것에서 시작되었으나 생존한 당시 인물들은 상상 이상의 역사와 삶의 궤적을 기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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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당옆에 자리한 주점을 겸한 안양음식점 ⓒ 국립민속박물관

증언자중의 한명으로 이경수 옹(1918년 3월17일 생)은 "안양역 앞에는 미륵당과 미륵보살상이 있었다"고 당시를 생생히 기억했다. 이 옹은 안양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안양초등학교(당시 안양공립보통학교. 1928년 개교) 1회 졸업생으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인물이다.

이는 1900년대 안양역 주변 풍경을 끄집어내 100년이 지난 현시점과 연결시킨 것으로 안양시의 근·현대사와 관련해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세상에 그 실체를 드러내며 기억 속에서 잊혀진 역사가 하나 둘 발굴되고 또 다른 미스터리를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박찬응 관장은 "기억프로젝트를 관람한 분들이 많은 정보를 주고 미륵당도 한 역사연구가가 준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록에 의하면 1795년 화성 능행차시 척후복병들이 머물며 왕의 신변을 보호했던 24개의 당마 중 14번째 당마로 미륵당이 쓰였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미륵당이 언제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미륵불이 어디로 갔는지를 밝히기 위해 '과거는 기억, 역사, 유물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재로 부활한다'(과거는 낯선 나라 책자) 글귀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제2의 기억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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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통해 1930년대를 재현한 안양역 일대 모형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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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현재의 안양역 일대 풍경(8월 12일 촬영) ⓒ 최병렬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안양역 앞에 실존했던 미륵당 사진을 기록한 민속학자 석남 송석하(1904~1948)는 경남 울산 출생으로 일본의 도쿄대학을 중퇴하고 귀국 후 조선민속학회를 창설하고 8·15 광복 후에는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1946년 국립민속박물관(현 민속박물관)을 설립했다.

특히 석남은 '한국민속학'이란 학문을 창시한 인물일 뿐 아니라 당시에는 보기 드문 카메라를 이용해 사라져가는 민속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체계적으로 분류·관리함으로 '한국 최초의 영상 민속학자', '한국 최초의 아키비스트'라고 불리고 있다.

또한 석남은 한국 민속에 대해 현지조사 및 연구를 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수많은 자료와 유물을 수집하여 남겼으며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6월 송석하의 사진 컬렉션 1761장을 정리해 '처음으로 민속을 찍다' 제목의 전자책(DVD)으로 펴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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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이 펴낸 '처음으로 민속을 찍다' 전자책(DVD) ⓒ 인터넷화면캡처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석남 #송석하 #안양 미륵당 #안양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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