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주변에는 관광지인 까닭에 여기저기 위락시설이 많다.문종성
거대한 폭포수는 이 슬픈 전설에 당위성이라도 부여한다는 듯이 차갑고도 맹렬한 기세로 쏟아져 내렸다. 높이는 50m에 불과하지만 900m에 이르는 너비에서 쏟아지는 분당 370만 리터의 물소리가 만들어내는 협주곡은 좌중을 압도하고도 남을만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천둥소리를 낸다는 인디언들의 얘기가 과히 과장되어 보이지 만은 않았다.
토론토를 스쳐 지난 후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겠다는 일념에 종일 콜라만 9캔 마시고 밤중에 폭포에 다다를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도 세계 3대 폭포를 꼭 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당분의 힘을 빌린 채 달렸다. 행여 궂은 날씨로 북미의 자존심을 온전히 보지 못할까 노심초사 했던 것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나는 설렘
나이아가라에서 '나이야 가라' 따위의 촌극은 하지 말자고 혼자 썰렁하게 되뇌어 본다.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서면서 그 장엄한 폭포를 보기도 전에 지축을 흔들만한 소리는 심장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었다. 분명 가청 주파수를 넘나드는 소리였겠지만, 나의 온 신경은 오히려 그 소리를 향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환상적이기에 전설을 만들어내고 또 연 천 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걸까? '기대 반 궁금 반',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치 고등학교 때 첫 미팅에 나가던 순간의 호기심과는 감히 비견할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드디어 나이아가라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감탄사를 내뱉기 보다는 그저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물이 만들어내는 자연예술을 바라보았다. 해거름 후에도 다행히 전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위풍당당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귓전을 때리고 다시 한 번 심장에서 요동친다. 멀리서 보기에도 웅장했지만 더 가까이에서 바라본 나이아가라는 좀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온 에너지와 집중을 다해 음미할 수 있도록 말문까지 막아버렸다. 최고였다. 지금까지는 상해·홍콩·뉴욕 등의 스카인 라인을 보고 환호했지만 인간의 기술로는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자연경관이기에 다가오는 감동의 의미는 남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