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조작’ 터뜨리는 방송사들은 책임 없나?

학위 조작한 유명인들을 다루는 대중매체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등록 2007.08.15 10:11수정 2007.08.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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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가 학위 조작 사건으로 난리다. 신정아 씨로부터 불거졌던 사건이 일파만파다. 정말 가관이다. 이런 열심(?)도 한국이니까 가능한가 싶다. 한 번 불거지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한국식(?) 연쇄 반응 말이다.

이 지면에서조차 여러 사람들이 말하고 있듯 학위를 조작하는 사회, 학위를 조작해서라도 학위를 내세워야 인정받는 사회, 실력이 없어도 학위만 있으면 어디든지 통용되는 사회, 고학력이면 만사형통이 될 수 있는 사회 등이 만든 기현상이라고 굳이 꼬집어 말하고 싶진 않다.

또한 학위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속인 사람들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이 일련의 사태에서 보여준 언론, 특히 방송 매체들의 태도가 과연 바른 것인가에 대해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마치 승냥이가 먹이 냄새를 맡고 몰리듯 몰리는 언론과 방송들의 작태가 이 사건에도 터져 나오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신정아 씨 사건을 시작으로 사회 저명인사들과 연예계 사람들이 줄줄이 물망에 오른다.

평범한 우리로선 마치 그런 사람들을 누가 일부러 전문적으로 사냥이라도 하러다니지 않나 싶을 정도다. 그런 정보들은 도대체 누가 어디로부터 캐내고 다녔을까. 그런 문제가 오늘날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닐 텐데 요즘 마치 유행이 번져나가 듯 봇물이 터지는 것은 신기하다 못해 기이하다 싶다. 솔직히 ‘황우석교수 사건’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인지 모를 일이다.

‘이창하 씨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창하 씨는 대중매체가 키운 스타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대중매체, 특히 방송이 만들어낸 자신의 작품을 두고 이제는 불량품이라고 흠집 내는데 혈안이 되는 꼴이 아닌가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위 조작에 연루된 유명인들이 다들 방송의 열매들이 아니었던가. 자신들이 실컷 떠들어대며 키워왔던 사람들을 학위조작이란 이름으로 또 한 번 재미 보려는 생각이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런 것을 터뜨린 방송사나 대중매체가 직접 관련이 된 곳이 아니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같은 대중매체로서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더 기가 찬 것은 지난 14일 오후 9시경 'TV N'이라는 채널에서 방영하는 ‘이창하 씨 학위조작’ 관련 방송이다. 그 방송에선 이창하 씨의 어린 시절 살던 곳, 어린 시절 다니던 학교, 이창하 씨의 사생활을 잘 아는 사람 등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이창하 씨가 인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혈안이 되는 모습이 비친 것이다.

솔직히 이창하 씨의 학위 조작에 대한 사실을 다루고 그에 대한 심판을 받게 하면 그만이지 무슨 사람을 파렴치하고 죽일 사람인 것처럼, 인격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시각으로 몰고 가는 방송태도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한때는 방송이 이창하 씨를 아주 좋은 이미지의 대명사로 만들어 팔아먹더니 이젠 파렴치범으로 밑바닥까지 몰고 가려고 작정한 듯이 보인다. 과연 지금 자신들의 방송이 안 했으니 우리 방송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두에도 말했지만 나는 학위를 조작한 사람들에 대해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들이 학위를 조작했으니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 사안들을 다루는 대중매체들의 태도는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만들었던 스타로 인해 사회에 물의를 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하는 맘으로 학위조작에 관한 사태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작정한 사람들처럼 몰려다니지 말고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될 공통의 문제로서 접근해야 되지 않을까 말이다.

학위와 학벌 지상주의에 대한 심각한 자성 없이 만드는 ‘학위조작 연루설 방송’은 자기반성 없는 허공 치는 메아리인 게 분명하다. 또한 국민들을 상대로 눈에 띄는 이슈를 터뜨려 시청률 올리고 장사하는 것 밖에 되지 않나 싶다.

아무쪼록 냄비 근성으로 가십거리 다루듯 이 문제를 다루는 방송과 대중매체는 자중해주기를 바란다.
#학위조작 #이창하 #방송 #냄비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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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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