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은 결코 영해개념이 아니다. 남북 정상이 이에 대해 '남북공동어로수역' 활용이라는 큰 틀에서 합의하고, 세세한 것은 국방장관회담이나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적합하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한국외대 부총장)는 최근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거론되고 있는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남북 사이에 합의하고 동의한 선이 아니고 유엔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선이며, 더구나 북측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상경계선으로 결코 획정될 수 없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장희 대표는 16일 <참말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8·28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의의와 의제 등 폭넓은 견해를 밝히고, "우리 민족에게 소중한 기회인 만큼, 진보와 보수 정파를 초월하여 국민적 지혜를 모아 반드시 성공시켜 남북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장희 대표는 북방한계선과 관련,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남북기본합의서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부속합의서 제10조도 이것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제10조는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경계선은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분명한 것은 남북 사이에 해상경계선은 아직도 미해결이고,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는 점"이라며 "여기서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의 범위란 쌍방이 합의하고 인정한 구역으로, 북방한계선이 해상경계선이 되려면 쌍방이 합의하고 인정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해상경계선에 결코 포함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법·해양법상으로도 영해로 볼 수 없어... '영해 침범' 아닌 '월선'"
이장희 대표는 또한 "북방한계선은 국제법 해양법상 영해로 볼 수 없다"며 "유엔군사령부조차도 북방한계선 위반을 국제수역의 월선이라고 만하고, 영해 침범이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북방한계선이 선포된 배경은 유엔군사령부가 남측 해군력의 의도적 북진을 우려한 나머지 남북한 무력충돌방지 차단선이라는 안보적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그은 것이 확실하다"며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그은 것이기에 영해를 획정한다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해5도가 모두 북한 육상 및 도서로부터 12해리 안에 있기에 영해획정선을 그으려면 남북 양측의 중간선을 택해야 한다"며 "이것은 반드시 쌍방이 합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장희 대표는 북방한계선 해법으로 '남북공동어로수역'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매우 민감한 의제이긴 하지만, 북측이 제의한다면 평화적 이용안을 적극적으로 협의해 볼 수 있다"며 "남북 쌍방이 잠정적으로 평화통일 시점까지 새해 5도 주변의 1해리를 섬연안수역으로 인정하고, 그 나머지 수역에 대해서는 남북경협차원에서 '남북공동어로수역' 설정 등 평화수역협정을 체결하여 공동 관리하자는 제안도 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남측이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이 대표는 "남북이 평화체제 구축의 실질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은 보장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제법적으로도 정전협정의 서명당사자와 평화협정의 당사자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남측이 냉전시대에 우격다짐으로 쌍방사이에 남북 간 해상경계선으로 고집하여 왔다"며 "남측의 배타적 해양관할권이 미치는 영해적 관점에서 보고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보수진영의 '의제화' 반대에 대해 "북방한계선 문제로 인해 남북관계가 한 치도 앞으로 발전하지 않는 데 대한 모든 역사적 책임을 한나라당이 책임질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중요한 것은 상호 평화공존관계를 발전시켜 평화통일로 잘 발전시켜 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장희 상임대표는 2차 정상회담 의의에 대해 "핵문제가 가닥이 잡히고, 북미관계가 진전되는 이 순간에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6·15공동선언 채택 7년 동안 남북 간 교류협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고, 금년 2·13 핵합의 이후 북핵문제 초기이행조치가 가닥이 잡히는 등 제2차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의 핵심인 의제와 관련, 이장희 상임대표는 "의제는 원래 상대가 있기에 현재로서 아무도 단정적으로 확정할 수가 없다. 다만 8월8일 정상회담 약속 합의문의 목적(평화, 번영, 통일)에서 추측해 볼 수 있다"며 ▲평화체제구축문제 ▲남북경협문제 ▲통일문제 ▲이산가족문제를 포함한 인도적 문제 ▲실질적 군사적 신뢰구축문제 등을 꼽았다.
논란이 일고 있는 핵문제에 대해 이 대표는 "매우 중요한 의제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상대인 북측이 6자회담과 북미 간에 다루길 원하고, 남북 사이에 다루는 것을 꺼린다"며 "중요한 것은 핵문제 때문에 다른 주요 의제를 다루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장희 상임대표는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온 겨레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만남자체를 넘어 남북관계를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한다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7.4공동성명(1972), 남북기본합의서(1992), 6.15공동선언(2000) 등 지금까지 합의사항 실천 천명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 등 4대 공동위원회 가동 명시 ▲남북 화해와 통일을 가로막는 법령개폐 약속 등을 주문했다.
이장희 교수는 국제법 전공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대외부총장과 (사)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외대 법과대학장, 대한국제법학회 회장, 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 회장 등을 역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말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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