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붉은 십자가 네온사인을 내려라

기독교 위기극복 십계명을 제안한다

등록 2007.08.18 16:04수정 2007.08.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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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인천에 있는 한 교회와 인근 주민 사이에선 교회 철탑 위에 세워진 붉은 십자가 네온사인을 놓고 민원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그 십자가 철탑은 주변 고층 아파트들을 압도하는 한편, 밤이 되면 네온 십자가와 함께 철탑 전체에 불을 켜 놓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것이 조망권을 방해하고, 밤에는 빨간 네온사인 불빛 때문에 수면권이 침해된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그 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교회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리고 엊그제 강풍으로 한 교회 십자가가 매달려 있는 대형 철탑이 무너지면서 인명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특별한 건축규정도 없이 교회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설치하는 철탑으로 언젠가 흉기로 돌변할지 모르는 이 철탑의 철거를 건의하는 네티즌들의 청원운동이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이는 자연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기독교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과거의 단군상 훼손, 각종 사찰의 훼불사건, 그리고 최근엔 피스컵 반대,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아프카니스칸 선교단체 납치사건 등에는 기독교가 국민적 비판의 중심에 서 있었으며, 이제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그와 같은 마찰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형국으로 변하고 있었다.

가히 기독교(개신교)의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이미 기독교는 통계적으로도 가톨릭, 불교에 비해 신자수가 늘지 않고 오히려 감소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독교계 내외에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개혁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입장에서 기독교 위기극복을 위한 '십계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기독교는 초종교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타종교의 구원관을 존중하고, 함께 하나되기 위한 종교를 초월한 포용심을 가져야 한다. 석가탄신일에 축하 메시지도 보내고, 이슬람 성일에도 축하사절단을 보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초종교 운동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인의 실천궁행인 것을 알아야 한다.

2.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구약 십계명보다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신약 예수의 말씀에 치중하라. 이집트를 탈출하는 유대인들의 절체절명의 행동수칙이었던 십계명이 왜 시대적 배경이 너무도 다른 한국사회에서 율법화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 진일보한 2천년 전 '원수를 사랑하라'는 신약 예수의 말씀을 더 강조하라는 것이다.

3. 기득권을 버리고 교회일치 운동에 전력하라. 특별히 큰 교리상의 차이도 없이 한국 교회만 100여개 이상으로 갈려 무분별한 경쟁적 교회증설로 이어지니 어느덧 교회가 하나의 '종교 공해'가 되어 버렸다. 이와 같은 한 하나님 앞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벗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는 교회일치에 전력해야 한다.


4. 조용한 교회를 지향하라. 그러기 위해선 외식성 통성기도와 고성방가 부흥회를 자제해야 한다. 나의 시끄러운 기도 그리고 고성방가 부흥회는 일시적 흥분으로 다른 사람의 신앙을 방해하는 외식성 교만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수의 말씀처럼 골방에 앉아 조용히 기도하라. 묵상의 고백을 통한 기도회가 더더욱 은혜롭다는 점을 기억하라.

5. 기독교만의 배타성을 탈피해라. 우선 교회 철탑 위 붉은 십자가 네온사인을 내려라. 다방보다 많은 교회마다 경쟁적으로 높이 올린 검붉은 십자가를 하늘에서 본다면 그것은 '거대한 공동묘지'로 바뀐다. 붉은 십자가 네온사인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노방전도를 금지하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칠수록 '예수지옥 불신천국'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는 민심을 기억하라.


6. 비인가 신학대학, 불법 기도원, 위험지역 선교활동 등 국법을 준수하라. 이제 기독교가 남의 허물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전국에 산재한 불법(不法)사항을 기독교가 나서서 자정(自淨)하라. 국법을 무시하는 하늘백성을 언제까지 자랑할 것인가.

7. 무분별한 이단 사이비 정죄를 삼가하라. 알고 보면 예수도 2천년 전 이단 사이비였던 것이 엄연한 역사였다. 언제부터 기독교가 정통이었던가. 물론 그간 이단 사이비 정죄가 사회정의에 이바지한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기독교 = 배타적'이란 등식을 부채질해 왔다. 따라서 무분별한 이단 사이비 정죄를 지양하고, 기독교 자체개혁까지도 논할 수 있는 폭넓은 운동으로 방향을 선회하라.

8. 대형교회를 중단하고 작은 지역밀착형 교회로 변모하라. 양적인 성장만을 지향하는 대형교회는 인간적 교제를 어렵게 하는 외식성 신앙의 극치이다. 작은 지역밀착형 교회로 변모하여 이웃간 사랑과 봉사를 나누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9. 투명한 회계관리와 함께 납세의무를 다하라.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떳떳한 백성이 되었으면 한다. 투명한 회계관리 시스템 도입이야 말로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성직자 납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유화된 교회가 가장 부패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

10. 선교성 국내외 봉사활동을 중단하라. 선교를 위한 봉사, 봉사를 위한 선교, 모두가 지양되어야 한다. '기독교'의 '기'자도 꺼내지 않는 100% 순수한 봉사가 아니라면 차라리 선교활동을 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dailyreview.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www.dailyreview.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장로교 #아프카니스탄 #이슬람교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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