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돌아오라 조선의 아름다움이여

안산 둔대리 고 박용덕씨 고택를 찾아서

등록 2007.08.19 17:21수정 2007.08.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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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전통가옥은 이제 흔하지 않다. 소유자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서 그러하다고 하기 전에 국가의 문화재정책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문화재로 지정이 되면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쥐꼬리만한 예산을 주고 나서 자기재산이라도 손가락 하나도 함부로 대지 못하며 더구나 재산권 행사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가옥은 둔대리에 있는 고 박용덕씨 고택이다. 박씨는 2000석꾼 부호로서 선친이 1800년대에 건축한 것이다.

a ▲ 150년 세월에도 아름다움을 변치 않는 고 박용덕씨 고택

▲ 150년 세월에도 아름다움을 변치 않는 고 박용덕씨 고택 ⓒ 라영수

또 고택은 안산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교회인 둔대리교회와 바로 이웃하고 있으며, 이 교회도 박용덕씨의 출연으로 1904년에 설립되었다.

a ▲ 1904년에 설립된 안산에서 가장 오래된 둔대교회

▲ 1904년에 설립된 안산에서 가장 오래된 둔대교회 ⓒ 라영수

a ▲ 둔대교회 100주년 기념헌시

▲ 둔대교회 100주년 기념헌시 ⓒ 라영수

아름다움은 고택(陽宅)의 위치에서부터 온다. 포근히 사람을 맞는 자세로, 그러나 위엄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앞채가 방문객을 아늑히 맞이한다. 고택을 처음 보고 “아! 안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니!” 절로 탄성이 앞섰다.

그러나 아름다운 집에 어울리지 않는 젊은 여인 둘이 툇마루에서 앉아 내려다보며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8월의 궂은비를 처마 밑에서 피하며 방문 목적을 여인들에게 말하고 설득시켜 겨우 툇마루에 앉았으나, 역시 촬영은 사양이다. 그 이유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주인의 뜻을 존중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카메라맨은 어느 경우든 카메라를 대야 한다는 것을 모르나 보다.


현재의 행정구역으로 군포시 둔대동이나, 모든 면이 안산과 밀접하다. 사방이 산으로 아늑히 둘러싸인 이 곳은 풍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양택명당이 이런 곳이구나”라는 느낌을준다.

a ▲ 멀리서 본 고 박용덕씨 고택

▲ 멀리서 본 고 박용덕씨 고택 ⓒ 라영수

툇마루에나마 걸터앉아 이곳저곳을 살피니 고택을 상징하는 기와는 플라스틱 기와로 바뀌었고, 고색이 창연한 기와는 쓰레기더미처럼 싸여있거나 마당 위에 엎어놓아 조경(?) 용으로 깔아 놓은 것이 보인다.

a ▲ 측벽도 차양이 벗겨져 비가들이친다

▲ 측벽도 차양이 벗겨져 비가들이친다 ⓒ 라영수

측벽은 비에 젖도록 차양이 없으며 잡동사니로 덥혀있다.

a ▲ 방치된 고색창연하 기와들

▲ 방치된 고색창연하 기와들 ⓒ 라영수

툇마루에 앉아 비 오는 둔대리 들을 내려다보았다. 그 운치는 몇 백 년 전 자리에 앉아서 들을 내려다보던 옛 어른들의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빗물이 곧바로 석가래를 적신다. 겨우 툇마루를 허락받은 처지에 안채를 보자는 청을 할 수 없었다. ‘ㅁ’자 집으로 안채는 더욱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터여서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a ▲ 마당조경용이 된 고색창연한 기와

▲ 마당조경용이 된 고색창연한 기와 ⓒ 라영수

시간과 공간 그리고 하늘과 사람이 하나로 통하는 아름다움의 극치! 그것은 한 겨레가 하나같이 가지고 있는 지고지선의 경지였다. 난간이며 처마며 어느 것 하나 정겹지 않은 것이 없다. 언제쯤 되면 시민들 모두가 조선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어두운 가슴을 안고 돌아서는 길에는 8월의 궂은비가 더욱 세차게 내렸다.

a ▲ 아름다운 집을 보고 돌아서는 사람들에게 어두운 여운을 남긴다

▲ 아름다운 집을 보고 돌아서는 사람들에게 어두운 여운을 남긴다 ⓒ 라영수

덧붙이는 글 | 주인들이 문화재지정을 기피하는 이유를 소상히 조사하여 국가의 대책이 옳바르게 따르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주인들이 문화재지정을 기피하는 이유를 소상히 조사하여 국가의 대책이 옳바르게 따르기 바란다
#사라지는 문화재 #박용덕 고가 #안산 둔대리 #안산 최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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