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일요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제3회 칠석문화제가 열렸다김 기
현대화의 가속 속에 24절기가 현대인의 뇌리에서 점차 희미해져 가지만 그래도 칠월칠석은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 담긴 배경 신화를 가진 탓에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되는 절기이다. 그러나 견우와 직녀의 만남 외에도 칠석날은 아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천제(天祭) 중에서는 유일하게 여성이 제관이 되는 아주 특이한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이때쯤 나는 오이, 가지, 애호박 등을 직녀에게 바치기도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해준다. 음력 칠월 칠일은 양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날이다. 그것은 곧 세상이 음기의 지배로 전환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칠성 중 직녀성 즉 직녀에게 양기를 상징하는 가지 등을 진설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저녁 해질 무렵에는 달도 함께 뜨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삼복과 입추 후에 오는 칠석은 그밖에도 지금은 잃은 많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있다. 과거 농경사회의 노동절이라 할 수 있는데, 음력으로 2월 1일과 칠석날에는 머슴날이라 하여 본격적인 농사일을 앞두고 하루 걸진 휴식을 제공했다.
오랜 장마 끝에 찾아오는 칠석 때 선비들은 눅눅한 서책을 내다 말리기도 했으며, 아낙들은 새벽에 과일을 상에 올리고 바느질 솜씨를 좋아지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기도 했다. 이를 걸교(乞巧)라고 한다. 또한 '칠석날은 소질금물(외양간 거름물)도 약이 된다'란 말이 있듯이 이 날 내리는 물이 몸에 좋은 물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목욕하기는 물론 술빚기, 장담그기 등과 함께 차를 달여 칠석제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