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한빛고등학교에서 주최한 섬진강도보행사에 3박 4일동안 참여했다.한빛고등학교
딸아이가 여름방학을 맞이하면 그때만은 꼭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남편과 저는 무리를 해서라도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그리하여 7월 8일 서울로의 이사를 마쳤고, 이번 여름방학을 딸아이와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말이면 딸아이와 저는 마치 친한 친구처럼 영화관을 가거나, 한강변을 찾아가 시원한 강바람을 쐬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에 나가 쇼핑을 하면서 딸이 골라주는 옷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3일은 엄마가 근무하고 있는 학원에 나와 영어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며 나누는 이야기는 그동안 엄마로서 딸에게 해 주지 못한 마음의 빚을 씻어내는 듯했습니다.
엄마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면서 족집게로 뽑아주기도 하고, 그동안의 학교생활을 이야기하며 딸과 보냈던 여름방학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주섬주섬 살림살이를 종이박스에 싸서 이번 토요일 아침 택배로 보냈습니다.
이제 월요일인 오늘 오후 1시에 서울역에서 학교까지 대절한 버스를 타야 하는 딸아이에게 '어떤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줘야 하나'하는 생각으로 비몽사몽 꿈속을 헤매는 새벽, 딸아이가 저를 흔들어 깨웁니다.
"엄마! 엄마! 우리 학교 개학이 폭염으로 일주일 연기 됐데요."
"아니 정말이야? 이게 무슨 일이라니?"
잠결에 벌떡 일어나서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들여다보니 오늘(8월 20일) 오후 6시까지 학교에 귀교해야 하는 기존의 공지사항이 이번 일요일인 8월 26일 오후 6시까지 귀교하라는 내용의 '개학 연기 공고'로 실려 있습니다.
오늘 아침 담임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딸아이를 보면서, 그래 세상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며칠 전 제가 <오마이뉴스>에서 마련한 볼쇼이 아이스쇼에 시민기자 초대 이벤트에 당첨된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딸과 함께 관람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덜컥 당첨된 후, 오늘 오후 딸아이가 훌쩍 떠나버리면 '누구랑 함께 가지?'하고 아쉬워했는데 말입니다.
아마 그동안 딸아이에게 하지 못한 엄마 노릇 멋지게 하라는 하늘이 준 기회인 듯합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볼쇼이 아이스 쇼를 관람할 수 있는 23일이 기다려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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