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8월말과 10월초 뭐가 다른가?

"남북주도 기회 놓쳐" - "북핵문제 부담 덜어"

등록 2007.08.20 12:23수정 2007.08.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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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김양건 북측 통일전선부장은 8월 5일 평양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서명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김양건 북측 통일전선부장은 8월 5일 평양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서명했다.청와대 제공

2차 정상회담이 북한 수해로 갑자기 연기됐다. 8월 28일~30일에 열리는 것과 10월 2일~4일 열리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

일단 8월 말은 여러 국내·국제적 일정을 감안해 볼 때 좋은 시점이었다. 국내적으로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하지만 그래도 8월말이 10월초보다는 피해가기가 쉽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예정대로 28일~30일 만난 뒤에는 굵직한 국제적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9월 5일~9일까지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회의가 열린다. 이어 9월 중순께는 6자회담 본회의, 9월 말 6자 외무장관회담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어 9월말에서 10월 초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었다.

남북한 간에도 9월 중순 22차 장관급 회담을 비롯해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뒤에는 남북 국방장관급 회담이 열려 양 정상이 합의한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와 관련한 실무적인 일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2차 정상회담 연기로 남북한간 당국 회담도 영향을 받게됐다.

김남식 통일부 공보관은 "9월 중순 예정됐던 남북 장관급 회담도 연기될 것으로 본다"며 "수해 때문에 북한이 정상회담을 연기할 정도로 여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창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은 "8월말에 정상회담을 열었으면 9월달에 열리는 일련의 국제 회담 및 그 성과를 남북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북한도 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낸 뒤 국제적으로 이미지를 높이고 대북 지원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쉬웠을 텐데 이 기회를 놓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10월이면 대선과 너무 가까워 정치적 논란이 클 것이고, 무엇보다 참여정부가 정상회담 후속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도 힘들다"며 "사실상 다음 정권에 넘기게 된다, 8월말에 했다면 참여정부가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하고 이를 자신의 성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정상회담 연기와 관련된 이면합의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김 위원은 "1차 때는 대북 송금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북한에 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일텐데 이면 합의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면서 "북한 입장에서도 8월 정상회담 개최가 효과 극대화에 좋다"고 분석했다.

"6자회담 잘되면 되레 정상회담 부담 준다"

그러나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8월말과 10월말은 일장일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2차 정상회담에서 핵문제에 대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9월달 북핵 관련 회담이 잘 진행된다면 그런 부담감을 떨칠 수 있다"며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성과가 있으면 남북 정상회담은 홀가분하게 경협 문제 등에 집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7~18일 중국 선양에서 열렸던 6자회담 비핵화 실무그룹회의에 북한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18일 "우리는 모든 핵계획과 핵시설들을 다 투명성 있게 신고하겠다"고 밝히는 등 분위가 괜찮았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9월 6자회담 등에서 경수로 비용 문제가 논란이 된다고 하면, 남북정상회담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0월초는 대선이 가까워 남북 정상회담의 효과는 더 극적"이라며 "이미 정치적 논란은 벌어졌다, 정상회담은 한편으로는 여야 모두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정치적 논란은 시기가 언제든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상회담이 10월초로 연기되어 더욱 더 이 점이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미 국내·국제적으로 남북 정상회담 '모드'이기 때문에 시기가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 정상회담의 과제중의 하나는 향후 남북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의제 설정'과 로드맵 구성에 있다"며 "따라서 실제 집행은 다음 정권에 넘어간다, 현재 국제적 흐름을 본다면 설사 야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남북관계의 큰 방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 위원은 "시기 때문에 야당이 정상회담을 우려하는데 사실 이 문제만 아니라면 그들이 정권을 잡는데 해도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 때문에? 이면 합의 있을 것"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6자회담은 철저하게 미국과의 직접 협상장으로 인식하고 행동하고 있다"며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의 연계는 간접적이지 직접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풀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월초면 이미 여야 대선 후보가 결정된 상태로 정치적 효과가 직접적이고 논란도 더 클 것"이라고 말한 그는 북한의 정상회담 연기 사유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한 국가의 정책 결정은 단지 한가지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 수해 뿐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14일 남북정상회담 준비 접촉 때 최승철 북한 통전부 부부장은 평양에서 별 문제 없이 2시간 30분만에 개성에 도착했다. 14일이라면 북한이 한창 수해 피해를 입고 있을 때인데 북한은 선선히 노무현 대통령의 육로 방북에 동의했다.

개성-평양간 고속도로가 피해를 입었다면 노 대통령에게 항공편을 통한 방북을 제의할 수도 있었다. 또 평양에 간 노 대통령이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백화원 초대소와 몇 군데 참관하는 것이 고작일 텐데 과연 수해 때문에 정상회담을 연기한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일까 의심된다는 것이 남 교수의 견해다.

남 교수는 "김만복 국정원장이 정상회담 협의차 개성을 방문해 4일~5일 이틀간이나 묵었는데 겨우 A4용지 반쪽짜리 합의서만 공개됐다"며 "과연 김 국정원장이 이 정도만 합의했겠는가? 다른 이면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면 합의에 대해 남쪽이 해결해주면 10월 초에 정상회담을 할 것이고,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을 안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들이 원래 예정했던 회담을 미룬 뒤 성과가 좋은 경우보다는 나쁜 경우가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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