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이슬람은 우리와 같이 한(恨)이 있는 민족이에요. 18세기 아프간 왕국은 내분으로 쇠퇴했고 19세기에는 러시아와 식민지 인도를 지키려는 영국의 제국주의 다툼에 휘말렸어요. 오랜 외세 침탈을 겪으면서 그들은 고아가 됐고 전쟁을 겪어야 했죠.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그들은 약탈과 납치로 생존을 도모하는 무리로 전락했습니다. 탈레반도 역사의 희생자들이에요. 이슬람은 이슬람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페미니스트 여성 신학자 현경(51) 미국 유니언신학대 교수가 21세기 세계 평화의 핵심인 종교 간 화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이슬람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터키, 케냐, 시리아,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이슬람 15개 나라 순례 길에 올라 무슬림 평화 운동을 하는 여성들을 만났다. 미국의 반이슬람 정서를 극복하고 문명 간의 대화를 온몸으로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이슬람의 눈으로 세계사를 읽는 법을 배웠고 이슬람 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반했다.
순례하는 내내 만났던 이슬람 여성들은 놀라움 자체였다. 외세의 억압과 침탈 속에서도 꿋꿋이 그들의 권리를 지켜내고 있었다.
바레인의 여성운동가 와지하 알바하라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은 생명의 책이다. 코란에 나타난 참다운 이슬람의 뜻을 따른다면 여성은 신앙의 힘으로 이슬람 안에서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다”고 피력했다. 실제 코란은 딸의 재산권과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장한다.
현경 교수는 코란에 적힌 대로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 이슬람의 딸들을 이내 사랑하게 되었다. 순례 중 일시 귀국한 그는 지난 8월 15일 (사)문화세상 이프토피아가 주최한 강연회 ‘행복을 피우는 살림이스트’에 참석해 탈레반 인질 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기독교인이 개종을 위한 선교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교는 필요한 활동이지만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대의 향기가 내 가는 모든 곳에 느껴지듯이, 내 향기가 그대의 그림자이듯 그대 가는 모든 곳에 따라가면 좋겠네.’ 가수 한영애의 노래 ‘따라가면 좋겠네’ 가사처럼 선교는 향기를 따라가듯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강연회를 찾은 100여 명의 여성에게 현경 교수는 이슬람인이 이상적인 국가를 ‘한국’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슬람인은 전쟁과 군사독재를 겪으면서 잿더미가 되었던 한국이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를 이뤄내고 눈부시게 성장해낸 역사를 알고 있고, 한류 바람도 불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경 교수가 국가들을 순례할 때마다 이슬람 여성들은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가수 비와 장동건의 안부를 물었다. 그는 이슬람 순례 길 내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한다.
8월 19일, 그는 이스라엘로 다시 떠난다. 이슬람 국가를 다녀보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보지 않고는 여정을 끝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종신 교수가 된 그는 이제 이슬람이 관용, 자비, 정의, 평화의 종교라는 새로운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를 향해 수많은 여성이 평화의 인사말을 건넨다.
“앗살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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