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시간. 항상 농장에서 수확한 재료로 만들어진다.이현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가브리엘씨의 농장에서는 그곳에서 생산된 것만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식사는 모두 농가에서 재배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우유와 치즈 등으로만 이루어진다.
가브리엘씨의 유일한 소득은 토요일마다 베르나이(Bernay)시의 주차장과 거리에서 열리는 주말 장터에 나가 농가에서 재배하고 생산한 것을 판매하는 것이다. 장터에는 대부분 판매만을 주업으로 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가브리엘씨는 유기농을 이용한 채소와 자연 치즈를 판매하기 때문에 규모는 영세하지만, 가브리엘씨의 농산물을 아는 사람들이 주로 들러 물건을 사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농가에서 직접 만든 유제품을 특별한 상품화 과정 없이 어렵지 않게 내다 팔 수 있는 것 또한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애초에 소비가 거의 없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적은 수입에도 크게 부족하지 않게 살고 있는 농가의 모습.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이 이번 우프에서 내가 경험한 가장 소중한 체험이라 생각한다.
도시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는 우프 생활을 하면서 어떤 금단현상 같은 것이 있었다. 슈퍼마켓에 가서 무언가를 사 먹고 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일어나, 어떤 날은 자전거를 타고 30분을 가야 나오는 옆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구멍가게를 찾아가 초콜릿과 맥주를 사먹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또 다른 방식
이렇게 나는 2주간의 프랑스 농가 우프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며칠간의 프랑스 여행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항공료와 농가를 찾아가기 위한 기차요금, 슈퍼마켓에서 사먹은 초콜릿, 맥줏값 이외에 우프기간 중 소요되는 비용은 따로 없었다(프랑스에 처음 도착한 날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나에게는 막대한 비용손실이 있긴 했지만).
양질의 신선한 먹을거리로 식사를 하고,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 노동하며 오랫동안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우프 프로그램은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즐기는 배낭여행 일정 중간에도 한 번 추가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경우 어딜 가나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요즘이지만, 가능한 많은 곳을 찍고(?) 가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배낭여행 안내서에 소개된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방문국가를 조금 줄이는 대신 내가 관심 있는 국가에서의 우프체험을 2∼3주 정도 끼워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일정량의 노동을 해야 하지만 이것 또한 도시인들에게는 좋은 휴식이 될 수 있으며, 그 나라 사람들의 실제 생활을 속속들이 함께 경험하고, 더불어 여러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돈 한 푼 안들이고 가질 수 있다면 분명 매력적인 프로그램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더불어 우프 프로그램을 돈 안 드는 대체 어학연수 프로그램으로 소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외국어를 연습할 수 있다는 점은 우프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생활의 일부이지 이것을 주된 목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다면 농가에서의 노동과 단순한 농촌의 생활이 한없이 지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 | 우프 체험과정의 고려사항 | | | | ▲ 우프 농가에서 때로는 매우 힘이 많이 드는 일을 장시간 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일한 농가의 소개자료에는 주 6일, 하루 6시간의 노동을 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하루 약 8시간 정도의 노동을 하였고, 안타깝게도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만 했다. (나는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았다. 우선 대체로 노동강도가 그리 세지 않았고, 농가의 일이라는 것이 사무실 일처럼 퇴근시간 땡! 하면 손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을 덜 한다고 해도 이곳에서는 달리할 일이 없었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적은 비용으로 마음껏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농장주의 욕심이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노동강도 또는 노동시간을 농장주가 요구한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언제든지 농장주와 협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우프 프로그램의 기본 원칙이다. 협의를 통해 만족할 수 있는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농가를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 또는 이 농가에 있는 동안 다른 우프 농가를 찾아 옮겨 갈 수도 있다. 따라서 우프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그곳에서 할 일의 성격과 노동량, 숙식환경 등에 대해서 사전에 농장주와 충분히 협의를 할 필요가 있겠다.
▲ 우프는 나의 노동력을 성실히 제공하고 잠자리와 식사 등을 제공 받는다는 상호교환을 주 내용으로 한다. 여유 있는 농가가 도시인 또는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체험관광 프로그램이 아님을 숙지해야 한다. 따라서 우핑 기간 중 주말엔 농장주와 함께 주변 관광을 한다든가, 마을주민들과의 문화적 교류프로그램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
▲ 지나치게 짧은 기간(일주일 이내)의 우프 체험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각 농가에서 제시하는 최소체류기간 요건을 참조하여 일정을 준비한다.
단, 고용주-피고용인 간의 계약은 아니므로 비교적 자유롭게 우핑 기간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핑 기간 중 며칠은 농가를 떠나 여행을 하다가 다시 돌아온다든지….)
▲ 우프는 기본적으로 해당 농가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우프 농가는 일반적으로 고소득 농가가 아니다. 농가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 | | |
덧붙이는 글 | <참조 웹사이트> 세계우프협회 http://www.wwoof.org , WWOOF Korea http://www.wwoof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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