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정방폭포에 걸린 오색 무지개

[여행] 불로초의 전설이 서린 정방폭포

등록 2007.08.24 14:49수정 2007.08.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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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 워>엔 인상적인 폭포 하나가 나온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 웅장하게 내리 꽂히는 그 폭포는 제주도의 3대 폭포 중 하나인 ‘정방폭포’이다. 천지연, 천제연 폭포와 더불어 정방폭포는 제주도 여행 시 필수 코스일 정도로 유명한 폭포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로도 유명하다.

a 바다와 만나는 정방폭포

바다와 만나는 정방폭포 ⓒ 김대갑

높이 23m, 너비 8m, 깊이 5m의 못을 가진 이 폭포는 정방하포라고도 불리며 제주도 12경승지인 영주 10경의 하나이다. 정방폭포는 한라산을 등진 채 제주도 해안의 울울창창한 녹음을 끼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경탄을 자아낸다.

천지연 폭포와 천제연 폭포가 남성적인 웅장미를 자랑한다면 정방폭포는 여성적인 우아미를 가지고 있다. 또 바다와 어우러진 경치가 자못 신비로운 곳이다. 바다 위에 작은 조각배를 띄워 이 폭포를 바라본다면, 수려한 물줄기가 뒤쪽의 한라산과 오묘하게 결합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하여, 정방폭포를 보지 않고서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즐겼다고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시로 방향을 잡은 후, 성산·남원 방향으로 가면 그 누구라도 정방폭포를 만날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 급경사 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이 해안가에서 들려온다. 중간의 전망대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니, <디 워>에서 보았던 장면이 그대로 눈에 들어와 박힌다. 어쩜 저리도 절묘한지! 한쪽에는 비취빛을 자랑하는 바닷물이요, 또 한쪽에는 은 조각이 사방에 날리는 폭포수라. 더군다나 그 폭포수가 바다로 바로 흘러가니 도원 선경이란 바로 예를 두고 하는 말이다.

a 직탕 폭포의 위용

직탕 폭포의 위용 ⓒ 김대갑

북두칠성의 바가지로 저 물을 쏟아 붓는지, 아니면 금빛 양동이로 천수(天水)를 받아 한꺼번에 쏟아 붓는지 폭포수는 천상의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내리 꽂힌다. 그 수려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 사이로 너무나 뚜렷하게 보이는 오색 무지개! 폭포수가 내려오면서 바람을 만나 물 조각들이 사방에 날리고, 그 조각들이 은빛 찬란한 햇살과 어우러져 빛의 향연을 벌이는 것이다.

낮에 보는 무지개는 색감이 무척 화려하다는 특징이 있다. 가까이 가면 그 무지개는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환상이런가, 꿈일런가 그도 아니면 신기루인가. 무지개는 옥빛 구슬을 품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의 비늘처럼 생생하다. 아래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연신 물기둥을 때리면 무지개는 물 조각들에 자신의 색깔을 선명히 새긴다. 자연의 조화란 이다지도 깊은 감명을 주는 것이다.

a 폭포수가 만들어낸 오색 무지개

폭포수가 만들어낸 오색 무지개 ⓒ 김대갑

정방폭포에는 그 유명한 진시황과 관련된 전설 하나가 전해져 온다. 진시황의 신하인 서불이 동남동녀 오백명을 데리고 이곳으로 불로초를 캐러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서불이 폭군 진시황의 곁을 떠나고 싶어 일부러 제주도에 불로초가 있다고 속였다고 한다.


진시황은 서불의 말을 믿고 온갖 보물과 인원을 제공하였고, 서불은 이 재물들을 갖고 제주도로 유람을 온 것이다. 그는 실컷 제주의 절경을 구경한 다음, 정방폭포의 절벽에 ‘서불과차’라는 문자를 새겼다고 한다. 그리고는 서쪽으로 돌아갔는데, 여기에서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a 쌍둥이 물기둥이여!

쌍둥이 물기둥이여! ⓒ 김대갑

정방폭포 아래에는 흑 빛의 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앉아서 쉬기에 무척 좋다. 그 돌 위에 앉아 있노라면 폭포수가 내리면서 생기는 바람이 온 몸을 시원하게 적신다. 정방폭포는 수량이 많을 때는 절벽 전체가 물줄기로 변한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물기둥이 절벽에 바투 붙어 있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수량이 적을 때는 물줄기가 두 줄기로 갈라져서 쌍둥이 물기둥을 시원스레 보여준다.

정방폭포를 두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척 아쉬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기념촬영을 하느라 분주하다. 폭포의 웅장함을 프레임에 담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그러나 폭포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는 것은 기억 속일 것이다. 기억 속에 담아가는 정방폭포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될 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정방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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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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