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방해하는 성당 납골당 반대한다"

서울 공릉동 주민들, 태릉성당 납골당 설치 강력 반대

등록 2007.08.24 17:15수정 2007.08.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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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005년 6월 1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주민들이 태릉성당 납골당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05년 6월 1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주민들이 태릉성당 납골당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 김철관

학교와 담장 하나 사이 지근거리를 두고 성당이 납골당 건립을 강행하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사저지 태세에 들어갔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학교옆 납골당 반대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원회, 위원장 황규돈) 소속 주민들은 24일 저녁 “이곳에 위치한 태릉성당 공릉성전 지하 납골당이 90% 정도 완성단계에 있다”면서 “주변에 아파트와 학교, 유치원 등 교육시설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태릉성당이 납골당을 건립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4일 저녁 10시 납골당이 들어설 태릉성당(주임신부 유 토마스) 앞 정문에서는 상당수 주민들이 연좌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만난 황규돈(42) 학교옆 납골당 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노원구청에서 자리를 만든 민원조정회의에서도 성당측이 나오지 않았고, 수차례 면담을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납골당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a 공릉파출소 앞에 설치된 학습권 보장 현수막

공릉파출소 앞에 설치된 학습권 보장 현수막 ⓒ 김철관


이어 “오는 9월 9일 정진석 주교 등이 참석한 납골당 축성식을 가질 예정인데 주민들의 힘으로 반드시 막을 것”이라면서 “지난 23일 노원구청장도 자필로 정진석 추기경에게 글을 써 납골당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재준(학교옆 납골당투쟁위원회 전 위원장) 공릉중학교운영위원장은 “지난 대법원의 판결은 ‘노원구청에 납골당을 신고한 성당이 주민여론을 감안하지 않는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반려된 것인데, 마치 성당이 승소로 알고 공사를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면서 “주민이 동의하지 않는 성당안 납골당 설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릉중학교, 태릉초등학교가 담 하나 사이를 두고 연결돼 있는 데, 어떻게 아이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겠냐”면서 “부동산 거래도 안 되는 등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호소했다.


a 태릉성당 입구에 '이곳이 뼈가루를 장사하는 공동묘지'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

태릉성당 입구에 '이곳이 뼈가루를 장사하는 공동묘지'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 ⓒ 김철관


이현정 태강아파트 부녀회 총무는 “지난 22일 여러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는 주민 여론을 감안하지 않는 편파 보도였다”면서 “학교 옆에 담장 하나를 두고 납골당이 설치된 것은 국내 및 외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5년 초 성당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시 신부님이 납골당을 짓지 않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면서 “종교지도자이며, 고결하고 투명해야할 신부님의 약속을 믿고 있다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되니 황당한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현재 주민들은 태릉성당 주변에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불법 납골당 철거하라", "유토마스 참회하라", "이곳이 뼈가루 장사하는 공동묘지" 등 현수막을 걸었고, 주변 나무위에 소복을 걸어 놓는 등 납골당 설치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또 공릉파출소 정문 앞에도 '공릉중 태릉초 학습권을 침해하는 납골시설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a 태릉성당 앞 나무에 소복이 걸려있는 모습.

태릉성당 앞 나무에 소복이 걸려있는 모습. ⓒ 김철관


지난 22일 공릉중학교, 태릉초등학교 학부모들도 ‘부모! 당신은 유죄입니다?’라는 유인물을 통해 “아이들이 납골당 담벼락 아래에서 급식을 하게 됐다”면서 “불의와 정의를 구분할 줄 아는 종교가 아니라, 아집과 돈의 노예가 돼 버린 듯한 거대한 종교집단에 숨죽여 방관하지 않는 당당한 부모가 되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학습권사수와 관련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 초부터 시작된 이곳 성당 납골당 반대 주민 시위는 법정 다툼으로 한 때 소강상태에 있다가 지난 6월 초 성당측이 몰래 납골당 공사를 진행해 완공상태에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또다시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2일 지상파 방송이 주민 입장에서 보다 성당 측 입장을 대변하는 편파보도를 일삼았다고 분개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 카페(cafe.daum.net/8050)를 개설해 납골당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다음> 카페에는 지난 22일 밤 납골당 반대 주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찰 신도와 관련된 소식을 한 주민이 폭로하고 있다. 이곳 카페에는 학교보건법 등 천주교의 법규위반, 성당의 납골 장사 폭로, 구청의 불법 건축물 철거지시 공문, 신의 성실 위반원칙, 납골당 위치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어 놨다.

a 야간에 촬영한 지하에 납골당이 설치될 태릉성당

야간에 촬영한 지하에 납골당이 설치될 태릉성당 ⓒ 김철관


주민들은 매일 성당 앞에서 연좌해 시위를 벌이고 있고, 매주 금요일은 저녁 8시 보고대회, 일요일 오전 10시는 납골당 저지 주민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이곳 성당 납골당은 현재 3202기의 납골이 안치될 수 있으며, 앞으로 6400기의 납골이 더 안치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납골당이 설치될 주변에는 공릉중학교, 태릉초등학교, 미광유치원이 있고, 주변에 태강아파트, 청솔아파트, 두산 아파트, 효성아파트, 대명아파트, 우성아파트 등 50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한편, 태릉성당 유 토마스 주임신부를 만나려 통화를 시도했으나 성당관계 사무원은 현재 이곳에 안 계신다면서 개인의 신상인 만큼 함부로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a 지난 2006년 4월 2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주민들이 태릉성당 납골당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06년 4월 2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주민들이 태릉성당 납골당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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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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