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두 살의 노처녀지만 풋풋한 20대 초반의 모습을 지녔다고 해도 믿을 만큼 출중한 미로를 지닌 시향 언니IMBC
그런데 이 모든 설정이 띠동갑 남자인 부길라(김민성)와 결혼에 골인을 시키기 위함이란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려 12살 아래 연하남과 맺어주기 위해 외관상 어울릴 수 있도록 보이고자 시향 언니를 나이 값도 못한 여성을 만들다니... 아무리 한국의 언니상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해도 이건 과욕이라 생각이 들 정도다.
언니 검사였어? 몰랐네!
물론 검사로써 덕망도 있고 일도 잘한다고 되어 있다. 시향 언니가 유일하게 못하는 것이라면 뚱뚱한 자매의 등살에 짓눌려 주눅 들어 있는 것과 연애와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점뿐이다.
헌데, 도대체 언제 시향 언니는 검사로써의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가끔 범인들을 취조하면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실생활에서 너무나 여성적으로 그려지다 보니 그 자체가 어색해 보인다.
또한 그 조그마한 검사실에서 부길라와 연애를 시작할 무렵이니, 더욱더 검사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따져봐야 다른 검사들과 회의를 하거나, 식사를 함께 하는 정도.
그리고 그 사이 간간이 시향 언니를 칭찬하는 장면이 등장할 뿐, 그들이 검사로서 고뇌하는 모습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다른 드라마에서도 언제나 직업은 허울이며, 일일드라마일수록 가정과 가정의 화합과 결혼이 주요 이야기이지만.
임성한 작가와 손문권 감독이 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내세운 기획의도대로라면 온통 드라마에서 결혼과 연애 이야기로 점철되는 지금의 상황과 시향 언니를 미모 검사로 만들어 부길라와 짝을 지어주는데 올인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럼 이즘에서 기획의도로 이야기 해보자.
“이 드라마는 그들의 힘겹고도 정의로운 싸움과 온갖 인간 군상들과의 만남 속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사랑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동시에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기획의도대로라면 참 좋은 드라마가 탄생했을지도 모르며, 임성한 작가도 변신을 했다는 평가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리가 한참 멀다. 임성한 작가의 정의 구현은 시향 언니의 결혼이며, 다양한 인간 군상은 뚱뚱이 자매 금녀와 미녀를 어떻게 하면 구제불능으로 그려내는가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시향 언니가 자꾸만 검사란 사실을 망각하게 만들어 버리고, 가끔 취조하는 장면이 나오면 낯선 풍경이 연출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도대체 일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는데, 언제 그 많은 일을 하실라요? 시향 언니!
그럼에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12살 어린 젊은 남자 덥석 물어 시집가고, 며느리로서 똑부러지고 야무진 모습을 보여줄 참이다. 분명 검사라는 타이틀은 어디론가 사라져 유능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다른 노처녀 드라마와 차별화를 이룬 것이라 우긴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 일단 다르긴 달라도 너무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 더는 시향 언니를 자꾸만 가녀린 여성으로 만들다 가는 임성한 작가도, <아현동 마님>도, 시향 언니도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 하나는 명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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