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포항 시의회 의장은 진정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신뢰구축을 위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등록 2007.08.27 08:43수정 2007.08.27 08:43
0
원고료로 응원
“시민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포항시의회가 되겠습니다.”

포항시의회가 포항시민의 귀중한 목소리를 받들어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참 좋은 표어입니다. 글과 행동이 어찌 다 일치할 수 있겠느냐 하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 외침이 실제 100% 실현되리라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고자 얼마나 애쓰는가를 두고 의회와 박문하 의장님 활동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지요. 포항 시민으로서 때로는 시민단체 일원으로서 말입니다. “귀중한 목소리”라는 범주에 저의 목소리도 들어 주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한국지방 자치현실이 집행부에 훨씬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음을 의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집행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비판하려면 시의회도 적지 않은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의회 직원들의 인사권도 없고 집행부가 중앙정부의 손발 노릇하는 일이 더욱 많습니다. 중앙정부차원의 일이라고 앞세우면 의회에서 입방아 찧어도 집행부 측에서 외면하는 경우 허다하였기 때문입니다.

의회 입장에서 보면 박승호 시장 체제하에서 집행부가 의회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포항시 신청사로 이동하면서 의회 이름도 넣지 않았고, 예산 편성에서도 기본 원칙 지키지 않은 방만하게 편성하였고, 조직개편안도 의회와 협의 없었고, 직위 편성도 약속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면 상호협조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관계는 분명 아닐 것입니다. 신뢰에 바탕을 둔 상호견제 비판의 관계가 아니라 불신에 바탕을 둔 비난으로 수준으로 진입한 형국입니다. 이러한 관계에서 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반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힘의 불균형적 구조적 특성에다 집행부가 경시하는 행태를 보면서 의회는 반감을 갖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의회 리더격인 의장은 시장을 찾아가 의원의 뜻을 분명히 시장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시각의 차가 크다면 상호 조율하는 하는 것이 의장의 몫입니다. 그럼에도 박문하 의장은 역행하는 가속의 페달을 눌렀습니다.

24일 임시회가 열리는 날 박 의장은 박승호 시장과 포항시의 자매도시인 중국 훈춘시로 출국하려고 했습니다. 의회가 개회하는 날에 또 시장이 외유하는 것에 의회가 약발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세 차례나 회기기간에 자리를 비워 의회를 외면하니 감정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의장이 나사서 일정을 조율이 필요 했습니다. 시장이 아닌 부시장이 대신 참석하거나 시장이 직접 접촉하여 외유의 불가피성을 의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시장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입니까. 의장이 집행부를 설득에 실패 했는지 의회 일정을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의장이 의회 편인지 집행부 편인지 의원을 헷갈리게 했습니다. 그도 아니면 상황 파악능력이 부족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케 하는 현명치 못한 판단이었습니다.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서둘러 기자회견을 열어 외유를 포기한다고 선언 했습니다. ‘망신만 당하고 출장까지 못가는 딱한 처지’가 되었고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자초했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것은 늦게나마 동료의원들의 뜻을 수용하여 시장과 동반외유 일정을 취소한 것은 자신과 의회를 위한 ‘합리적 결단’이 아닌가 하는 자족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집행부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 시켰다는 여론을 증폭시켰고 의장다운 능력이 겸비하고 있는가를 의혹도 강화하는 결과를 유발 시켰습니다.


의원들에게 불신을 가중시킨 것은 동반 외유사안만 아니었습니다. 이달 초에 포항시 구청장과 분양을 앞둔 주택회사 사장과 의장이 골프를 친 사건입니다. 포항시 북구청장의 골프 논란이 지방언론에 기사화 되었습니다. 기자가 구청장이 골프를 친 것을 취재하자 강력히 부인하다가 피할 수 없는 국면에 접하자 휴가 중에 쳤다고 해명 했습니다.

휴가기간 임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골프를 하였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변명을 했습니다. 정상업무를 하면서 청장이 골프를 쳤다면, 정당한 이유 없이 근무지를 이탈한 점에서 법률 위반일 것입니다.

그러나 휴가기간에는 정상업무를 하면서 골프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해명입니다. 문제가 없을까요. 이러한 애매한 사안은 의회가 법적인 측면에서 검토해야 하고 왜 강력히 부인 했는지, ‘접대 골프’가 아닌지 등에 대해 조사해 볼 사안일 것입니다.

함께 골프 친 박의장은 휴가 중 하였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습니다. 골프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도덕적인 차원에서 진정 문제가 없다고 강변할 수 있겠습니까. 아파트 업체 사장, 구청장, 시의장이 골프를 했을 때 그 비용은 누가 부담 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회가 언론에서 제기된 북구청장의 사안을 다룰 때 공무원과 시민들에게 ‘령’이 설 수 있겠습니까. 의원들은 의장이 장본인이라 이 사안을 다루기가 아주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얼마 전 의회가 포항시 테크노파크 단장을 판공비 사용 건을 두고 성토하지 않았습니까. 구청장 골프 건도 의회가 침묵하면 일관성 없는 의회라는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도 도덕적 문제에 이상에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의장은 4선 출신 아닙니까. 의원들 가운데 학력 즉 ‘가방끈’도 제일 길지 않습니까. 경험에다 지력도 충분히 겸비했지 않습니까. 그러기에 기대감도 높을 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태로 지난 일 년의 박 의장의 긍정적인 측면 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취임하자 서둘러 법적인 조건이 충분하다며 의장의 전용 자동차를 새 차로 구입했지요. 그것도 등급을 높였습니다, 예산을 앞당기면서까지 의원들의 해외여행을 출입기자들에게 시비를 지원하면서 다녀왔지요. 의회 운영위위원장의 의장 독주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일도 있었지요, 집행부의 의회 경시에 따른 조정리더십 부재도 드러냈고, 이번 골프회동에 따른 구설수 등으로 박 의장님은 시민을 실망케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책을 생산하는 의회 만들기, 적절한 예산 삭감과 일문일답 형식으로 집행부의 견제, 민원상담실운영을 통한 시민에게 봉사하는 의회, 그리고 잘못된 결정을 서둘러 바꾸려는 합리적 결단 등에서 의장님에 향한 기대를 간직하는 시민과 의원들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포항시의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깊은 반성을 했으면 합니다. 집행부가 의회를 경시하여 시의원들이 반감을 갖고 있는데 회기기간에 시장과 함께 외유해야 하는지, 그 갈등을 어떻게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장으로서 구청장과 주택업자가 골프를 쳤을 때 도덕적인 문제가 과연 없는지. 본인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도 시민 여론이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에 되어 있는지 등을 두고 깊은 성찰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에게 쓴 소리 한다는 것 지체가 고통입니다. 저의 ‘눈 속에 있는 들보’가 있는가도 살펴야 하고 비판한 만큼이나 비판 받을 여지가 없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지역에서 자주 얼굴을 맞대어야 하지 않습니까.

얼마 전 만난 지역의 인사는 “포항사람들은 비겁하다. 학연 지역에다 물질적 후원의 영향으로 권력자들에게 말을 해야 할 때 못 본 체 하거나 외면하는 풍토가 강하다고 했습니다.”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 큰 지도자’로서 시민의 쓴 소리를 귀담아 들어 본인은 물론이고 의회 혁신을 위한 실행들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3. 3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