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장들, 괌·사이판으로 교육시찰?

학교 돈 빼내 '화려한 휴가'... 1억 3천만원 지출

등록 2007.08.27 14:12수정 2007.08.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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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174개 중고교 교장들이 학교 돈으로 2004학년도부터 최근 3년간 모두 200여 차례에 걸쳐 괌, 사이판, 베트남 등지에서 '화려한 해외 휴가'를 보낸 사실이 27일 밝혀졌다.

경기도교육청이 정봉주 의원에게 제출한 '학교장 국외여행 내역' 중 일부.
경기도교육청이 정봉주 의원에게 제출한 '학교장 국외여행 내역' 중 일부.윤근혁
이들이 '개인유람'으로 의심되는 해외 나들이를 하면서 빼돌린 학교운영비는 1억3천여 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모임 가운데 대부분은 교육청에서 회비지출 금지 지침을 내린 교장단이 주최한 해외여행이다.

이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세 지역 교육청에서 건네받은 '2004~2006 중고교 교장 국외여행 현황'이라는 정봉주 민주신당 의원(교육상임위)의 자료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수도권 중고교 교장들의 해외여행은 모두 914번(서울 331, 경기 427, 인천 156)에 걸쳐 진행됐다. 여행 명목은 학생인솔이나 자매학교 방문, 어학연수 시찰 등이 많았다.

이런 사유를 뺀 개인 여행으로 의심되는 국외 나들이는 최소한 209차례(서울 86, 경기 94, 인천 2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운영비 등 학교회계에서 경비가 지출된 액수만 1억3033만 5700원이었다.

개인 나들이로 분류한 행사는 ▲교장단 주최 탐방 ▲사적으로 신청한 유명여행지 관광 ▲종교단체 주최 행사 ▲교직원연수 등이다.

서울사립인문고교교장회 소속 교장들은 2005년 11월 25일부터 4일간, 2006년 7월 16일부터 5일간 각각 괌과 사이판을 다녀왔다. 두 곳 모두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학교 돈 50여 만원씩을 써서 참가한 교장들의 여행 명목은 '교육시찰'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여행을 주최한 교장단은 대한사립중고교장회(일본 동경, 말레이시아), 서울사립중고교장회(중국 북경, 일본 나고야), 경기국공립고교교장단(중국 북경, 중국 석도), 포천중등교장협의회(중국 산둥반도), 경기 중등교장협의회(몽골, 일본 큐슈, 중국 영성), 과학고교장단(중국 베이징, 러시아 모스크바), 수원시고교교장단(베트남), 인천사립중고교장회(베트남) 등이었다. 이들은 여행목적을 '교육연수'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이 방문한 지역 대부분은 일반인들이 많이 몰리는 전형적인 관광지들이다.

정봉주 의원은 "학생들 교육활동에 써야 할 돈을 챙겨 집단으로 관광성 외유를 떠난 사실은 도덕적 불감증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이전 경기 양평지역 사립교장단의 전례대로 여행경비 전액 환수조치와 함께 관련자 징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괌·사이판·베트남에서 어떤 '교육시찰' 했을까
한 해에 29일간 외유 다녀온 교장도... 부끄러운 '학교 돈 전용' 사례 많아

사립학교인 서울ㄱ여고 박아무개 교장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15차례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2006년 한 해에만도 5차례에 걸쳐 모두 29일을 나라밖에서 생활했다.

물론 학교 돈으로 여행경비 일부를 충당했다. 여행명목을 보면 '학교 자매결연'이나 '수학여행 학생 인솔' 등 공적인 것도 있었지만 사적 유람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7건이나 되었다.

교장단 등이 주최한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박 교장은 학기 중인 2005년 7월 7일부터 14일간 세계교장회 총회를 다녀온다는 명목으로 14일간 학교를 비우기도 했다. 학교 회계에서 빠져나간 돈은 50만 4천원이었다.

그가 참석했다고 교육청에 보고한 교장단 주최 교육시찰 명목의 해외 나들이 장소도 괌, 사이판, 베이징 등으로 전형적인 관광지다.

경기도교육청은 올초 교장단 주최 해외여행을 적발해 관련 교장을 징계하는 한편 경비 환수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교장은 "내가 제일 많이 해외에 다녀왔다고 하는데 다른 학교 교장들이 모두 사실대로 적어서 보고한 것으로 보느냐"면서 "괌은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초기에 잘못 표기해 보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교장이 학교 돈을 빼돌려 해외 유람을 빈번하게 떠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수도권 중고등학교에서만 209건이나 된다. 정부 투자기관 감사와 서울 구청장들이 벌인 '외유성 해외여행'이 학교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교장들의 외유성 해외 나들이 배후엔 교장단이 있었다. 특정 교원단체 산하기관이면서 임의친목단체인 교장단은 학교 간 '짬짜미'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몇몇 학교 교장들은 백두산이나 베트남 등지를 사적으로 여행하면서 적게는 40여 만원, 많게는 100여 만원을 학교회계에서 지출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여행명목은 자연문화탐사였다. 자기 주머니를 털어 다녀오면 될 것을 학교 돈으로 다녀온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이번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철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 초 경기도교육청의 감사결과 전례를 준용하면 해당 경비는 환수조치 당하고 관련자는 처벌을 받게 된다.

권선우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문제가 된다면 감사과에서 조사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회장은 "찜통 더위에 전기세 아낀다고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게 하는 교장들이 학교 돈으로 유람성 여행을 떠난 사실이 경악스럽다"면서 "관련자 징계는 물론 명단을 공개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윤근혁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장 #해외여행 #교장단 #교육시찰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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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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