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전시실김상헌
달빛이 머물 때 입술에 닿는 뜨거운 술잔, 바람이 기울 때 진한 그리움으로 넘기는 찻잔 속에 화려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그림들로 끊임없이 채우고 담아내는 것을 보면 그녀 안에는 아직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무척 많은 것 같다.
주로 도형과 문방사우, 혹은 꽃이나 민화에서 인식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소재로 작업한 일단의 한국화, 채색화와 같은 평면적 그림들에서 도자기라는 생활용품에 예술의 가치를 불어넣는 입체적 공간적 작업으로 그 진부한 동일성을 과감히 벗어버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바다가 아름다운 곳, 작가의 말처럼 "바다, 하늘, 산, 나무 등 자연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있다"는 동검도 끝자락에 아름다운 집을 짓고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는 예술인으로서 또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갈무리해주는 펜션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의 일상이 예술과 생활과의 소통을 이루어낸 결과는 아닐까.
작가의 그림이나 작품들은 작가가 건네준 도록에 장식된 어려운 글보다 눈에 보이는 곳에서, 손에 잡히는 그대로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것은 여기저기 예쁘게 진열된 자리나, 바다를 기대고 앉아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탁자 위에서 존재하는 일상의 자잘한 아름다움이나 그리움이 우리에게 더 가까운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