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전 - 63회(4화 14회)

탄금대 - 14

등록 2007.08.28 08:33수정 2007.08.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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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해오는 왜군을 향해 조선궁수들이 듬성듬성 화살을 쏘았지만 왜군은 방패를 앞세우고 화살을 막아내며 전진해 왔다.

-펑!


조유만의 손에 쥔 총통이 요란한 폭음을 내며 작은 화살을 왜군 쪽으로 날렸다. 그와 동시에 왜군의 전진이 잠시나마 주춤거렸다. 총통에서 맹렬히 발사된 화살이 방패를 뚫고 그 뒤에 있는 병사의 몸을 관통했기 때문이었다.

“어서 화약을 한 번 더 넣게 어서!”

“우선 화약 찌꺼기부터 닦아내고 화살을 끼우시오!”

화약을 넣는 이의 재촉에 조유만은 서둘러 헝겊이 끼워진 꼬챙이를 총구에 쑤셔 넣어 화약가루를 닦아낸 후 다시 화살을 끼우고 다가오는 왜군을 향해 겨누었다. 하지만 조유만 주위에 있던 포수들은 모두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다. 화약 주머니와 불을 든 이도 손에 든 것을 내팽개치며 달아나며 소리쳤다.

“쏘기에는 이미 늦었소! 어서 몸을 피하시오!”


총통의 위력을 맛본 조유만은 한방이라도 더 쏘기 위해 땅에 떨어진 화약 주머니의 화약을 총통에 들이 붙고 심지를 갈아 끼운 후 불을 붙이려했다. 그런 조유만의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시뻘건 가루를 얼굴에 바르고 이는 검게 칠한 채 커다란 칼을 치켜든 왜군이 칼을 들고서는 조유만을 노리고 있었다. 조유만은 앞 뒤 가릴 것 없이 심지에 불을 붙여 총통을 겨누었고 그와 동시에 왜군의 칼이 조유만의 머리에 사정없이 내려쳐졌다.

-퍽! 퍼퍼벙!


화약을 너무 많이 집어넣은 탓에 총통은 크게 터지며 자욱한 연기를 남겼다. 칼을 든 왜군은 얼굴을 감싸 쥔 채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푹 엎어졌고 조유만도 두 손이 피투성이가 된 채 그 자리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런 조유만의 옆에서는 왜군들이 큰 칼을 휘두르며 짧은 창칼로 대응하는 조선군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왜군이 자신의 키보다 큰 칼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조선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처참하게 목숨을 잃어 갔다.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조유만은 피투성이가 된 두 손을 불끈 쥐고 무작정 뒤로 기어갔다. 조유만의 마음 같아서는 벌떡 일어나 가고 싶었지만 도처에서 왜군의 창칼에 맞아 죽어가는 조선군들을 보니 감히 일어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더 이상 물러나면 안 된다! 뒤는 강이다! 물러서지 마라!”

조선 군관들이 소리를 지르며 병사들을 독려했지만 수에서나 병사의 기세에서나 조선군은 왜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무서운 기세로 전진해 가던 왜군이 잠시 주춤거린 것은 뒤로 후퇴한 조선 궁수와 포수들이 겨우 대오를 정비하고 난전이 벌어진 곳으로 한번의 일제사격을 개시했을 때였다. 그 틈을 타 조유만은 다시 용기를 내어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조선군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이보게 자네는 뒤로 가게!”

조유만이 손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달려오자 사람들은 그를 부축하며 뒤로 떠밀었지만 조유만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손을 움직일 수는 있소이다. 무기를 주시오!”

누군가 조유만의 손에 짤막한 환도를 쥐어주었다. 왜군의 긴 칼에 비해서는 볼품없는 무기였지만 조유만은 이를 받아들고 꼭 쥐었다. 그 순간 조유만은 손바닥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더 이상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조유만은 칼로 옷자락을 베어서는 이를 칼을 쥔 손에 감고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부탁했다.

“꽉 매어주게!”

잠시 주춤거렸던 왜군은 화살의 사정거리 밖에서 대오를 정비한 후 다시 조선군을 향해 전진해 왔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조선군도 일제히 화살과 총통을 퍼부은 후 모든 이가 창과 칼을 쥐고 일본군의 돌진에 맞서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덧붙이는 글 1. 두레마을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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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금치의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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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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