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창
미국에 오기 전 국내에서 본 어느 미국 드라마의 대사 중에서 이런 말이 있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그랜드케년(Grand Canyon)을 가보지 못하는 것은 비극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무조건 가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동안 내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년여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하기 전에 한 번 가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혼자 덜렁 차를 몰고 갈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그러기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들 것 같아서 LA에서 떠나는 한인여행사의 팩키지 상품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말로만 듣던 그랜드케년에 가다
그랜드케년(Grand Canyon)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보이는 도로는 지평선 끝까지 한없이 뻗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중에서 대형트럭이 자동차를 쫒는 공포영화 <결투(Duel)>에서 보았던, 그저 도로만 한없이 보이는 그런 곳이다.
혼자 차를 몰고 갔다면 청승도 그런 청승은 없었을 것 같다. 그랜드케년(Grand Canyon) 근처의 월리엄스라는 곳에서 하루를 묶고 다음날 오전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는 경비행기나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그랜드케년(Grand Canyon)을 내려다 보고 싶었지만 마침 함께 간 일행 중 비행기를 타겠다는 사람이 워낙 적어서 프로그램이 무산되고 말았다.
1540년 유럽인들이 그랜드케년(Grand Canyon)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곳의 주인은 아나사찌(Anasazi) 인디안들이었다. 그랜트케년(Grand Canyon)을 소개하는 영화를 보면 한 스페인 출신의 장교가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끓고 기도를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더 이상 이 신비의 절경으로 발을 들여 놓지 않았던 탓에 이곳에 사는 인디언들과 그랜드 케년(Grand Canyon)은 더 오랜 시간동안 자신들의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이후 최초로 그랜드케년(Grand Canyon)을 탐사한 사람에 대한 기록은 1869년에 가서야 나오게 된다. 퇴역군인이었던 존 웨슬리 포웰(John Wesley Powell) 소령은 4개의 보트에 9명의 사람으로 그랜드 케년(Grand Canyon)을 가로지르는 콜로라도 강을 따라 탐사에 나섰다. 이들 중 6명만 마지막까지 탐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동안 인디안 외에는 접근을 허락지 않았던 그랜드 케년이 그 베일을 벗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