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야 롯지 나무줄기에 새겨진 조각품김성호
이름 값하는 배낭여행객의 전설적 숙소 은자야
마톨라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고 1시간 30분 만인 오전 11시께 은카타베이(Nkhata Bay)에 도착했다. 높은 언덕길을 달리던 마톨라가 갑자기 내리막길로 달리자 호수가 보이고 은카타베이가 나타났다. 음주주에서 은카타베이까지는 칸돌리 산맥의 고원지대를 달려왔다.
말라위 호수의 푸른 물이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선착장에는 배가 정박해 있었는데, 이 배는 일라라(Ilala)라는 여객선으로 북쪽으로는 칠룸바까지, 남쪽으로는 몽키베이까지 운행한다. 은카타베이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호수가 육지 속으로 깊게 파고 들어온 전형적인 만(灣, Bay)이다. 거리의 노점에는 각종 농작물과 물고기를 파는 행상들이 북적거렸다. 시장터이다. 마톨라에 짐을 싣고 온 아낙네들도 바로 이 곳 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온 것이다.
마톨라에서 내린 나는 은타카베이 시내에서 걸어서 은자야(Njaya) 롯지라는 숙소를 찾아갔다. 은자야 롯지는 내가 음주주 숙소에 머물 때 직원이 적극 추천해준 곳이다. 직원은 "은카타베이에서는 은자야 롯지가 최고"라며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공예품 가게들과 경찰서를 지나 운동장이 보이는데, 운동장에는 젊은이들이 웃통을 벗고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무숲이 우거진 언덕길로 올라가니 길옆의 공예품을 파는 거리 상인들이 "헬로우" 하면서 나를 부른다. 허름한 시멘트 건물에서는 남자들이 닭모가지를 비튼 뒤 뜨거운 물로 털을 뽑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길의 숲 속을 30여 분 정도 걸어 올라갔다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치칼레 해변(Chikale Beach)이 나왔다. 치칼레 해변을 지나 다시 언덕으로 조금 오르니 내가 찾는 은자야 숙소가 보였다. 말라위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장소에 있었다.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도 말라위에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전설적인 숙소'로 불린다. 빈 말이 아니었다.
작고 예쁜 하얀 모래사장의 치칼레 해변에 맞닿은 곳에 대나무와 갈대로 지은 반다(Banda)라는 오두막집에 들어갔다. 미국 돈으로 8달러였다. 호수 위에 반쯤 떠 있는 듯한 갈대 오두막이었다. 망고나무와 무화과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항상 시원한 그늘이 드리우고 있었다.
갈대 오두막 옆의 나무에는 누군가 조각해 놓은 남녀 전신과 별 모양의 나무 조각품이 인상적이다. 원래 말라위는 나무와 상아로 만든 조각품이 유명하다. 그 위쪽으로는 캠핑장도 있어 유럽의 젊은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텐트 밖에서 코펠에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숙소에는 야외 식당과 바가 있는데,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바로 위에 있어 경치가 환상적이다. 호수의 풍경에 취해 점심을 먹는데 경비요원이라는 젊은이가 슬그머니 다가와서 다정하게 묻는다.
"담배를 피우느냐."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도 그는 "맛이 황홀하다"며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하면서 종이에 돌돌 말린 것을 꺼냈다. 마리화나였다. 내가 고개를 젓자 그때야 물러난다. 아프리카 여행 중에는 숙소나 술집 바에서 가끔 이런 유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