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불을 밝히는 사람들

대청도 섬발전소를 가다

등록 2007.08.30 18:27수정 2007.08.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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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성착장
대청도 성착장정용국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282-2’


이 주소는 언뜻 보면 인천이라는 큰 도시의 한 동네 같아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은 곳이다. 예전에 경기도 옹진군에 속했던 곳이 얼떨결에 ‘인천광역시’라는 간판을 달았을 뿐 인천에서 쾌속정으로도 네 시간은 족히 가야하는 외딴섬 대청도의 주소이다.

대청도는 위로 최북단 섬인 백령도 아래로는 소청도와 함께 세 섬이 가깝게 나란히 누워있는 뗄 수 없는 삼형제의 섬이다. 현재 대청도의 인구는 약 1400여명이다. 초등학교가 두 곳, 중고등학교가 하나씩 있다. 대청2리 282-2의 주소는 섬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대청도 발전소의 주소이다.

우리나라는 섬이 많기로 유명하다. 무인도를 제외하더라도 유인도에서 꼭 필요한 것이 전기다. 현대 생활에서 전기가 없다고 생각해 보라. 가전제품은 물론 물 한 모금을 얻으려 해도 반드시 전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텔레비전, 컴퓨터, 냉장고, 난방시설, 전기밥솥, 선풍기 등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물건들이 전기의 힘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우리는 전기 없이는 단 몇 시간을 버티기도 힘이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섬에는 해병대등의 군사시설이 많아서 전기는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청도 발전소를 알리는 표지판.
대청도 발전소를 알리는 표지판.정용국
현재 사람이 사는 섬에는 거의 자체의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다. 그 주체가 약간 다르긴 해도 아무튼 전기는 들어온다. 그 시스템을 살펴보면 한국전력이 육지의 전기값에 포함하여 거두는 ‘전력기반기금’으로 섬이나 오지 또는 북한에 전기를 일으키는데 사용하도록 기금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에 적자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섬의 발전기를 이 기금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도 있고 서른여덟 군데의 섬 발전소는 한국전력의 자회사 격인 ‘전우실업’이 그 운영을 맞아서 하고 있다. 대청도의 발전소도 지자체가 운영하던 것을 전우실업이 인수하여 십여명의 운전요원들이 밤을 밝히며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나 연육교가 이어진 몇 개의 섬을 제외하고는 섬의 인구가 날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젊은 사람들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가 어렵다. 몇 백 명은 고사하고 몇 십 명만 남아 있는 곳도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섬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일단 발전기를 돌리려면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운영요원이 필요한데 인력이 모자라는 것이다. 다행히 섬에 유수한 인원이 있다 해도 근무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발전소 정문에 모인 조철수 소장과 직원들.
발전소 정문에 모인 조철수 소장과 직원들.정용국
대청도 조철수 소장은 섬 발전소에서만 30여년을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두 집, 또는 세 집 살림을 해왔다는 것이다. 고향이 대청도인 조 소장은 아내가 음식점을 운영하는 본가가 있고 아이들은 인천에 세를 얻어 나가 있다. 또한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청도의 소장이었기 때문에 혼자 섬에서 자취를 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러니 본인은 소청도에서 자취를, 아내는 대청도에서 음식점을, 자녀들은 인천에서 학업을 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었다는 것이다.

섬에 불을 밝히는 일이 이다지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이뤄진다니... 하지만 알고 보면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이란다. 총각 사원은 오려고 하지도 않고 있다 해도 결혼을 할 여자가 없으며 아이가 생겨도 교육문제로 깜깜절벽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점점 노령화의 길을 걷고 있다. 섬의 전기는 그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반드시 필요하니 말이다. 24시간을 교대근무로 채우며 섬의 불을 밝히는 사람들의 애환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전우실업 #도서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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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사무총장.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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