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카니스탄에 억류되어있던 한국인 인질이 석방됩니다. 정부 협상단과 탈레반측은 한국군의 연내 철군을 인질 19명의 석방 조건으로 합의했습니다. 거기에 아프칸 지역에서의 기독교 선교활동을 금지하겠다는 국가적 선언까지 있었습니다.
이미 아프카니스탄은 지난 2월 정부가 일찌감치 여행제한지역으로 분류해 놓은 지역입니다. 즉 정부가 '탈레반이 수감 중인 동료 석방을 위해 한국인 납치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한민족 복지재단 등에 여행자제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아프카니스탄은 잘 알려지다시피 미국의 9·11 테러를 주동한 오사마 빈 라덴을 탈레반 정부가 아프칸 지역에 은닉시켰다는 이유로, 미국이 2001년 10월 7일 아프칸을 침공하여 탈레반 정부를 1개월여 만에 전복시킨 후, 아프칸 정부군과 미군 등 각 국의 지원군이 반정부군이 된 탈레반과 6년여 준 전시 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분쟁지역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피랍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41일간 힘든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독교가 대한민국 국법보다 그들만이 믿은 '하늘 법'에 더 순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안전 불감증과는 관계 없는 것이었지요. 그런 위험한 지역을 떠나는 샘물교회 선교봉사단원들은 순교의 신념으로 인천공항 정부 경고문 앞에서 손에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 기독교 선교단체에서 아프칸 어린이들을 모아 놓고 기독교의 복음성가인 '예수 이름으로'란 노래를 부르며 활동하는 모습이 아랍어 자막으로 편집되어 아랍권에서 떠돌았던 동영상이 국내에 소개되어 충격을 준 적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이슬람 사원에서 (기독교)찬송하는 사진과 함께.
결국 이슬람에 있어 기독교는 이슬람 정신을 파괴하는 사악한 집단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기독교가 보여준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전형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페르시아어로 '학생들'이란 뜻인 탈레반은 1996~2001년까지 5년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집권 세력으로 정치·종교적으로 극단적 보수주의 분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국제사회는 탈리반의 각종 사회정책, 여성의 사회활동 억제, 바미안 석불과 같은 비이슬람 종교 유적 파괴, 범죄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등을 비판했으며 탈리반 정권을 인정한 나라는 극소수에 불과할 정도였습니다.
탈레반에 대하여 아프카니스탄의 인권단체 '아프간 여성·아동 인도주의 지원(HAWCA)'는 지난 8월 2일 세계일보에 이메일 기고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아프간과 아프간 문화, 이슬람 종교 그 어느 것도 대변하지 않는다. 이슬람은 물론이거니와 아프간 문화는 그토록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슬람이란 말이 본래 '평화'라는 단어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덧붙이고 싶다. 탈레반은 1990년대 아프간 내전 기간에 탄생한 일종의 전쟁 범죄조직이다."
애초부터 탈레반과의 준 전시상태이며, 아직까지도 95% 이상이 이슬람교 신자로 개종은 곧 죽음일 만큼 강력한 율법을 가진 이슬람 아프카니스탄에서의 기독교 선교는 피를 토하는 종교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여론의 따가운 기독교 비판과 함께 이제는 기독교 내에서 그간 타종교를 무시했던 무모한 선교정책을 자성하고, 이슬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비로소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슬람권에서도 금번 인질사태를 주도한 탈레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한국정부와 탈레반의 입장을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한 이슬람 국제구호단체 '적신월사', 그리고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또한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흐타둘 우라마와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 아랍연맹 등 국가 및 단체가 탈레반의 비인도적 처사를 비판하고 석방을 촉구하는 등 기존 호전적 이미지가 탈색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금번 아프칸 인질사태는 '배타적 기독교와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의 문명 충돌이었으며, 역설적으로 향후 국제사회의 종교분쟁에 관한 현실적 과제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껏 대립적 평행선을 달려왔던 기독교, 이슬람 두 문명 간 충돌로 인해, 이제서야 새로운 형태의 화해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는 자성과 타성의 움직임이 촉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체제인 종교 등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초종교 운동'이 진정 이시대의 중요 화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준 전환기적 사건이었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 등 모두 종교가 초종교 운동에 당진 매진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2007년 8월 31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dailyreview.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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