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현 목사.주재일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와 목회자 세금 문제, 기독교 기업 이랜드의 비정규직 탄압 등 최근 벌어진 사태에서 개신교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때 일부 목사들이 나서 참회기도회를 열기로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형태 예장합동 전 총회장,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목사, 홍성현 수송교회 은퇴목사 등 개신교계 원로들이 9월 4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목사 이성희)에서 '목사 안수 100주년 기념 참회 기도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평소 한국교회의 부패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원로 김형태 목사가 설교에 나선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역사 속에서 일부 목사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어떻게 타락했는지 강의도 할 예정이다.
또 한국교회와 목사가 역사와 하나님 앞에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지 토론을 벌이고, 구체적인 회개 제목을 놓고 기도회를 벌인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홍성현 목사를 만났다.
- 아프간 사태이후 한국교회에 대한 세상의 원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데."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에 관한 기사들마다 '악플'이 수도 없이 붙는다. 교회 안에서는 '악플'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맞는 이야기다. 일부 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세상의 반응이다. 교회가 잘못해도 너무 잘못하고 있다. 댓글을 보면, 목사들에게 십자가에 목을 매고 회개하라고 외치는 댓글이 많다.
가진 자와 권력의 편에 선 목사들이 타락의 핵심에 있다는 가르침이다. 목사들이 회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다. 사람들은 '목사가 너무 많다, 목사가 돈을 막 쓴다, 자기 자녀 해외 유학도 교인 헌금으로 보낸다'고 아우성이다. 교회 안에서만 노는 개신교가 신물 난다는 거다. 자기들의 안주와 쾌락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올바른 비판이다. 교회의 존재 이유가 세상을 섬기는 것인데, 오히려 약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돈 없는 사람들에게 받은 십일조로 목사가 고급차 타고 호강한다. 이게 뭐냐. 교회가 놀자판이다."
- 세상의 비판에 일부 교회들이 침묵하고 있는데, 몇몇 목사들이 반성하겠다고 하니 반가워 할 것 같은데."올해는 평양대부흥운동 100년이 되는 해다. 한국교회에 목사가 생긴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목사들이 깊이 참회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다. 사람들이 개신교가 위기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10년 안에 침몰할 거라고 섬뜩한 말을 한다. 이들의 말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목사들이 정신 차리지 못하면 한국교회는 이대로 끝날 것이다."
"부시 위해 기도하던 보수 개신교, 미국에 말 한 마디 못해"- 시청 앞에서 10만명씩 모여 부시 미국 대통령을 위해, 반북·반김을 위해 기도하던 개신교인들이 왜 이번 피랍사태를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는지, 미국에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하는가."오히려 반미에 앞장섰던 개신교인들이 미대사관 앞에서 납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미국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같은 보수 개신교 진영은 잠잠했다. 미국에게 억류된 사람들이 풀려나도록 도와달라고 하면, 반미운동으로 비칠까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친미주의자들이기 때문에 미국에게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다.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정치적 고려를 먼저 하는 이들이다."
- 피랍사태에서 개신교는 한 게 없다. 평소에는 교인을 양이고 목사 자신은 목자라고 말하던 이들도 침묵으로 일관했는데."같은 목사로서 쉬운 말은 아니지만, 박은조 샘물교회 목사가 아프간에 가서 탈레반에게 내 양떼는 풀어주고 나를 대신 가두라고 말했으면 안 됐을까. 내가 대신 죽겠다고 나서면 안 됐을까. 예수님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정부가 막아서 가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목사들이 희생을 안 하려고 했다. 각오하고 움직이지 않았기에 욕을 먹는 건 당연하다."
- 행동이 없기는 진보 진영의 개신교도 마찬가지 아닌가."한기총은 반미세력이 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 침묵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자기 동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샘물교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소속으로 KNCC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KNCC에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일명 순복음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등 보수적인 교단이 있기 때문에 총무가 마음대로 못한다. 한상렬 목사 같은 사람만 단식운동을 벌였고, 몇몇 NGO만 기도회를 개최했다."
- 깨어 있는 자들의 외침보다 수구 세력의 주장이 더 주목 받는다. "그들은 권력과 재물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은 권력과 연결되어 있다. 김홍도 목사를 보라. 교회 재정을 쥐고 자기가 지지하는 수구 세력의 확장에 역량을 쏟지 않나. 다른 개신교 원로들은 경제적으로 빈약하다. 대형 교회나 미국, 우리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양심껏 살다보니 사회의 주류에 끼지 못한다. 주류가 뭔가. 미국에 동조하며 재물과 권력을 쥔 이들이다. 예수는 약한 자, 없는 자와 함께 하셨는데, 예수를 따르는 일부 목사들은 약자의 편에 서지 않고 늘 주류가 되려고 발버둥 친다. 어느 시대나 양심적인 사람들은 소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