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내 등을 밟고 가라!"

김진선 지사 '동계올림픽 재도전'... 시민단체 비난

등록 2007.09.03 18:28수정 2007.09.0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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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2018년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두 번의 유치 실패에 이은 세번 째 도전을 두고 강원도가 시끌하다. 김 지사의 동계올림픽 도전은 그의 정치적 시간과 궤를 같이한다.

 

민선 4기를 이끌고 있는 김지사의 도정은 동계올림픽 도전 역사와 다르지 않았다. 그의 추진력에 공감을 하는 도민도 있지만 '그 동안 한 게 뭐 있느냐' 라고 김 지사의 행보를 비난 하는 도민도 많다.

 

춘천을 비롯한 홍천 등의 영서지역 주민들은 김 지사의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이라는 미명아래 강원도의 중요 정책이 소홀하게 취급되거나 뒷전으로 밀려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은 김 지사의 3수 도전 선언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도당은 동계올림픽 3수 도전 규탄 기자회견에서 "평가와 검증을 외면한 졸속적인 3수 도전 선언을 철회하라"라고 김 지사의 선언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민노당 강원도당은 김 지사가 '찬성측 여론만 듣고서 도전을 선언하는 것은 도정을 위기로 몰고하는 것이라'며 김 지사의 행보를 강력 비난했다. 실제 김 지사는 유치 실패 이후 두 달 동안 동계올림픽에 관해서는 '도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김 지사의 이번 도전 선언으로 적어도 외견상 도민의 의견이라는 것이 '동계올림픽 도전'이라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도당의 판단이다. 김 지사가 지난 달 강원도 18개 시군을 방문하면서 청취한 여론이라는 것이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강원도당은 또 실제 두 번에 걸친 동계올림픽 도전을 하면서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지만 강릉이나 평창의 관광객은 오히려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도당은 해발 700m의 눈질을 가지고는 해발 수천미터 지역이 만들어낸 눈질을 당해낼 수 없다며 도민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강원도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김 지사의 3수 도전에 대해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은 도민의 의견이 아닌 김 지사의 일방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지난 2014 동계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정선지역의 주민들의 반응도 이번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김 지사가 동계올림픽에 '올인'하는 동안 정선 지역의 최대 현안인 도암댐과 동강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더 쏟아진다.

 

"그 동안 동계올림픽 유치 한다 하여 죽어가는 동강 살려달라고 소리치지도 못했는데, 또 몇 년을 참으라는 것은 우릴 죽으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어요."

 

"동계올림픽요? 이번엔 내 등을 밟고 가라 해요."

 

동강변 주민의 말이다. 실제 동강이 죽으면서 동강변 마을은 흉흉하다. 민박집은 텅텅 비었고, 땅을 사려던 이들도 거래를 포기하고 돌아가기 일쑤이다.

 

동강살리기 운동에 나선 '도암댐 해체를 통한 범국민동강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 달 31일 김진선 지사가 정선군청을 방문하자 '도암댐 해결 없이 동계올림픽 언급말라' 라며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선지역의 시민단체들도 김 지사가 '죽어가는 동강을 외면한 채 동계올림픽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김 지사가 정선을 끝내 동강을 외면한다면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일부 도민들은 동계올림픽만이 강원도를 먹여 살려줄 것처럼 말하는 것은 유치원에 가서나 할말이라며 김진선 지사의 수준낮은 우민화를 경고하기도 했다.

 

동계올림픽 두 번 도전에 두 번 실패를 겪은 김진선 지사로서는 이번이 그의 정치적 생명을 이어주는 계기로 작용될 듯 싶다. 김 지사가 유치 실패의 수장이라는 책임론을 피해 동계올림픽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 딛을 수 있을 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민심이 예전만 하지 못한 것이 김 지사로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김 지사의 정치 역정도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을 선언한 김 지사의 앞날이 어떤 색으로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2007.09.03 18:28 ⓒ 2007 OhmyNews
#동강 #도암댐 #동계올림픽 #동강살리기운동본부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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