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이들아, 눈병 장난만은 그쳐다오

등록 2007.09.06 13:57수정 2007.09.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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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아,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까?

 

아침에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요즘 초등학교에 눈병이 돈다는구나.

 

그런데, 너희들 사이에서는
눈병에 걸리면 공식적으로 학교에 결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눈병에 걸리려고 장난을 친다는구나.

 

서로 끌어안기도 하고,
눈을 빤히 마주치거나 서로 비비기도 하고,
심지어 미리 눈병에 걸린 아이가 눈병을 옮겨주면
그 아이에게서 오백 원도 받고 삼천 원도 받는다는 구나.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내가 어떻게 그냥 웃어넘길 수 있겠니?
내가 만일 너희들의 그런 모습을 본다면
달려가서 엉덩이짝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구나,
아니, 눈물을 흘리면서 너희를 끌어안고
차라리 내가 눈병에 걸리고 싶구나.

 

너희들의 그 천진난만함이
나로서는 한없이 부럽기도 하다마는,
병의 무서운 폐해를 생각하면
우선 절대로 그것만은 안 된다는 생각에
머리끝이 다 쭈뼛해진단다.

 

그냥 단순한 장난일 뿐이었다 해도
그것이 너무도 철이 없는 때문이라면
회초리를 때려서라도 너희들의 이성을 자라게 하고 싶구나.

 

그러나 또 한편으로 어른인 나로서는 참으로 미안하구나.
그렇게도 학교가 가기 싫었니?
아, 무릎 꿇고 사죄를 하고 싶도록 정말 부끄럽구나.

 

어차피 어른인 나도 너희들 시절을 다 겪어왔는데
다 알면서도 너희들에게
재미있고 신나는 학교를 만들어주지 못 했구나.

오늘날 학교가 그 모양인 줄 알면서도
용감히 너희들을 데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 하였고,
아름다운 너희 꿈을 펼치기에 더 좋은 세상을 선물하지 못 한 채
눈병에 걸려서라도 가기가 싫은 학교로 만들었구나.

 

우리 어른들이 이 자연을 파괴하여 온갖 질병이 떠돌게 하였고,
너희들의 먼 장래는 생각하지 않고 자식이라면 무조건 감싸고 돌아
조금만 아프면 병원으로 싸안고 가야 하는 세상을 만들었으며
그만큼 너희들을 연약하게 키웠구나.

 

아이들아,
우리 어른을 잠시만 용서하고 시간을 좀 다오.
깊이 반성하고 애쓰고 있으니 그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서
제발 그런 눈병 장난을 그쳐 다오.

너희들의 눈이 아프면,
우리 어른들의 가슴이 더 아프기 때문이란다.
너희들의 장난이 눈병으로 그치지 않고
세상에 대한 삐뚤어진 생각으로 확대되어
지금보다 더 힘겨운 세상을 살아갈 것이 두려운 때문이란다.                 

2007.09.06 13:57ⓒ 2007 OhmyNews
#눈병 #초등학생 #학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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