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폭력현장! 그냥 지나쳐야 한다?

위급한 순간 에 112도 불통이니, 세상이 갑자기 무서웠다

등록 2007.09.08 11:09수정 2007.09.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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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9월4일) 김지호(가명·53·여)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말로만 듣던 학생 집단폭력 현장을 목격하고 어른 입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여중생들 여러 명이 한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며 어른으로서 점잖게 충고 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였다. 오히려 "무슨 참견이냐?" 는 투로 육두문자까지 쓰며 대드는 아이들 기세에 눌려 김씨는 다급한 마음에 112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12는 김씨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았다. 5차례나 통화를 시도 했지만 "112경찰로 연결합니다"라는 신호음만 가고 그냥 끊어졌던 것.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후 김씨는 경찰서(안양 경찰서)로 향했다. 긴장되고 위험했던 순간에 어째서 112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김씨는 '답변 할 문제가 아닙니다' 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김씨는 안양경찰서 민원실에서 112 신고를 접수 받는 지령실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말하며 접수 받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기록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어째서 기록이 없느냐고 묻자 담당 경찰은  "그건 답변할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말만을 되풀이 했다고 한다.

 

김씨는 민원실에서 만난 한 경찰관으로 부터 "전화 3대 중에 1대는 113간첩신고고, 112 신고는 2대로써 연결된 18개 회선에서 과천·의왕·군포 안양까지 통화되는 것만 뜬다” 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말을 듣고 위급할 때 현행 체제라면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는 아무런 보호막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세상이 갑자기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학원폭력 진정 해법은 없는 것일까?

 

김씨가 아이들의 폭력현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은  큰 딸 영애(가명)양이 학교를 다니던 시기에 학교폭력 문제로 심한 고통을 당했기 때문이다.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 다니던 학교에서 전학 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정도였지만 그 당시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이 없었다고 했다.

 

현재 큰딸 영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쉬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로 정신적으로 시달리다 보니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대학에 진학 하지 못했던 것. 영애가 당한 폭력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정신적인 것이었다. 물리적인 폭력이 가해져서 몸에 상처라도 있었으면 그 상처를 보이며 어디 가서 하소연이라도 했을 텐데 그럴 수도 없어서 더 마음이 아팠다고 김씨는 울먹였다.

 

김씨와 전화 통화를 끝내고 답답한 마음에 교편을 잡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10년 넘게 고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친구이기에 날로 험해지는 학교폭력 문제에 뾰족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아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학교 폭력 문제 심각 하다는데 어느 정도니?"
"아!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 그거 심각하지."


"아이들 간 폭력이 없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거 어려운 질문인데! 사람들이 모두 착해져야 되지 않을까? 마음속에서 폭력성을 모두 몰아내야 하겠지."


"그래 그건 나도 동감이야!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들 폭력이 점점 흉폭 해지잖아? 그건 왜 그럴까?"
"그건 아마 경쟁으로만 몰아가는 교육 풍토 때문일 거야. 서로 간에 친구가 없는 거지. 친구이기 이전에 경쟁자 거든. 지나친 경쟁에 치여서 아이들의 인성이 점점 파괴되고 있거든 신자유주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지. 무한 경쟁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주거든!"

 

뾰족한 수를 찾지는 못했지만 꽤 근거 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무한경쟁'이 인간을 황폐하게 한다는 사실. 또, 그것이 교육현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친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 것.

 

김씨의  하소연을 듣고 그냥 흘려버릴 수 만 없는 것은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혹시라도 학교 폭력에 고통 받는다면 부모로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해 줄 수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해답이 없다. 아이들 사이에 끼어서 함께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한 개입 할 방법이 별로 없어 보였다.

 

날로 흉폭해 지고 있는 아이들 간의 학원 폭력 진정 해법은 없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9.08 11:0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학원폭력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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