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여왕처럼 이 시대 여성 대통령을 기다린다

등록 2007.09.10 20:05수정 2007.09.1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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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지지자가 아니기에 민노당 경선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권영길 예비후보와 결선 투표까지 가는 선전을 펼친 '심상정' 예비후보의 보도를 접하고 나서 정말 놀랐다. 심상정 후보가 민노당 대선 후보에서 노회찬 후보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인지도 면에서는 분명 노회찬 후보보다도 뒤떨어진다. 하지만 민노당 당원들은 노회찬이 아니라 심상정을 선택했다. 다른 정당들이 '여론조사'가 승부를 가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 비하면 민노당은 한국 정당에서 가장 안정된 정치구조를 가진 선진 정당임을 알게 하였다.


심상정 예비후보가 본선에 나갈 수 있는지는 잘모르겠지만 여성 후보자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이다. 박근혜, 추미애는 이미 본선 경쟁에서 떨어졌고, 대통합민주신당의 한명숙 후보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심상정 후보에게 기대를 해본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면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여성 대통령을 선택하지 못했다. 여성의 권익이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 여성은 소수자에 머물고 있다. 여기서 소수자란 남성보다는 차별 받는 사회에 속하여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민주공화국 시대에 이런 차별이 있다는 것은 절차적, 형식적면에서 민주주의는 정착되었지만 내용과 질적인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완결은 아직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지도자-대통령-이 나와야 민주주의가 완결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 지도자가 나와 나라를 통치할 수 있다는 것은 질적인 면에서 민주주의는 현재보다 한결 성숙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한국 상황에서 매우 흥미 있는 책 한 권을 소개한다. 조범환의 <우리 역사의 여왕들>이다. 1500년 전 여성은 우리 시대 여성보다 분명 나은 존중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오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 역사에서 여왕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시대가 우리의 시대보다 나은 시대라고 단정은 할 수 없지만 그 시대가 여성에게 암울하기만 한 시대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 역사의 여왕들>은 파편화된 지식에 불과했던 우리의 지식을 새롭게 조명해 준다.  진성여왕의 음란. 이런 파편적인 지식은 신라를 통치했던 왕으로서 여성을 너무 비하시켰다. 선덕왕은 대당 외교를 통하여 고구려와 백제의 침입으로부터 신라를 지켰고, 결국 후임 왕이 삼국을 통일하는 터를 만들었다. 이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우리 역사상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은 부왕인 진평왕에 이어 즉위했다. 진평왕은 살아 생전에 딸인 선덕 여왕에게 왕위를 물려줄 결심을 했으며 이에 따라 선덕여왕은 왕위 계승 수업을 받았다. 김춘추, 김유신의 세력과 을제와 같은 인물을 사전에 포섭한 것이다. "(본문 108쪽)

선덕왕은 어떻게 하다가 왕이 된 것이 아니라 부왕에게 왕위 계승 수업을 받았고, 당시 신라 귀족 세력과 연대하고 그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왕이었다. 여성 왕이 아니라 신라의 왕으로 존재하였고, 통치하였다.


"선덕여왕 3년 봄에 연호를 인평이라 하고 분황사를 세웠다. 새로운 연호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다. 진평왕 6년인 584년부터 쓰이던 건복이라는 연호대신 인평이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쓰기 시작하였다."(본문 45쪽)

이는 선덕 여왕이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신라 왕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며, 신라 왕으로 독립적인 존재를 알린 것을 말한다. 연호를 독자적으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선덕왕은 백성들을 통치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여왕은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전란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자장으로 하여금 불(佛) 보살과 신라의 인연을 강조했다. 선덕 여왕은 왕 자신이 불교 세력에 가까이 다가가 기존의 정치 세력과 무관한 새로운 세력을 통해 자신의 왕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를 지녔었다고 생각된다."(본문 52쪽)

선덕왕은 백성들의 종교적 심성을 통하여 자신을 노리는 세력을 대항하는 힘을 길렀던 것이다. 선덕왕은 여성이라는 취약한 정치적 기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말년에는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왕보다 왕으로서의 지도력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신라에서 3명의 여성 왕이 등극하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신라는 분명 어떤 국가보다 앞선 국가였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배격하였고, 신라는 여성 왕을 받아들였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서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일 수 있고, 진정 유능하고 지도력과 도덕성을 지닌 여성 지도자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때가 올 대선일 수도 있고, 5년 후가 될 수도 있다. 하루 빨리 대한민국을 멋지게 이끌어 갈 여성 지도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우리 역사의 여왕들 l 조범환 | 책세상 |


덧붙이는 글 우리 역사의 여왕들 l 조범환 | 책세상 |
#여왕 #여성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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