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900억여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2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처벌법의 횡령․배임)로 재판을 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서울고법 제10형사부(수석부장판사 이재홍)는 지난 6일 정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 등을 선고했으며, 10일 대검찰청 중수부는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속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한 법원 내부의 반응에 궁금해 하고 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판사들은 다른 판사의 판결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언급을 피했다. 법원 홈페이지 내부통신망에도 이번 항소심 선고와 관련해 많은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영진 부장판사 "격의 없이 활발하게 토론해 보자"
그런데 항소심 선고 다음 날 정영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이 있어 관심을 끈다. 그는 사법불신을 걱정하면서 “격의 없이 활발하게 토론해 보자”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2월20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석궁테러 관련-이용훈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며”라는 글을 통해 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다.
정 부장판사는 이번 글 첫 머리에 “과거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는 명제에 따라 법관들은 최대한 말을 아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법관이 판결로만 말하는 시대가 아닌 것으로 되었고, 실제 다수의 법관들이 판결 이외의 의견 표명을 하고 있다”고 설명.
그러면서 정 부장판사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언론과 한 인터뷰와 이주흥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에 올린 ‘법원칼럼을 시작하며’라는 글의 일부 내용을 소개해 놓았다.
그는 “그 동안 법관이 구체적 사건과 관련하여 의견표명을 하는 것도 자제되어 왔지만, 법관도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하여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허용된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의 항소심 판결문을 첨부한 정 부장판사는 “판결의 선고는 판결서 원본에 의하여야 하고, 그 이유의 요지를 설명함에 있어서도 판결문에 기재된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는 것이어야지 판결문에 없는 내용을 주된 이유로 거시하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보도가 되도록 대법원은 최선의 노력을 해야"
그는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을 언급해 놓았다. 그는 “언론들은 한국 경제 현실에 대한 고려가 주된 집행유예 사유인 것처럼 보도하였으나 실제 판결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없고 ‘8400억원 사회공헌 약속' 부분이 ‘범행 후 유리한 정황’으로 언급되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부장판사는 “대법원은 사법불신 해소와 관련하여 법원홍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보 관련 인력도 증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공보 담당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 분들은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국민들에게 정확한 보도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제시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과거 김우중 전 대우 회장과 SK 최태원,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등의 선고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붙여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 부장판사는 “이번의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 사법부에 대하여 가질 불신과 관련하여 대법원 차원의 적절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부장판사는 “특히 재벌 관련 사건에서 1심 법원 판사들의 엄정한 형량이 고등법원부장판사들이 재판장으로 있는 재판부에서 특별한 사정변경 없이 깎이는 그 동안의 행태와 관련하여 사법개혁 차원의 접근도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과 관련하여 사법부 밖에서는 무성한 담론이 있음에도 정작 사법부 내부에서의 토론이 미미한 것은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으므로 법원 가족들 모두의 격의 없는 활발한 토론이 있기를 바란다”고 그는 밝혔다.
2007.09.10 20:01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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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 "정몽구 판결, 내부서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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