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미용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단골손님들. 왼쪽에서부터 유정아, 황선옥, 김금순, 길종선씨.
손기영
황선옥: “언니 나 오늘 머리 좀 자르려고 하는데, 이제 추석도 다가오고 그래서…. 이쁘게 좀 해줘.”
길종선: “나는 그냥 선옥 언니 따라왔어. 집에 있기도 심심하고. 요즘 들어 마음이 답답해서… 그냥 언니들이랑 수다나 떨려고.” (웃음)
잠시 후 동네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가던 유정아(56)씨, 김금순(57)씨도 가게에 들어왔다. 무거웠던 이건숙 원장의 표정에 미소가 맴돌았다. 이씨는 손수 만든 아이스커피를 아주머니들에게 건넸다. 어느 덧 10평 남짓한 ‘비전 미용실’은 손님들로 꽉 찼다.
단골손님인 아줌마들에게 동네 미용실의 매력과 이곳을 찾는 이유를 묻자, 대답은 명쾌했다.
유정아: “난 아까 마트에 들러 장보고 왔는데, 날씨가 더워서 언니 미용실에 들러 시원한 커피나 한잔 마시려고 왔어. 평소에 머리를 하지 않더라도 미용실에 들르면 오늘처럼 차도 한잔 마실 수 있고, 가끔 건숙 언니가 밥도 시켜주고 그래. 동네 미용실은 단순히 머리만 하고 가는 곳이 아니라, 맘 편히 쉬다갈 수 있는 ‘친언니 집’ 같은 곳이야.”
황선옥: “지금 머리 하러 왔는데, 그냥 자리에 앉으면 언니가 다 알아서 해주니깐 좋아. 여기에 자주 와서 그런지. 원하는 머리모양을 다 알거든. (웃음) 다른 데 가면 내 스타일도 잘 모르고 머리 하고도 마음에 안든 적이 많았지. 동네 미용실은 손님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잘 알아서 좋은 것 같아.”
길종선: “예전에 딸내미가 하도 싸다고 해서 '균일가격' 미용실에 한번 가본 적이 있었어. 근데 의자에 앉으니깐, ‘머리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묻더니, ‘수고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고 끝나는 거야. 무슨 로봇한테 머리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삭막하더라고. 그 다음부터 절대 거기는 안가지, 어색해서.” (웃음)
김금순: “맞아. 동네 미용실에 와서 사람들하고 편하게 ‘수다’ 떠는 재미는 다들 알 거야. 남편, 자식들 이야기, 요즘 잘나가는 드라마 이야기, 재테크 이야기 등등… 여기에서 수다 떨고 나며 하루 스트레스가 다 풀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