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에게 전세 줬다고 생각하자"

[서평] 영동세브란스 병원 이희대 교수의 <희대의 소망>

등록 2007.09.16 15:17수정 2007.09.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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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소망> 겉 표지. ⓒ yds.or.kr

암이란 무엇인가. 암은 과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도 '탐욕'이다. '성장과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세포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자라나는 것'이 바로 암세포이기 때문이다.

다발성 전이암 4기, 열 번의 재발을 이겨내고 있는 이희대 교수(영동 세브란스 병원)가 최근 내놓은 책, <희대의 소망>이 규정한 암세포 본질이다.


하지만 욕심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도 하루에 수 백 개 이상의 암세포가 생겨나지만,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이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래서 암도 만성 질환이란 '진단'이 가능하다. 그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으며 조절하듯이 암도 그렇게 조절이 필요한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진단'은 특히 암환자들이 주목할 만 하다. 그들에게는 의학적 치료와 함께 '공포'에 맞설 수 있는 '희망'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상인에게도, '나'에게도 존재하는 '암'을 '부정'하기보다 '긍정'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태도라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암세포야, 넌 그냥 말썽만 피우지 말고 살아라. 넌 너대로 살고 난 나대로 살면 되는 거지. 내가 너한테 전세를 준 것 뿐이야. 네가 아무리 커져도 주인은 될 수 없어. 암세포에게 전세를 줬다고 생각하자 모든 게 달라 보였다. 그제야 내 몸에서 몰아내야 할 것은 나를 절망으로 이끌려는 생각, 내 마음의 부정적인 생각인 것을 알았다." <본문 중>

결국 마음이 몸을 움직인다. 그럼 '몸을 움직여야 한다'. 암 환자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음의 공포' 때문에 불면에 시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 교수의 '하루 1시간 운동' 권고는 여러모로 귀 기울일 만 하다.


"운동을 하면 힘이 생겨서 정신적인 위로가 될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면역 세포가 많이 자라나 암 예방에도 좋고, 또 잠도 잘 자게 되는데, 잠잘 때 새로운 세포가 자라나기 때문에 건강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 예방과 치료에 있어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 교수는 "이전의 라이프 스타일이 결국 암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암세포의 본질이 바로 '탐욕'이기 때문이다.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란 질문에 대한 이 교수의 답이 간단한 이유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욕심을 계속 부릴 때, 우리 세포는 서서히 암세포로 변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암과 관련한 의학적 설명 중 주요 내용을 발췌·요약한 것이다.

"암세포의 본질은 탐욕"

암이란 무엇인가. 세포가 무한대로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의 코와 눈썹과 다리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세포들이 일정 기간 성장했다가 때가 되면 죽는다. 그 죽은 자리를 새로운 세포가 채워 주는 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성장과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세포의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결코 죽지 않고 끊임없이 자라나는 세포가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암세포이다. 암을 영어로 '통제되지 않는 성장'(uncontrolled growth)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암세포가 무서운 것은 끊임없이 자라나기 위해서 다른 세포들의 영양분을 혼자서 차지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것도 한군데에서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리를 옮기면서 말이다. 암 세포는 칼로리 섭취가 지나치게 많을 때 번식을 잘하는 경향이 있다.

암세포는 가만히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고칼로리 영양분을 낚아채서 독식하며 성장한다. 암세포가 다른 세포의 영양분을 독식하면서 성장하듯이 그 생성 또한 끊임없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말하자면 암세포의 본질은 탐욕이다.

'희대의 소망' 집필을 위해 이 교수가 정리한 연도별 주요 병력. ⓒ 이정환


"정상인도 하루 수 백 개 암세포 발생"

암 덩어리의 크기가 작으면 컴퓨터 촬영으로는 발견하기가 힘들다. 컴퓨터 촬영에 나타나려면 크기가 3mm이상 되어야 한다. 그 정도 크기면 암세포 수가 무려 100만∼1억 개 이상이다. 그러니까 의사들이 '깨끗하네요. 좋습니다'하는 것은 현재 의학적으로 규명된 컴퓨터 촬영상으로 볼 때 좋다는 것이다.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건 아니다.

암은 크게 혈액암(백혈병)과 고형암(덩어리를 만드는 암)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고형암의 병기는 0기에서 4기까지 다섯 단계로 나뉜다. 0기는 암세포의 침범 부위가 얕아 대부분 수술로 완치되는 경우다.

유방암인 경우, 1기는 암 덩어리가 2cm 이하이며 원래 암세포가 발견되었던 장기에만 있는 경우이다. 2-3기는 종양의 크기가 2cm 이상으로, 임파선 전이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4기는 원래 발생한 장기에서 더 멀리 다른 장기까지 옮아간 경우를 말한다. 같은 2cm 크기의 종양이라도 겨드랑이까지 전이된 경우와 전이되지 않은 경우의 재발률은 서너 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

암 환자가 암 세포를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면역세포가 필요하다. 암세포 하나를 이기려면 백혈구가 대 여섯 개 필요하다. 게다가 항암제 치료를 하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백혈구 세포수도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암세포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항암제를 써서 암을 이기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항암 치료는 암세포와 함께 면역세포도 공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잘 버텨 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항암제를 쓸 때는 잘 먹어야 한다.

암은 만성질환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으며 조절하듯이 암도 그렇게 조절이 필요한 질병일 뿐이다. 정상적인 사람도 하루에 수 백 개 이상의 암세포가 생겨난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이기고 있을 뿐이다. 암 환자의 경우, 암세포가 면역 시스템을 벗어나 숨어 있다가 자리를 잡고 영양과 혈액을 공급받아 크면 전이가 된다.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라"

따라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 '암세포야, 넌 그냥 말썽만 피우지 말고 살아라. 넌 너대로 살고 난 나대로 살면 되는 거지. 내가 너한테 전세를 준 것 뿐이야. 네가 아무리 커져도 주인은 될 수 없어'. 암세포에게 전세를 줬다고 생각하자 모든 게 달라 보였다. 그제야 내 몸에서 몰아내야 할 것은 나를 절망으로 이끌려는 생각, 내 마음의 부정적인 생각인 것을 알았다.

이희대 교수. ⓒ 이정환

신체의 어느 부분이든지 문제가 있으면 즐겁지 않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힘이 생겨서 정신적인 위로가 될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면역 세포가 많이 자라나 암 예방에도 좋다. 실제로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져도 끝까지 걷는 노인들과 운동을 하지 않는 노인들을 비교해 볼 때, 운동을 한 노인들이 좀 더 오래 산다.

운동은 자신감을 가져다주며, 치료의 실마리도 풀어준다. 운동을 하면 잠도 잘 자게 되는데, 잠잘 때 새로운 세포가 자라나기 때문에 건강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준다...날마다 1시간씩은 꼭 운동을 해줘야 한다. 집 주위 산책로를 걷거나, 아니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낮은 산을 오르면 좋을 것이다.

치료가 잘 되고 정기 검사 결과가 완벽하더라도, 자신의 생활로 돌아갈 때 환자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라이프 스타일이 결국 암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바로 암을 예방하는 길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은 간단하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하루하루 욕심을 계속 부릴 때 우리 세포는 서서히 암세포로 변할 수 있다.

[기자 생각] 환자에게 '읽어주기'보다 '들려주길'
나의 어머니도 2002년에 수술을 받은 바 있는 암 환자다. 그래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 어머니께 <희대의 소망>을 권해드렸다.

의외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책에 서술된 이희대 교수의 투병 과정에서 잠깐 잊고 있었던 '공포'가 떠올랐던 것 같다.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당신'과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경솔한 행동이었다.

<희대의 소망>이 환자에게는 '쓴 약'이 될 수도 있다. 하나님, 여호와, 예수님 등이 본문에 245회 등장한다는 사실도 덧붙여둔다.

허나 '쓰거나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그냥 넘어 가기에 아까운 내용이 적지 않다. 한 번 꼭꼭 씹어 넘긴다면, 충분히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암에 대한 상식과 '처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저자가 암 전문의라는 점이 '처방'의 신뢰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 본인보다는 그 가족들에게 오히려 권하고 싶다. '꼭꼭 씹어 환자 입에 떠 먹이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덧붙이는 글 | 이희대 교수 인터뷰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희대 교수 인터뷰 이어집니다

희대의 소망 - 암은 차라리 축복이다

이희대 지음,
두란노, 2007


#이희대 #희대의 소망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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