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란 프레임으로 들춘 우리사회의 또 하나의 분단

[서평] <추적, 한국의 건강불평등>

등록 2007.09.17 11:15수정 2007.09.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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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불평등에 관한 최초의 대국민 보고서이자 한국판 건강불평등 르포르타주가 처음으로 이 땅에 태어났다. <추적, 한국의 건강불평등>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눈감아 온 ‘불편한 진실’인 건강불평등 문제를 언론인의 눈으로 추적하고 드러낸 건강불평등에 관한 대국민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따른 건강격차는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이슈이며,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임을 웅변한다.


건강이란 프레임으로 드러낸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분단

이 책의 내용을 쓰고 엮은 이창곤씨(현재 <한겨레> 논설위원 겸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는 <한겨레신문>에서 오랫동안 보건복지 분야를 다룬 기자다. 그는 또 영국에서 사회정책학을 공부한 이로 불평등과 복지국가란 화두를 부여잡고 고민해 온 사회정책 전문가이기도 하다. 필자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격차를 이 책을 통해 본격 탐구하며 드러낸다.

책에서 그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왜 각 개인 간에, 집단 간에 건강은 다를까? 유전적 요인인가? 아니면 또 다른 요인은 없는가? 어쩌면 일상에서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했던 사실에 그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따라 건강정도가 다르다고 하면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또 이런 현상은 사회구성원들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나? 책은 건강격차, 건강불평등이란 화두를 부여잡고 다양한 각도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탐침을 들이댄다.

언뜻 보면 건강과 무관할 것같은 저체중아, 비정규직 등의 이슈, 그 이면에 건강 격차란 무서운 사실이 숨어있음을 드러내 보인다. 

건강불평등은 우리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에겐 아직도 생경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실상 이 주제는 지난 2006년 1월 <한겨레신문>의 기획보도를 빼고는 언론에서도 한 번도 본격적으로  다룬 적이 없다. 그러기에 단한 번도 사회적 의제로 등장한 적이 없었다.  몇몇 의대 교수 등 학자들의 학문적 관심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건강불평등에 관한 책이 국내에 없었던 것은 아니나, 모두 영국이나 유럽 등 외국의 현실을 드러낸 것뿐이다.


한국 사회에 대해 이 주제를 갖고 대중적으로 밝혀낸 최초의 서적이 이 책이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이 책에 대한 <추천의 글>에서 “당분간 건강불평등에 대한 준거가 되는 책‘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현장과 연구의 결합이다. 기자의 취재로 현장을 드러내 보이는 데 그치지 않으며, 학자들의 낯선 전문용어 일색이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된다. 대중적 필치로 건강불평등의 생생한 증거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기술할 뿐만 아니라, 엄정한 학문적 잣대로 그런 현장의 의미를 짚고 진단한다.


기자와 학자의 결합, 현장성과 학문적 엄정성, 대중성과 실증성의 결합은 이 책이 품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다.  저자인 이창곤 기자를 비롯해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주희 온라인뉴스팀 기자 등 <한겨레>취재진이 발품을 팔아 현장사례를 수확했다.

여기에 각 대학의 내로라하는 보건학 교수둘이 대거 동참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강영호 울산대 의대 교수,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 손미아 강원대 의대 교수,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김명희 을지의대 교수, 고상백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 등이 그들이다.  그러기에 어쩌면 필자인 이창곤 기자가 밝힌 대로 책은 이들 모두의 공동저작이라고 봐야 맞겠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한국 건강불평등의 현실, 즉 실태를 다뤘다. 학문의 틀 안에 갇혀있는 한국 건강불평등 다양한 양상을 현장취재를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흡연이 어떻게 계층을 가르는 지를 계층별 흡연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매우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기술했으며, 특히 비정규직 부분에서는 고용불안이 어떻게 노동자들의 건강격차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사례를 이 분야의 전문가인 학자들의 생각으로 하나하나 진단하는 수고로움도 아끼지 않았다.

2부에선 우리에게 시사점을 줄 해외의 건강불평등 실태와 정책을 영미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시사점을 살폈다. 3부는 건강불평등에 대한 학자들의 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소개했다. 특히 책은 건강불평등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같다. 각 장마다, 생각의 화두를 잡을 질문을 둔데다, 더 알고 싶은 이들에게 참고문헌을 일일이 달았다. 일반인들에게도 풍부한 교양서로 권유할만하다.

건강 격차, 개인의 책임인가

이 책은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건강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를 뒤엎는다. 건강은 개인 또는 개인이 하기에 달렸다고 보는 게 우리사회의 일반적 통념이다. 부모한테 얼마나 좋은 유전자나 체력을 타고 났나? 비록 허약체질이더라도, 얼마나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했나? 얼마나 좋은 생활습관을 타고 났나? 한 사람의 건강은 바로 이렇듯 그 당사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다.

책은 이런 개인적 관점은 건강을 사회경제적 시각에서 보는 눈을 가로막는다고 설파한다. 그저 개인적이고 당연한 일을, 또 궁극적으로 해결가능하지도 않는 개인적 일을 두고 웬 호들갑이냐는 관점을 맹렬하게 깨부순다.

“개인적 관점은 왜 어떤 사회는 다른 사회보다 더 전체적으로 건강한지, 왜 영아를 비롯한 어린이 사망은 가난한 곳에 더 많은지, 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건강하지 못한지 등을 설명하지 못한다. 소득수준, 재산, 직업, 성, 인종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개인의 태생적 조건 못지않게 사람들의 건강에 깊이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식’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식이 사회정책 또는 국가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논지 또한 상식이다.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한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건강이 결정되는 데도 이를 방치한다면? 이는 윤리적으로 부당하다는 것이며, 아니, 적어도 그런 요인들을 최대한 줄여 나가는 게 바람직한 사회라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사회의 건강불평등으로부터 개인 또는 특정집단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밝혀내는 작업이다.” -본문에서

덧붙이는 글 | 건강불평등을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체계화된 이론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낸 보고서입니다. 그리고 기자의 발품과 학자들의 연구역량으로 빚어낸, 양극화 사회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중적 필치로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엮어져 있어 일반 교양서이기도 합니다. '왜 부자는 가난한 자보다 건강한가?'라는 당연한 물음에 독자가 빠져들며 진지한 고민으로 답을 찾으려는 탐구자로 만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건강불평등을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체계화된 이론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낸 보고서입니다. 그리고 기자의 발품과 학자들의 연구역량으로 빚어낸, 양극화 사회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중적 필치로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엮어져 있어 일반 교양서이기도 합니다. '왜 부자는 가난한 자보다 건강한가?'라는 당연한 물음에 독자가 빠져들며 진지한 고민으로 답을 찾으려는 탐구자로 만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추적, 한국 건강불평등 - 사회의제화를 위한 국민보고서

이창곤 지음,
밈, 2007


#한국건강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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