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외국인 참여 프로그램의 틀을 깬 <미녀들의 수다>
KBS2
이러한 의견은 프로그램 초기에서부터 상당히 많이 흘러 나왔다. 대한민국에 외국인 여성들만이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만이 저기에 앉아 대한민국을 평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등장한 것이 올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미남들의 수다>였고, 역시나 방송 후에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며, 벌써 여기저기서 프로그램에 대한 목소리가 드높아 간다.
특히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질문과 진행 방식, 그리고 등장한 패널들을 비추어 볼 때 사실 여성이 아닌 남성이 등장했다는 점만을 제외하고는 <미녀들의 수다>와 별반 차이 없이 흘러갔다. 목욕탕 문화나 술자리 얘기는 과거 <미녀들의 수다>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수없이 다루었던 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시청자들이 가졌던 <미남들의 수다>의 반감의 핵심은 그들이 나누었던 얘기 초반에 흘러나온 '한국 여성'에 대한 주관적이고도 솔직한 그들의 감상 때문이었으리라. 훤칠한 키와 이국적인 외모의 외국의 미남들은 <미녀들의 수다>가 초반에 그랬듯이 조금은 신기하고도 호기심 어린 시청자들의 눈을 휘어잡기에 충분했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기대했던 그것과 조금은 괴리가 존재한 듯했다.
국적은 다르지만 그들도 틀림없는 남자였기에, 그들이 한국에서 가진 대한민국 여성에 대한 주관적 감상은 어디까지나 남성의 입장에서의 인식이었고 그것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점은 꽤나 불편했으리라. 모르긴 몰라도 "
한국의 공주병 있는 여성들의 머리를 때리고 싶다"는 식의 발언은 아무리 동화 속 왕자 같이 생긴 프랑스 남자가 말했지만, 좀 심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최대의 무기는 바로 '솔직함'선정성, 자극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녀들의 수다>는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또 여기서 발생했던 과거 일련의 사건들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는 데 기여한 점 역시 적지 않았고, 특히 성희롱 교수 발언 같은 경우는 그 파급력 또한 굉장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솔직함을 견지했다는 출발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러한 솔직함은 <미녀들의 수다>가 가졌던 최상의 장점이다. 외국인들이 단체로 한복을 입고 나와 대한민국이 무조건 최고라는 식의 식상하고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말만 늘어놓는 자위성 프로그램보다 훨씬 훌륭했다는 사견이다.
이번 <미남들의 수다>역시 그러한 점에 충실했음은 인정할 만하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느낀 그들의 주관적 감상은 아직 방송 때가 묻지 않아 기존의 연예인들처럼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이야기 했으며, 이러한 이야기들은 마치 내가 외국인 친구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주로 나누었던 주제와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정도면 외국인 친구들이 그나마 수위 조절을 많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욕먹기 딱 좋은 수준이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