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판윷놀이 전용 멍석
김옥자
아빠께서 윷 만들어 오겠다는 말을 했건만 아이들은 '설마 이것이 윷일 줄이야' 했던 모양인지 제각기 한마디씩하며 윷을 만져보고 던져보고 야단들이다.
마당에다 멍석을 깔았다. 흙 마당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지만 그런대로 운치도 있고 옛날 추억도 솔솔 떠오르는 것이 올해야말로 명절 기분 제대로 한 번 내보리라 다짐을 하는데 아버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여어여 준비해서 차 막히기 전에 올라갈 생각들 혀.”
“네, 한 판만 놀고요.”
“윷이라는 거이 한 판으로 끝나는 거이 아니여. 내일 하루 푹 쉬고 아그들도 출근혀야제. 싸게싸게 떠나.”
아버님의 성화에 점심을 먹고 윷놀이의 미련을 가슴에 안은 채 ‘내년 설에는 꼭 해 봐야지’하고 벼르며 서울을 향해 시골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시계를 봤다. 핸드폰으로 본 시계는 추석 당일인 2007년 9월 25일 화요일 오후 3시 30분이었다.
차에 기름이 절반가량 남았지만 혹시라도 막힐 때를 대비해서 기름도 가득 채웠다. 아이들과 함께 미처 하지 못한 윷놀이 이야기를 하며 장성 인터체인지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그런데 남편이 고속도로를 보더니 백양사 쪽으로 차를 돌렸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래도 고속도로가 났지"라며 장성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오는 순간까지도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귀경길을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우리 네식구는 서울까지 걸리는 시간을 근심 반, 농담 반을 섞어가며 점치기 시작했는데 모두의 마음은 '늦어도 오늘 안으로는 집에 들어가겠지'로 모였다. 귀경길은 '천안 논산간 민자 고속도로'를 거치기로 정했다.
그런데 웬걸, 평소 같았으면 한 시간이면 충분한 정읍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였다. 저녁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6시 40분에 출발했다. 운전은 남편과 내가 휴게소에 도착할 때마다 번갈아가며 하기로 했다.
다음에 쉴 휴게소를 여산으로 정해 놓고 출발을 했는데 고속도로를 꽉 메운 차들은 그야말로 거북이걸음이었고, 나는 우리 식구들에게 물도 마시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남자들은 소변 정도는 적당히 해결할 수 있지만 여자들이 문제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