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의원과 함께 이화령 터널 안을 질주하는 김병기 기자.
박상규
그들은 군데군데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마다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힘"을 외쳤습니다. 경부운하 공약을 밀고 나갈 힘, 그 여세를 몰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접수할 힘을 갈망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벌써부터 국민 50%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정권을 접수하고도 남을 힘입니다. 그 힘을 갖고 있는 집단이 1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경부운하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닫혀있기 때문입니다. 정책적 논리가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 논리로 귀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페달을 밟으며 '국토개조론'을 신념처럼 주장했습니다. 아니 신념이었습니다. 수십개의 고개를 쉼없이 넘었던 것도 바로 이 신념 때문입니다.
이 최고위원은 힘겹게 오른 고개 마루의 정상에 서서 "저기, 경부운하를 타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오는 바지선이 보인다"고 거듭 외쳤습니다. 이번 탐방길에 그들이 흘린 땀방울을 보면서, 전 그 신념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그 신념이 과학성과 구체성이 결여된 채 막연한 환상만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막연한 정치적 신념이 현실화된다면 국가개조를 통한 국운융성이 아니라 '국가 재앙'의 길로 가는 게 자명한 상황입니다. 그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저들도 이젠 저의 신념을 '반대를 위한 반대'니, '무조건적 반대'정도로 치부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이번 기회에 그 다양성을 인정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로의 신념을 인정한 채 이번 자전거 탐방처럼 함께 레이스를 하면서 차근차근 토론과 검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쓸쓸한 보름달, 그 아래서 '침상 인터뷰'4박5일간의 자전거 탐방 마지막 날인 25일 밤, 이 최고위원 일행과 우리는 여주 한 마을회관 앞마당에 둘러앉아 그간 쌓인 회포를 풀었습니다. 마을회관 앞 불빛은 하지만 객지에서 보내는 추석날 쓸쓸하게 밤하늘을 훤히 밝히는 보름달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한참 대화를 나눈 뒤 저희 일행은 이 최고위원을 간신히 설득해 그의 잠자리인 마을회관 2층에서 40여분간 인터뷰를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420여㎞를 쫓아 온 우리가 어렵사리 얻은 토론의 시간입니다. 우선 전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명박 후보 측이 주장하는 물동량 예측치를 계산해보면 경부운하에 하루 6척 또는 12척의 바지선만 띄우면 됩니다. 수십조원을 들여 건설한 운하에 고작 이 정도의 바지선이 떠다닌다면 국운융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이에 이 최고위원은 "토목적이고 경제적인 이야기는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할 일이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관광이나 레저, 지역개발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답변했습니다.
물류혁명을 주장하면서 들고 나온 경부운하 공약에서 그 알맹이인 물류 문제가 오류인 것으로 판명나자 이젠 관광이나 지역개발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는데, 사실 그 수준이 '…일 것이다'라는 정도의 추측성 답변입니다.
전 또 수질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이 최고위원께서는 낙동강은 버려진 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강에 배를 띄우는 등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강은 현재도 엄청난 생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 2/3가 한강과 낙동강의 물을 직접 취수해 먹습니다. 이곳에 배를 띄우기 위해 보나 댐으로 막는다면 강물을 직접 취수해 먹을 수 있을까요? 배 6~12척 띄우는 일과 국민의 젖줄을 유지하는 일. 무엇이 중요합니까. 국민의 젖줄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그 대안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이에 이 최고위원은 "강변여과수 등 간접취수 방식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그 대안을 내놨고, 그렇게 하면 식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강변여과수 문제는 이미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장에게 지시해 타당성 검토를 한 결과 경제성과 취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불가 판정을 내린 상태"라며 객관적 사실을 말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객관적 사실, 이 후보가 직접 지시해 작성한 보고서조차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닫혀있는 셈입니다.
한반도 큰 물결? 제발 그 물길 막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