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골프 배운 남편의 비법, 소개합니다

마당 빗자루로 연습을 거듭하여 멋진골퍼가 되다!

등록 2007.09.28 20:40수정 2007.09.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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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연습 연속장면 남편이 골프연습장에서 골프치는 연속장면 ⓒ 이인옥






탁, 탁….

마당 귀퉁이에서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궁금해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았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밖에서 마당 빗자루를 휘두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마당 빗자루를 못살게 구는지 궁금했다.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자 남편이 말하기를, “이 마당비에는 말이야 깊은 뜻이 담겨 있어요, 한 번 들어 볼라우?”한다. 어느 날 직장에 갔는데 동료들이 골프를 시작했다며 골프이야기를 나누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열심히 그들의 이야기를 귀에 담으며 골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그러나 당장 골프에 발을 들여놓기에는 걸림돌이 많았다고 한다. 비용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골프가 대중화 되어가는 중이지만 아직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비용부담이 크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인터넷으로 골프에 대한 이론 공부를 하고 또 동영상을 보면서 폼 연습을 시작했다. 사실 골프 연습장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레슨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혼자서 골프 연습을 하다가 터득한 것이 마당 빗자루로 폼 연습을 하게 된 것이다.


빈 스윙 연습으로는 마당 빗자루가 제격이라는 것을 어디서 들었는지 남편은 매일 매일 틈만 나면 마당에 나가 빗자루를 휘두르곤 했다. 가끔씩 쿠폰을 끊어서 연습장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마당에서 혼자 연습하는 것으로 땀을 흘리곤 했다. 그 끈기와 집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테니스도 그렇고 골프도 그렇고 제대로 배운 적 없건만 폼은 일류 선수 같이 안정되고 예쁘다.

그렇다고 폼만 좋은 것은 아니다. 실력도 레슨 받은 사람들 못지않다. 언젠가 동료들과 필드에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레슨 받은 사람들보다 성적이 좋게 나왔다며 자랑을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처럼 레슨과 골프연습장 이용을 팍팍 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실력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알기에 남편이 자랑스러웠다.


우연히 남편을 따라 골프연습장을 찾았다. 남편은 내게도 폼 연습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하면 공이 제대로 공중으로 날아가는지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렇게 재미없는 운동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꾸 하다보니 공이 제대로 맞아 공중으로 힘껏 날아오르자 재밌게 느껴졌다. 새가 하늘 높이 비상하는 것처럼 골프공이 공중에 높이 떠서 아래로 다이빙을 했다. 어쩌다 운이 좋아 잘 맞았겠지만 기분이 좋았다.

남편이 골프연습을 하는 동안 앉아 있으려니 심심하였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사진 찍을 것이 없나 궁리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취미로 하기 때문에 어딜 가나 그림자처럼 카메라가 따라다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골프공을 찍고 남편의 발만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러다가 남편이 골프 연습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게 되었다. 카메라 앵글로 바라본 남편의 모습이 예술이라 생각했다. 어느 벽에 걸려 있던 골프선수의 모습처럼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고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멋진 남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 사진이 남편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하며 연속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사진에 찍힌 남편의 모습은 하나 같이 멋있게 느껴졌다. 이렇게 멋진 폼을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온다.

매일 매일 휘두르던 마당 빗자루가 남편이 골프에 입문하여 실력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남편의 골프사랑으로 마당 빗자루는 골병이 들었겠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다.

비록 혼자서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지만 가끔 친구들과 필드에 나가면 80타 정도 치는 실력이란다. 일년에 10번도 필드에 못나가는데 이 정도면 꽤 실력이 좋은 거란다. 거기다 폼까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멋있는 걸 보면 그동안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다. 남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골프 연습을 하는 남편을 보면서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언제 기회가 되면 필드에 나가 실력을 맘껏 발휘하는 멋진 남편의 모습을 보고 싶다.

혹시라도 골프를 배우고 싶은데 형편상 시작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마당 빗자루를 휘두르라고 말하고 싶다. 인터넷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방법을 터득한 후에 밖으로 나가, 힘차게 마당 빗자루를 휘두르다 보면 언젠가 그 꿈이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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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골프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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