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의원과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애초 이 의원실과 한나라당에서는 <오마이뉴스>의 자전거 탐방 동행 자체를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오마이뉴스>에서 동행을 해도 취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취재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도, 쉬는 시간에도 그는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러나 정식 인터뷰는 한사코 거부했다. 언론 홍보 담당으로 동행했던 강승규 팀장은 "순수한 자전거 탐방 행사인데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를 밝혔다.
560km를 함께 달리며 고생한 사람에 대한 동지애가 생긴 것일까. 이 의원은 <오마이뉴스>의 집요한 인터뷰 요청을 자전거 탐방 마지막날 받아들였다. 단, 경부운하가 아닌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부자리가 깔린 '침상인터뷰'
이 의원과의 짧은 인터뷰는 추석이었던 25일 저녁에 진행됐다. 인터뷰 장소는 그의 숙소였던 여주군 왕대리 마을회관 2층. 벌써 이 의원의 이부자리는 깔려 있었다. 이른바 침상인터뷰였다.
이 의원은 "명색이 내가 이명박 후보 경선 캠프 책임자였는데, 이 후보의 제1공약을 몸으로 한번 살펴봐야 하지 않겠냐"며 "직접 살펴보니 국토 정비 차원에서라도 경부운하는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상주까지, 그리고 한양에서 충주까지 배가 다녔는데, 왜 다시 배를 띄우는 게 불가능하냐"며 경부운하 실현 가능성을 주장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침상인터뷰 일문 일답.
- 이번 자전거 탐방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경부운하는 이명박 후보의 주 공약이다. 명색이 내가 이 후보 경선 캠프를 책임지고 있던 사람 아닌가. 이 후보의 주된 공약을 말이 아닌 직접 몸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 경부운하에 대해서 물으면 자신 있게 말하고 싶었다."
- 지금까지 자전거로 달리면서 둘러보니까 어떤가.
"내가 토목공학, 환경전문가는 아니다. 직접 보니까, 경부운하를 통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 전반을 한번 손질하는 게 좋겠다. 큰 물줄기로 이어지는 지천, 샛강들이 어느 하나 깨끗한 게 없다. 전부 더럽거나, 풀이 우거져 있다. 이걸 다 한번 손질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 나라의 기운을 다시 한 번 일으킬 필요가 있다.
나는 정치인으로서 국토를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가 탐방한 것도 그 생각이 과연 합당한가를 보기 위해서다. 충주 탄금대에 와서 운하의 청사진이 내 머리에 들어왔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부산에서 배가 상주까지 갔다. 또 한강의 소금배가 충주까지 갔다. 결국 상주에서 충주까지 물길이 연결되면 (경부운하는) 가능하다. 경부운하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물길 손질해 나라 기운 일으켜야"
- 경제성으로 봤을 때, 과연 미래에 운하를 통해 이동할 만한 물동량이 있을까? 경부운하를 지지하는 곽승준 교수 등이 추정한 2012년 예상 물동량을 따져 봐도, 하루에 2500톤급 배 6~12척이 왔다 갔다 하면 감당할 수 있는 물동량이다.
"물동량만 따지면 안 된다. 충주 같은 경우 운하가 되면 큰 항구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운하가 지나가는 곳에 크고 작은 도시들이 생겨날 것이다. 2020년까지 보면 현재 육로로 운반하는 물류는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또 제일 중요한 것은 저렇게 좋은 강이 놀고 있다는 것이다. 활용을 해야 한다. 환경론자들은 강 그 자체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미 낙동강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다 손을 대고 있지 않은가. 낙동강에 모래 채취선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 강을 그대로 두면 큰일 난다. 손질을 한 번 해야 한다."
- 버려진 강이라고 했는데, 낙동강과 한강은 국민의 3분의 2가 이용하는 식수원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우려하는 건, 운하를 하면 저 물을 그대로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강변 여과수로 하면 식수는 완전히 해결된다고 하더라."
-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게 있다. 강변여과수 방식으로 서울시 인구의 식수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연구해보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취수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사업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상태는 그럴 것이다. (이하 강승규 팀장) 2년 정도 연구했는데, 실험했던 장소의 지리적 여건이 안 좋아서 그렇다. 사토가 많아야 하는데, 서울 북쪽은 충분히 가능하다. 상수원을 더 나쁘게 하면서 운하를 추진하는 건 있을 수 없다."
"100년 전에 배가 다녔는데, 왜 운하는 불가능한가"
- (염형철 환경연합 처장) 이 의원이 말한대로, 과거에 물론 서울에서 충주까지 배가 다녔다. 그런데 과거 뗏목 같은 배와 지금의 수천톤급 배를 띄우는 건 다른 문제가 아닌가.
"이미 예전에 있던 뱃길을 현대적 운하로 만들자는 뜻이다. 이미 100년 전에도 배가 다녔는데, 지금의 기술 여건에서 왜 운하가 불가능한가."
- 이곳 여주의 남한강도 수심이 매우 낮다. 성인의 허리 정도밖에 안 된다. 결국 엄청나게 바닥을 파야 한다.
"내가 새만금을 보고 확신했다. 새만금 둑은 모두 바다 바닥의 모래를 준설해서 사용하더라. 포크레인으로 파는 게 아니라 큰 파이프를 이용해 빨아들여서 바로 쌓는다. 그에 비하면 낙동강과 한강은 매우 쉽지 않나."
- (염형철 처장) 국토를 한번 손봐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는 하천 정비 사업이라고 전국의 하천을 많이 다듬었다. 그러나 이걸 강제로 해봐야 소용없다. 장마 한번 오면 모두 그대로 돌아간다.
"작년 수해났을 때 20일 동안 전국 수해 지역을 돌아다녔다. 강 정비를 안 해서 비만 오면 수해가 나는 지역이 많았다. 운하와 관계없이라도 국토를 손질해서 원래의 강을 살려야 한다."
2007.09.29 18:4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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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전국 하천 모두 손질해서 국운 일으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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